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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Feb 14. 2021

루틴

사소한 반복의 힘

 COVID-19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은 훨씬 더 단순해졌다. 아무래도 사람과의 관계와 접촉이 줄어들다 보니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생겼다. 책을 읽거나 명상, 사색을 하면서 내가 누구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게 된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의미 없이 소비한다. 물론 나의 지친 뇌를 쉬게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Time Killing) 무분별하게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면 문제가 된다. 문제가 된다는 것은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지 못한다는 의미다. 오랜 시간 스마트 폰 화면을 들여다보면 시력에도 안 좋고, 자세도 안 좋아지기 때문에 각종 질환을 겪을 위험도 높아진다. 


 이렇게 시간을 그냥 보내는 이유는 나만의 생활 루틴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서 집중하다 보면 훨씬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즉, 좋은 ‘아웃풋’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면 좋은 그림이 남고, 요리를 배우기로 했다면 멋진 요리와 사진도 전리품으로 남길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습관, 즉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거나 취침하기 전에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운다. 한 개 또는 세 개의 중요한 일을 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예를 들어서 오늘 하루 한 편의 짧은 시를 쓴다든지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면 (회사 일이나 가정 일과는 별도로), 여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글쓰기에 투자하면 나중에 나만의 시집과 책으로 엮어 낼 수 있다. 


 계획뿐만 아니라, 운동과 식습관도 마찬가지다. 매일 스트레칭, 걷기를 습관화하고, 비타민, 채소, 과일 섭취도 의무화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습관은 의식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습관이 되면 점차 익숙해진다. 안 하면 허전한 마음이 들 정도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샤워를 한 후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비타민 섭취’다. 적어도 5가지의 비타민을 먹고 나면 나에게 잘했다고 마음속으로 칭찬한다. 적어도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사실 비타민을 먹는 것도 의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냉장고에 보관된 프로폴리스, 오메가 3 통을 꺼내고, 실외에 보관 중인 비타민 C, 칼슘, 비타민 D의 뚜껑도 개봉해야 한다. 어떨 때는 참으로 귀찮은 일이다. 


 “밥이 보약이다” 


 이 말은 진리다. 그런데 마흔이 넘으면 보약뿐만 아니라 비타민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나도 20, 30대 때는 비타민을 잘 안 먹었다. 효과가 바로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둔 비타민은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내 몸을 평소에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모닝 루틴’을 만들었다. 


 커피를 마시는 것도 루틴 중의 하나다. 일을 시작할 때, 우선 커피를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의식’이다. 이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커피의 향을 맡으면서 스스로 주문을 건다. 


 좋은 루틴 중의 하나는 앞서 언급한 ‘걷기’다. 바깥출입을 자제하게 된 이후에도 걷는 것을 늘 의식하려고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 동네 한 바퀴를 걷는 것도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적어도 500보에서 1,000보는 걸을 수 있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독서’와 ‘글쓰기’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빠질 수 없는 행위다. 아침에 책에서 좋은 글귀를 찾아 읽거나 오디오 북을 듣는 것도 좋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는 일기나 에세이도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만의 루틴을 갖고 있는 삶과 아닌 삶은 차이가 크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뚜렷해진다. 마흔을 지나서 쉰에 접어들고, 은퇴를 한 후에는 이러한 루틴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시간의 ‘질’은 다르다. 


 이미 루틴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시간이 아무리 늘어나도 그 시간을 값지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스스로 시간에 끌려가는 인생을 산다. 우울함과 고독감, 상실감과 허탈감이 심해진다. 


 특히 마흔 이후 사회에서 대접을 받던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던 인생에서, 은퇴 후 적극적인 관심이 사라진다. 그때 나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새로운 인생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나만의 루틴을 찾아야 한다. 비단 업무나 가정 일뿐만 아니라, 평소 시간을 알뜰히 쓰고, 남는 시간은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투자해야 한다. 하다못해 기상 후 물 한 잔, 비타민 한 개라도 챙겨 먹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 ‘복리 이자’만큼의 효과를 나타낸다. 


 시간이 남고 심심하다고 생각하는가? 오디오북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동네를 산책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된다. 아니면 그림을 그리고, 어학을 공부하고, 나만의 창조적인 활동을 찾아보자. 되도록 시간을 정해놓고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루틴을 찾게 된다. 


 반복은 지겨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행위다. 방종과 나태는 나에게 결코 행복을 주지 않는다. 그때는 좋겠지만, 결국 무기력과 허무함만을 안길 뿐이다. 마치 달고 단 초콜릿이 충치를 안겨주는 것과 같다. 


 이제 나만의 루틴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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