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단 Nathan 조형권 Feb 16. 2021

내 몸 돌보기

“오늘날의 나는 전신이 망가져 그 값을 치르고 있다.” - 성룡

 서른 후반 때 이야기다. 회사의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대상포진에 걸렸다. 몸에 염증이 생기고, 그것이 나중에는 치아로 전이되었다. 이빨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다. 그런데 문제는 그 주에 미국 출장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너무 과하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당시 컨디션이 그만큼 안 좋았다는 의미다. 어쨌든 목숨을 건 느낌이었다. 이후 나와 비슷한 대상포진에 (그 부서에는 유난히 포진 환자가 많았다) 걸린 직원은 출장 도중 중도 귀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본다면 2주간 출장을 끝까지 마치고 돌아온 내가 상당히 미련했던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인내심’이 좋았던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련 곰 단지’다. 


 하나밖에 없는 형님도 중동 출장 중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대상포진에 걸린 후 몇 년간 후유증을 앓았다.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어떤 부장님이 치질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중요한 의전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 피가 나서 속옷이 다 젖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희생정신을 가상하게 여긴(?) 상사는 그를 임원으로까지 승진시켰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다. 지금 MZ 세대가 들었다면 한숨을 내쉴 만한 내용이지만, 우리 때는(‘라테’는 말이야) 공공연하게 이런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나의 ‘몸’에게 미안한 일이다. 내 몸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주인을 잘못 만나서 혹사를 당해야 했는가? 피곤할 때는 쉬어주고, 내 마음을 위로해 줬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위로는커녕 과로와 독한 술로 상처를 아물려고 했으니, 덧날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 호기로운 이러한 행동은 결국 ‘독’이 되어서 나에게 돌아온다. 이미 몸은 20대, 30대가 아닌데도 마치 그때처럼 돌아갈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결코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만약 40대에도 내 몸을 여전히 혹사한다면, 마흔 또는 늦어도 쉰 살에 몸에 고장 신호가 온다. 그 신호를 제때 파악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세상과는 영영 이별이다. 


 두 사내가 높은 난간 위에서 도망치는 범인을 쳐다보고 있다. 이때 나이 든 동양인 사내가 난간에서 뛰어들려고 하니, 옆에 있던 사람이 말리면서 말한다. 


 “기다려요. 저기 계단이 있어요.”
 “굿굿” 


 전설적인 액션 스타 성룡이 영화에서 한 대화다. 예전 같으면 범인을 따라서 난간에서 뛰어내렸으나, 이제는 몸을 사려야 할 지경이 되었다. 그것은 그가 젊은 시절 스턴트맨 없이 위험한 액션을 모두 소화해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몸에는 상처투성이고, 부상 후유증도 심해서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젊은 시절 그는 할리우드에서 스턴트맨들이 몇 시간 동안 하나의 액션을 위해서 누구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조심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비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날의 나는 전신이 망가져 그 값을 치르고 있다.” - 성룡

 젊은 시절에는 잠자코 있던 몸이 본격적으로 반항하는 시기가 마흔이다. 물론 그전에 몸을 더 혹사했다면 이러한 시기가 더 빨리 올 수 있다. 시력은 나빠지고, 허리에 통증은 고질적이고, 무릎과 고관절은 아프고, 어깨는 굳어가고, 안면경련도 가끔씩 일어난다. 심지어 당뇨나 갑상선에 문제도 찾아올 수 있다. 예전에는 번쩍 들던 물건도 잘못 들면 허리를 다친다. (허벅지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


 지금 이러한 조언이 잘 들리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 청년기라면 더욱 그렇다. 그때는 마음껏 나의 몸을 함부로 한다. 늦게까지 일하고, 밤새워 술을 마셔도 멀쩡하다. 

 하지만 서른, 마흔이 지나면 후회를 하게 되고, 쉰이 넘어서도 이러한 습관을 못 버린다면 친구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거나 큰 병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젊은 시절 음주가무를 즐기던 사람들은 그 충격파를 나중에 꼭 돌려받게 된다. 아무리 술이 강한 사람이라도 술이 약해지고, 지방간을 달고 살다가 당뇨병, 간암 등의 각종 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예전의 상사는 누구보다 음주와 음식을 즐기던 분이었는데, 사람들 앞에서 늘 자신의 건강을 자신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한쪽 눈이 안보였다고 한다. 아마 몇 주간 그러한 상태가 지속된 것 같다. 나도 예전에는 친구와 누가 맥주를 더 마실 수 있는지 내기를 할 정도로 술을 즐겼다. 둘이서 9000cc까지 마신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이것보다 많이 마신 적은 없다. 여전히 맥주를 사랑하지만 지금은 맥주를 2캔이나 3캔 정도 마셔도 충분하다. (물론 가끔씩 과음을 할 때도 있다.)


 대신 좀 더 많이 걷고, 스트레칭을 꾸준히 한다. 유튜브에 즐겨 찾는 동영상을 보면서 요가 매트 위에서 몸을 펴고, 명상도 한다. 


 지금 우리의 건강은 어떤가? 아직도 팔팔하고,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겠지만 결코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물론 앞으로 의학 기술이 발달해서 예전보다 병이 나을 확률도 높아졌지만, 오히려 그만큼 비만도 증가하고, 환경 호르몬 등으로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과식과 과한 운동도 삼가야 한다. 피곤할 때는 쉬어야 한다. 무엇이든 과하면 무리가 된다. ‘중용’(中庸)의 법칙을 마음에 되새기자. 무엇보다 나의 몸을 사랑하고 돌봐야 한다. 내 몸에 맞는 음식과 운동을 잘 찾아야 하는 이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