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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Feb 04. 2021

홀로서기

 마흔이 되면, 기혼, 미혼, 비혼이 보다 명확하게 나뉜다. 또한 적어도 이쯤 되면 나만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이미 결혼을 했거나 아니거나 독립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독립을 한다는 것은 내면적, 외면적인 것을 모두 말한다. 


 먼저 외면적인 부분부터 살펴보자. 결혼 생활을 잘하고 있는데 무슨 독립이냐고 질문할 수 있다. ‘독립’은 배우자와 떨어져서 살라는 의미는 아니고, 서로에게 너무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상대방에게 의지하다 보면 막상 챙겨줄 사람이 없을 때 당황하거나 무기력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금전 관리를 남편이나 아내에게 맡겼다고 전혀 신경을 안 쓰면 안 된다. 우리 집 자산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어떤 식(부동산, 펀드, 주식, 보험, 대출 등)으로 자산이 관리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서로가 잘 인지를 하고 있어야 유사시 인수인계를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산 관리에 문제가 있다면(예를 들어서 한쪽이 과도하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 등), 서로 상의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 


 아이 교육도 마찬가지다. 한쪽에 아이 교육을 맡기고, 나는 모르겠다고 하면 안 된다. 아이에게는 ‘굿 캅’과 ‘배드 캅’이 모두 필요하다. 누군가는 엄하게 훈육을 하는 역할을 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부드럽게 달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거나 문제를 일으켰을 때,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라고 불만을 표시하는 순간 그 집안에는 2차, 3차 세계대전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쉽지는 않다. 이렇게 말을 하는 나도 아내에게 많은 것을 맡기고 의지했다.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일은 자질구레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막상   아이 교육, 집안일에 관심을 갖다 보니 정말로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 교재 채점을 하면서 두 번 놀랐다. 초등학생 문제가 생각보다 어렵고, 오답도 많았다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와이프나 아이들이 여행을 가거나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올레~!”다. 남편은 혼자서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거나 하고 싶은 것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것은 스스로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지낼 수 있는 가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다면(요새 그런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좌충우돌을 겪을 것이고, 더군다나 ‘식량’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더 난감하다. 그렇다고 매번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도 없다. 


 적어도 집안에 식량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혼자서 밥을 차려먹고, 집안을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이 가장 기본적인 ‘홀로서기’다. 물론 20대, 30대부터 시작한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늦어도 40대부터는 스스로 내 몸을 챙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은퇴 후 삶을 대비할 수 있다. 


 미혼이나 비혼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약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면, 독립을 해야 하고 만약 같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 언제까지 부모님에게 의지할 수만은 없다. 집안 청소나 설거지, 빨래와 같이 육체적으로 힘이 드는 부분은 나서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홀로서기는 어떤 것일까? 


 물론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당연히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하고, 서로 의지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적인 홀로서기는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명상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써도 좋다. 아니면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하면서 나를 스스로 돌아본다. 


 보다 거창하게 이야기한다면 나의 존재와 이유, 행복 등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답을 찾는 행위다. 가끔 혼자서 카페나 도서관을 찾거나 아니면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의 정신이 먼저 풍족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 있고,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에게 너무 의지하다 보면 오히려 그것이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자꾸만 사소한 것에도 잔소리를 하게 된다. 


 “방 청소했어? 빨래했어? 집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 아이들 학원 픽업해야지... 등등” 


 하루에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은 있게 마련이지만, 여기에만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 시간은 빨리 흐르겠지만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사는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모른다면 나중에 ‘후회의 시간’이 찾아온다. 


 적어도 하루 1시간, 안 되면 단 10분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도 스마트 폰을 잠시 끄고, 명상을 하거나 독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러한 시간은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킨다. 


 홀로서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행위다. 그것은 혼자 살거나 또는 가족과 같이 살더라도 마찬가지다. 우선 아침부터 혼자 챙겨 먹는 습관을 들이고, 틈이 날 때마다 주변을 치우도록 하자. 홀로서기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된다.   


 홀로서기를 하는 순간,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 사람들도 같이 행복해진다. 상대방에게 ‘잔소리’도 예방하고,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늦어도 마흔 이후에는 독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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