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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Feb 08. 2021

《승리호》 제법 잘 만든 한국형 우주 SF 영화

 “이 글은 이미 영화를 관람했거나, 아니면 관람할 계획이 없으신 분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자칫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부터 한국 영화 《승리호》에 대한 광고가 줄을 이었다. 넷플릭스에서도 D-day를 알리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 SF 영화는 《용가리》가 먼저 생각나고(물론 《괴물》도 있었지만), 우주영화라면 더더욱 기억에 잘 나지 않는다.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닐까? 


 따라서 제작비(240억 원)나 제작환경을 생각해보면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로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제작비는 약 $3.56억으로 최소 15배 이상이다. 


 그러한 페널티를 감안한다면 이 영화는 한국형 우주 SF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점이라고 일컬을 만 하다. 

 우선 스토리가 참신하고, 교훈적이다. 


2092년 지구 궤도에는 우주 쓰레기가 가득차고, 이를 청소하는 ‘승리호’의 모험과 활약상을 다뤘다. 또한 선택된 5%의 지구인만이 우주 위성궤도에 만들어진 UTS(Utopia above the Sky)에 거주하면서, 향후 새로운 유토피아인 ‘화성’으로 이주를 꿈꾼다. 


 이 5%의 지구인은 분명 든든한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머지 평범한 95%의 지구인은 이미 황무지와 폐허가 된 지구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장 선장 역할의 김태리, 조종사 태호 역의 송중기, 타이거 박 역의 진선규 씨의 호흡이 좋았다.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가 약방의 감초처럼 재미있는 역할을 잘 했다. 목소리는 배우 유해진 씨가 맡았다. (처음에 유해진 씨인 줄 몰랐는데, 로봇의 목소리가 조금 old 하게 느껴진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아마 연륜이 있는 로봇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조성희 감독은 이미 <늑대소년>이라는 히트작을 내서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금번 영화는 COVID-19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극장 대신 넷플릭스 단독 개봉이었는데, 손익분기점은 관객 580만 명이라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은, 그래도 200~300만 명은 최소 동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500만 명 이상은 잘 모르겠다.) 


 신선한 스토리, 배우들의 케미가 좋고, 아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사실 스토리가 너무 신파적이고, 별로라는 의견도 있지만 나는 꽤 감동적으로 관람했다. 마지막에 살짝 눈물도 났다. 결국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과 우정’ 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 아니겠는가? 단순히 흥미 위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수밖에 없다. 


 그래픽도 상당히 훌륭했다. 우주선 내 세트도 잘 만들었다. 할리우드 영화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족의 사랑을 다룬 우주 SF 영화 <인터스텔라>와 비교를 한다면 어떨까? 이 영화의 제작비는 $1.65억이고, 전 세계 매출액은 $6.77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만 관객 동원이 천만 명을 돌파했다. 물론 출연진과 그래픽, 제작비, 음악 등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반면, 한국형 SF <괴물>의 제작비는 110억원으로 <승리호> 절반 수준이었지만, 관객 수는 1,300만 명을 넘었다. 


 이 영화가 천만 영화(만약 극장에서 개봉했다면)가 되기 힘든 점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임을 먼저 밝힌다.  


 첫째, 그래픽은 훌륭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느낌이다. 영화 《스타워즈》를 봐도 이제 별로 큰 감동을 못 느낄 정도로 사람들의 눈높이는 많이 높아졌다. 예전 《매트릭스》 를 봤을 때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런 느낌을 웬만해서는 받기 힘들다. 


 우주선들의 화려한 전투신은 볼만했지만, 사실감보다는 자꾸 온라인 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 강했다. 극장에서 봤다면 조금 달랐을까?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둘째, 주연 배우들의 케미는 좋지만, 외국인 조연들이 아쉬웠다. 악역인 제임스 설리번, 즉 UTS의 회장은 존재감이 약했다. 그를 그렇게 악하게 만든 이유나 배경도 조금 억지가 느껴졌다. 마치 선민사상을 갖게 된 인물인데, 너무 평면적인 인물이었다. 더군다나 각종 조연으로 등장하는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도 자꾸 겉도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국인 배우와 외국인 배우들이 정말 잘 맞는 케미를 보여준 한국 영화가 과연 있었던가? 


 그동안 천만 관객을 끌어 모은 한국 영화를 살펴보면 ‘한국인의 한국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영화’였다. 물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봉준호 감독님의 말씀처럼 그것이 잘못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외국인 배우와의 호흡과 케미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나마《택시 운전사》에서 독일인 기자 연기를 한 배우는 영화에 잘 녹아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처럼 다수의 외국인이 등장하면서 한국인이 주연을 맡은 경우, 웬지 서로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마지막으로 편집과 음악이다. 스토리가 다소 평이하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그래도 편집을 잘 하고, 음악을 잘 살렸다면 좀 더 영화의 생동감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편집이 아쉬운 부분 중에서, 마지막에 여자 악당(?)과 결투하는 장면인데, 갑자기 뜬금없이 나타난 악당(이 전에 두목 주인공 옆에 있었거나 뭔가 비중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이고, 결투를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뭔가 빠진 느낌이 들 정도로 다소 싱겁게 끝났다. 


 화려한 우주선의 전쟁신도 음악과 사운드가 더 살려줬다면 어땠을까 싶다. 시그니처 음악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이러한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선 한 번 쏘지 않은 나라에서 이런 우주 SF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주연 배우들의 대사, 연기, 조합도 좋았다. 장 선장의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아픈 과거가 있는 태호, 터프하면서 마음 약한 타이거 박, 그리고 우리의 업동이(마지막에 약간 놀라운 반전이 있다).  


 앞으로 제 2의, 제 3의 승리호를 기대해 본다. 


* 이번 감상평은 넷플릭스에서 감상한 내용을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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