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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Feb 13. 2021

《1917》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는 1차 세계대전 영화

영화《기생충》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경쟁을 벌였던 작품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는 꽤 많았다. 우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전우애’를 진하게 다뤘다. 전쟁 장면은 그 어떤 영화보다 실감이 난다. 실감이 난다는 것은 즉 잔인하다는 의미다. 카메라는 여기저기 튀기는 살점과 튀어나오는 내장, 잘리는 손, 발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전쟁의 공포를 알려주는 영화는 많다. 영화《덩케르크》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1940년 독일 군을 피해서 달아나는 영국군의 탈출 장면을 다룬다. 한 마디로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잘 도망치는 것’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당연히 병사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좌절감’이 투사되어 있다.


 영화《1917》도 비슷한 맥락이다.


 역시 독일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영국군의 이야기다. 이번에는 독일군의 함정에 걸리지 않도록 영국군 대대 1,600명의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 주요 스토리다. 아군을 최대한 구하는 것이 목적이고, 이를 위해서 단 두 명의 병사가 ‘명령서’를 들고, 약 14km 떨어진 아군의 진지로 향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그동안 대치하고 있던 독일군이 퇴각했다는 정보만 믿고, 이들은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난다. 1km는 도보로 약 14분이 걸린다고 한다. 14km면 약 3시간이 넘는 거리다. 물론 험한 지형과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는 독일군을 감안하면, 더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두 명의 주인공은 전쟁 베테랑 스코필드 병장과 마음이 여린 블레이크 병장이다. 이들은 함정에 빠진 ‘매켄지’ 중령의 부대에게 ‘에린 무어’ 장군의 공격 중지 명령서를 들고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 길로 떠난다. 특히 블레이크 병장의 형인 또 다른 블레이크가 그 부대에 있었기 때문에 동생은 더 급한 마음이었다.


 과연 이들은 명령서를 무사히 전달할 수 있을까? 독일군의 습격을 받지 않았을까? 1,600명의 부대는 목숨을 부지했을까?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영화는 사실주의 입각해서 ‘롱테이크’로 장면이 이어진다. 적어도 7~8분 정도를 한 번도 편집 없이 그대로 찍은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어디에서 편집을 했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나중에 주연 배우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촬영 후 6분 정도 총을 놓쳐서 처음부터 다시 찍었다고 한다. 이러한 NG가 몇 번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배우와 스태프 들의 원망을 들었을까? 상상이 안 된다.


 또한 촬영 시작 6개월 전부터 들판을 걸으면서 동선을 체크하고 연기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노력을 많이 들였고, 그것이 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아마 모든 동선을 머릿 속에 그리고, 대사와 연기도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관객은 긴장을 멈출 수 없다. 물론 요새 관객들은 자극적인 편집에 익숙해져서 꽤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단점보다 이를 장점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전쟁의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에서는 총알이 날라다니고, 총탄에 쓰러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편안한 집안에서, 너무나 안전한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한다. 심지어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면서,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킨다. 참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전쟁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도 이 영화는 꼭 한 번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전쟁의 비참함과 참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들판을 가로지르며 뛰는 장면은 다시 봐도 명장면이다. 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한 인간의 절실함이 느껴진다.


 (참고로 주인공이 뛰다가 다른 병사와 부딪히는 장면은 NG였지만, 그대로 촬영했다고 한다. 오히려 사실감을 더 느끼게 만드는 장면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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