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라는 재료를 책이라는 요리로 바꾸는 과정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나만의 세계를 창조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글을 씁니다. 마침내 텍스트를 완성해서 출판사에 보냅니다. 마치 오븐에 피자를 넣고,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는 것과 같은 마음가짐입니다.
저는 작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출판이라는 ‘요리’에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텍스트’가 제일 중요합니다. 텍스트는 요리의 재료입니다. 작가의 영혼이 담겨있습니다. 사람들은 문장 하나에 감동을 받고, 인생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텍스트를 보내고, 나의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 텍스트가 어떻게 활자화되고, 책의 표지와 본문의 디자인 등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도 관심 있게 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들을 보면서 나의 책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상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책에 대한 안목을 기르는 것이죠.
저는 서평단 활동을 3년간 하면서 많은 책들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거의 600여 편에 달합니다. 서평단에서 공지하는 ‘서평 책’은 알림으로 뜹니다. 하루에 15개, 또는 20개 이상의 책 소개가 있고 거기에 대한 서평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주제의 적합성, 즉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인지. 둘째, 책의 디자인, 제목, 부제목, 카피와 목차, 마지막으로 저자와 출판사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나의 관심 분야가 아니라면 읽기에 부담이 됩니다. 제가 육아 레시피를 읽을 일은 없으니까요. 다음으로 책의 디자인과 제목, 부제목이 좋으면 ‘휠’이 옵니다. 이 책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지막으로 출판사를 보는 이유는 그 책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 출판사의 인지도와 연관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대형 출판사에서 기획한 책은 디자인도 좋고, 내용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실망할 확률이 낮습니다.
중소형 출판사의 책 중에는 디자인과 책의 구성이 아쉬운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물론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출판 수준은 많이 올라갔고, 능력 있는 편집자들이 1인 출판사를 세워서 좋은 작품도 많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중소형, 1인 출판사도 꽤 많습니다. 다만 처음 접하는 출판사의 책에 대한 실패 확률을 말합니다.
저자가 자신의 ‘텍스트’를 출판사에 보낼 때는 ‘믿음’이 있습니다.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의 퀄리티는 나올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그것은 제목뿐만 아니라, 표지와 본문의 디자인, 가독성(폰트, 줄 가격)과 종이 질감 등을 말합니다. 그런데 막상 텍스트가 책으로 탈바꿈되어 나왔을 때, 실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생각한 것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의 ‘텍스트’는 독자와 애초부터 만나기 힘듭니다. 또한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 좋은데, 막상 종이 질이 별로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책을 디자인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본인이 1인 출판사를 할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깊게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출판사에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안목을 키우고, 공부를 할 필요는 있습니다.
얼마 전에 소설책을 출간할 작가님이 책에 대한 소개 및 프롤로그를 저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책의 제목도 너무 좋았지만,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검은색 배경에 고양이 한 마리.
“작가님, 책 표지 디자인이 너무 좋은데요?”
“아네, 제가 직접 만들어서 출판사에 제안한 것입니다.”
그 작가님은 스스로 캐릭터를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이모티콘도 만들 수 있을 정도니까요.
확실히 디자인을 이해하면, 나의 글을 쓰면서도 책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독자들은 ‘텍스트’만 구입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TXT 파일만 저렴하게 구입해도 됩니다(물론 그럴 수는 없지만요). 독자는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제목과 디자인, 가독성 등을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틈틈이 이런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적어도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편집자에게 원고를 넘기면, 편집자는 교정과 교열, 윤문(글을 매끄럽게 만드는 작업) 등을 합니다. 그리고 원고를 디자이너에게 넘기면, 디자이너는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편집자에게 PDF로 보내면, 편집자는 다시 저자에게 보내서 수정사항을 확인합니다. 이것을 ‘1교’라고 합니다.
“디자인이 모두 적용되어 텍스트만 존재했던 원고가 종이에 찍혀 나오는 거죠. 이렇게 나온 교정지를 ‘1 교정지’, 줄여서 ‘1교’라고 합니다.”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
이렇게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 간에 PDF 파일을 교환하면서 보통 3교까지 진행됩니다. 물론 4교, 5교도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PDF 파일을 받았을 때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제 의견을 많이 내지 않았지만, 두 번째 책에는 표지와 본문 디자인에도 많이 관여해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확실히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조심해야 할 것은 있습니다. 지나친 관여입니다. 최종 결정권은 출판사의 편집자, 디자이너 분들에게 있기 때문에 의견 제시는 좋지만,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문가에게 결국 맡겨야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나의 뜻대로만 책을 만들고 싶다면 직접 책을 제작하는 것이 낫습니다.
전자책은 Sigil이라는 무료 프로그램을 쓸 수 있습니다. 반면 종이책 출간을 위한 인디자인 소프트웨어는 Adobe사에 월간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시험 삼아 무료 테스트 사용을 해봐도 괜찮습니다. 사용법은 유튜브나 온라인 강의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PDF는 인쇄소에 보내져서 ‘인쇄감리’를 통해서, 색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 작업을 하고, 가제본을 만들어서 최종 책의 형태로 받아본 후 오케이 여부를 결정합니다. 물론 이것도 편집자가 결정하지만, 그전까지(PDF 파일)는 저자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제본’을 처음 받았을 때의 감동도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기념으로 꼭 간직하고 있습니다.
결국 원고라는 ‘텍스트’는 편집과 디자인을 거쳐서 인쇄소에서 책으로 완성됩니다. 여기까지 제조입니다. 제조가 끝나면 ‘물류’입니다. 책을 창고에 넣고, 배본사에서 책을 유통합니다. 물론 책을 어디에 보내는지는 출판사에서 결정합니다. 이렇게 책이 서점에 진열되는 것이고, 독자를 만납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과정뿐만 아니라, 책의 디자인을 공부해두면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텍스트’라는 재료를 책이라는 ‘맛있는 요리’로 만드는 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