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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y 07. 2022

걷기

행복의 조건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행복은 그냥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잘 알지 만요. 다만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행복의 기준’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그리고 젊은 시절 믿었던 행복이라는 막연한 동경은 이제 아주 소소하면서 사소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는 그 순간을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도 내가 행복을 느낄 때의 순간을 적어두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일종의 매뉴얼 만들기입니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그 매뉴얼에 따라서 실행을 하면 자연스럽게 행복 에너지의 전원이 켜지면서 내 몸에 주입이 되기 때문입니다.


1. 걷기


제가 요새 가장 중요시하고 즐기는 것은 바로 걷기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이를 실천하는 이는 드뭅니다. 회사를 가도 엘리베이터 앞에 대부분 줄을 선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과감하게? 계단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저희 회사는 유난히 층과 층 사이의 간격이 높아서 4층을 걸어도 6층 정도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가뿐하게 오를 때도 있고, 숨을 헐떡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하루에 5,000보 이상은 걷고자 노력합니다.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인 셈이죠. 


퇴근 후에 동네 산책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 약속이 없는 날은 되도록 집에 일찍 오려고 합니다. 집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고, 이미 회사에서 10시간 이상을 보냈기 때문에 더 있는 것보다 집으로 오는 것이 에너지 안배를 위해서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밤에 화려한 네온사인을 보면서 아파트 주변을 걷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해질 무렵이 제일 좋습니다. 가을이나 겨울에는 힘들겠지만 봄이나 여름에는 해가 점점 길어지기 때문에 7시 경이되어도 여전히 해가 떠 있습니다. 그럴 때는 집에 오자마자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섭니다. 아직 저녁 식사 전이기 때문에 가벼운 몸으로 아파트를 천천히 가로지릅니다. 그러면서 하교하는 아이들, 학원 마치고 학원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엄마 또는 아주 가끔은 아빠, 예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아파트에 들어오기 위해서 길게 늘어선 퇴근 차량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걸음을 옮깁니다. 


아파트를 가로지르고,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ㄹㄷ슈퍼마켓이 나옵니다. 딱히 무엇을 산다기보다는 그 앞을 지나가면서 장을 보는 사람들, 차를 길가에 잠시 세워두고 무언가를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나갑니다. 바로 옆에 이웃한 두 개의 치킨 집에서 나오는 향긋한 냄새, 그리고 강아지 병원을 지나면서 혹시 강아지가 있나 쳐다보고, 공원 앞을 지나면서 운동에 진심인 사람들, 또는 편안하게 산책하는 분들도 봅니다. 


이렇게 아파트를 가로지르고, 횡단보도를 지나고, 슈퍼마켓 앞으로 지나고, 공원 앞을 걸어서 큰 길가를 따라서 산책로를 걷습니다. 여전히 많은 퇴근 차량들이 집으로 또는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걷다 보면 적어도 3천 보 이상을 걷게 됩니다. 


회사에서 5천 보, 집 앞에서 3천 보, 약 8 천보를 걸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물론 만보라는 목표가 늘 머릿속에 있지만, 때로는 완벽한 것보다 약간 모자란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8 천보만 꾸준히 걸어도 건강에는 도움이 되니까요. 무엇보다 동네에서 산책을 할 때면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다시금 차오르고, 재충전됨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행복함을 느낍니다. 


행복은 그런 것 같습니다. 작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생활에서, 그리고 사소한 것에부터 시작합니다. 그것을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요. 


아직 무언가 답답하거나 힘들다면 우선 걷기를 추천합니다. 되도록 음악이나 아무것도 보거나 듣지 않고 그냥 걷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마치 마음과 몸에 쌓인 노폐물들이 조금씩 빠져나감을 느낍니다. 몸과 마음이 정화됨을 느낍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위를 꾸준히 반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두 번 정도로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나가기 귀찮다면 동네 슈퍼에 가서 맛있는 아이스크림, 또는 캔 맥주 등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서 나간다고 생각하면 더 좋겠죠. 중요한 것은 걷는 것이니까요. 걸으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 됩니다. 내 관절이 삐걱대지 않고, 윤활유를 친 자전거처럼 부드럽게 움직여서 감사함을 느낍니다. 주변에 사람들과 풍경은 덤으로 얻게 됩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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