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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n 09. 2022

《나는 아프지 않은 척했다》 서평

“러시아의 소설가 투르게네프는 인간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생각만 많지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햄릿’ 형과 우스꽝스러운 존재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실수를 해도 저지르고 보는 ‘돈키호테’ 형이다.” - p163


나는 겉보기에는 햄릿형이지만 실수를 해도 일단 저지르고 보는 돈키호테 형이기도 하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일도 앞장서서 하고, 주저하는 것도 거리낌 없이 행한다. 그리고 종종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 말한 것처럼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저지르고 후회’하는 편이다. 힘들 때도 많다. 평탄한 아스팔트 길을 가면 되는데 호기심에 자갈밭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프지 않은 척했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상처받는 돈키호테이지만 나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했고 지금도 그렇다. 속은 타들어가는데도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어른들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한 집안의 가장은 가족들 앞에서 별일 없는 것처럼 강한 척하고, 친구나 동료들 앞에서 자존심 때문에 역시 별일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저자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렇기 제목을 지은 것 같다. 나는 아프지 않은 척했다… 사실 살면서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어른이라고 생각할수록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은 척한다.


“누군가를 향한 나의 마음이 열려 있음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결국 힘들어하는 사람은 나다.”


누군가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상처를 많이 받는다. 나는 많은 것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나를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또는 손해를 본 느낌이 들기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말한 것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은 ‘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느낀 점을 솔직히 토로한다. 비록 사람에게 고백하고 나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빚을 내어 작은 서점을 차렸고 결국 문을 닫았지만, ‘다시 도전'할 것을 주문한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실패'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애매하게 끝내는 것보다 ‘분명한'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 햄릿형처럼 고민만 하다가 시작을 못하는 것보다 차라리 돈키호테처럼 돌진해서, 무언가 결과물을 내는 것이 나은 것처럼 말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실망하여 끝을 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까지 마음을 닫을 필요는 없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면 된다.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했다면 꼭 다시 시작하라”는 저자의 조언이 마음에 와닿는다. 상처받은 관계도 극복보다는 귀를 닫으며 나의 길을 가다 보면 어려웠던 일이 잊힌다것이 꽤 현실적인 조언이다. 때로는 귀를 닫아야 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소음을 다 받아들이다 보면 내 몸과 마음이 버틸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면서, 수많은 실패에 대해서 솔직히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강요보다는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가장 보편적인 우리의 인생이면서 경험해봤을 일들, 또는 그렇지 않은 일들도 있지만, 동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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