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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l 03. 2022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

에너지 전쟁의 흐름과 전망으로 읽은 미래 경제 패권 시나리오

“과거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가 위협할 경우 자국 영유 가스관을 잠그거나 파괴하겠다는 카드를 쓸 수 있었다. 그러나 노르트스트미1,2 가스관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는다. 2012년 9월에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완공되고, 그 직후인 10월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15만 병력을 배치하여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킨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69 


유가가 고공행진이다.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1차 원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요 대비 석유 공급이 부족하다. 미국의 이란 석유 수출 제재도 아마 수급에 영향을 주는 것이리라. 유가는 결국 물가 인상과 소비 심리를 위축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의 왕국인 미국에서도 전보다 주유비가 2배는 증가했고, 운전자들은 전과 다르게 소위 ‘가득’ 기름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22년 이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두려움은 인플레이션인데, 가장 큰 요인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고 그 중에서도 국제유가의 상승이다." - p65 


이 책에서 저자는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제국’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그만큼 에너지는 우리에게 너무 중요하면서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는 당연히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등이 기존의 석유, 석탄 에너지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세계의 경제는 석유와 석탄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민감한 시국에 이 책은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만약 애덤 스미스가 오늘날 ‘국부론’을 쓴다면 부의 원천은 석유 혹은 석탄과 같은 에너지이고 부의 증진은 에너지원의 확보와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서 이루어진다고 쓸 것이다." - p26


세기를 대표한 에너지가 석탄이었다면 20세기는 단연코 석유다. 20세기 전반기에 미국은 압도적인 석유 생산량을 통해서 강국으로 부상했다. 많은 이들이 중동이 최대 산유국이라고 인지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사우디 등과 같은 주요 산유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원유에 대한 의존은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도 미국의 대일본 석유 수출 제재, 1942년 독일과 소련 간 처절한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그곳이 석유의 주요 공급로 였기 때문이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미국도 원유에 대한 수급을 의식해서,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을 일으키게 되었다. 전 세계적인 석유의 수급 안정성은 미국의 중동에 대한 편집증적인 관심을 불렀다. 

출처: Pixabay


이러한 양상은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이 2018년 세계 제1위의 산유국dmfh 등극하면서 부터다. 물론 미국의 산유량은 전체 시장의 10%이고 대부분 내수용이기 때문에 아직도 중동의 원유 공급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전보다는 중동 지역을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최근 우-러 전쟁으로 인한 원유 수급 문제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구원 요청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2010년 이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중동에서 역할 축소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 p41


사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세계 5위의 원유 수입국이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이 외부의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지를 반증한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열심히 돈 벌어서 그 돈으로 에너지원을 조달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테헤란로’도 1977년 이란 테헤란 시장을 초청해 강남의 한 곳을 테헤란로로 명명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당시 이란은 세계 산유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거대 산유국이었다. 지금은 미국, 사우디, 러시아에 이은 세계 4위의 산유국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 때문에 2018년 하반기 이후부터 이란산 원유 도입이 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숙제는 재생에너지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 유럽 국가들이 발 빠르게 나서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따라가는 후발주자다. 물론 유럽 국가들은 이미 일찍이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했고,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중심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출처: Unsplash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한국이 7.2%인데 반해, 미국은 20.6%, 일본은 2.7%다. 그런데 주요 유럽 국가는 무려 40%를 넘는다. 심지어 중국조차도 재생에너지 투자에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이고, 비중도 29%나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국은 경제 규모와 인구를 고려하고, 여전히 석탄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1위다. 미국의 두 배 수준이다. 


결국 석탄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석탄은 여전히 가장 값싼 자원이다. 또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석탄 사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 제조업의 발전이 필요하므로 탄소 중립을 다른 국가 대비 10년 늦은 2060년으로 설정했다. 

우-러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 물가 상승,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노력이 더 심화될 것이다. 다만 지구의 환경과 인류의 지속을 위한다는 대의명분 하에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은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국의 산업 구조가 다르고, 경제 발전 상황, 그리고 석유, 석탄, 원자력 발전의 수급이 다른 현실에서 앞으로 적어도 30년 과연 어느 국가가 에너지 제국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더 많은 지혜가 필요할 때다.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지낸 저자는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에게 많은 인사이트와 시사점을 제공한다. 에너지 분야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들, ESG를 통한 환경 보호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세계 5위 석유 수입 대국, 한국은 앞으로 30년, 이 엄청난 에너지 시장의 대전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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