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목에 차오를 때 써야 합니다

by 나단 Nathan 조형권

얼마 전에 회사 후배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 산속에 있으면서 조용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길을 잘못 들어서 논두렁을 따라서 운전하다가 과연 이곳에 음식점이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애꿎은 내비게이션만 계속 쳐다봤습니다. 과연 N 내비를 끝까지 믿어야 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T 내비로 바꿔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행히도 음식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단 음식점뿐만 아니라 커피숍, 조그마한 호텔, 심지어 교회도 있어서 하나의 조그마한 타운을 형성했습니다. 저희들끼리 추론한 바로는 혹시 교회와 연관된 음식점이 아닌가 였고, 역시 계산대에 성경구절도 있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일행 중 두 명은 기독교 신자였고, 저와 다른 한 명은 불교 쪽에 가까웠습니다. 종교를 떠나서 이런 산속에 조용한 분위기의 식당, 카페, 숙소는 많은 영감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멋진 풍경을 감상하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회사 동료 이야기, 업무 이야기 등 늘 하던 대로 딱딱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제가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업무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네요.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혹시 글을 쓰시나요?”

일반적으로 대화의 주제는 남 이야기 아니면, 드라마, 영화인데요. 가끔 책도 있지만요. 그런데 뜬금없이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새로웠을 것 같습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후배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혹시 다들 일기 쓰시나요? 저는 힘들 때만 일기를 쓰는데, 최근에는 회사 생활이 좋은지 안 쓰게 되네요.”
“저도 글을 쓰고 싶은데 무엇을 써야 될지 모르겠어요. 혹시 브런치 하시나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언제 글을 쓰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브런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브런치에 글을 어떻게 쓸지 저한테 문의를 해서, 저는 본인이 갖고 있는 글을 몇 개 정도 올려서 심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했고요. 물론 탈락하시는 분들도 있지만요.


일단 중요한 것은 ‘주제’였습니다. 다들 어떤 주제를 쓸지 고민을 했습니다. 일기는 사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평소 벌어진 일을 기술하고 느낀 점을 쓰면 되는데요.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은 조금 다른 차원이니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경험’을 쓰는 것입니다. 오늘 있었던 일뿐만 아니라 과거의 일을 회상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죠. 그렇게 생각을 풀어서 쓰다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다음 단계는 키워드를 정해 보는 것입니다. 여행, 코로나19, 분리수거, 맛집 탐방, 친구, 가족, 회사 동료, 업무, 스트레스, 재테크 등. 그 키워드에 맞춰서 글을 써보는 것이죠. 이렇게 키워드에 맞춰서 글을 쓰다 보면 하나의 공통분모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서 국내 여행에 대해서 쓰다가 맛집 탐방, 그리고 친구와의 여행, 스트레스 해소 등 하나의 큰 줄기로 엮어지면서 ‘여행 에세이’가 만들어집니다.


『책 쓰기 첫 경험』의 저자인 석경아 작가께서는 책 쓰기의 절반이 차례, 즉 목차라고 했는데요. 저도 여기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키워드 작성이 끝나면 각각의 키워드 밑에 그와 관련된 경험 혹은 감정 한 줄로 짤막하게 정리했다. 이렇게 키워드마다 나의 이야기를 더하면 글을 풍성하게 써 내려가는 데 도움이 된다.”

photo-1483546363825-7ebf25fb7513.jpg 출처: Unsplash

책을 ‘집’이라고 가정한다면, 목차는 집을 구성하는 골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둥을 세우고, 틀을 잡아두면 그다음에는 안에 인테리어, 즉 내용물을 채워가는 것입니다. 이때 앞서 석경아 작가께서 언급한 바와 같이 키워드 위주로 묶으면 차례를 구성하기가 좀 더 수월합니다.

저도 이 방법을 아직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작가님 말씀대로 목차를 구성하고 나서 글을 씁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40~50% 정도 만들고, 나머지는 글을 쓰면서 목차를 만듭니다. 그리고 목적성을 갖고 글을 씁니다. 그냥 생각을 풀어쓰더라도 그것이 나중에 책의 한 주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한 마디로 완성될 집의 형체를 상상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책을 세 권정도 내고 나니, 요령이 생긴 것 같습니다. 결국 책의 제목을 정하고, 목차를 만들면서 글을 쓰고 그것이 30~40개의 목차를 이룰 때 책의 모양을 갖추는 것이고요.


특히 중요한 것은 평소에 글을 쓰는 것입니다. 내가 책을 쓰겠다고 책상에 3~4시간 앉아있는 것보다 평소에 10분이라도 떠오르는 생각과 주제로 글을 쓰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목에 차오를 때 글을 써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경험과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면 어느 순간 이것을 글로 풀어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저의 생각이 정리되고, 차오른 것이 조금씩 내려앉음을 느낍니다. 만약 제가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후에 썼다면 절대로 떠오를 수 없는 생각과 아이디어입니다.

그때 후배들한테는 이런 프로세스까지 자세히 설명을 못했지만(점심시간도 길지 않아서요) 글의 주제를 잡고 쓰는 법에 대해서 정리하면 하기와 같습니다.


1. 자유롭게 쓰기 : 현재, 과거 경험, 생각에 대해서 기술하기(가족, 친구, 회사, 취미 등) → 2. 목적성을 갖고 쓰기 : 키워드를 적고 거기에 맞춰서 글을 써보기 → 3. 목차 구성하기 : 키워드를 묶어서 목차 구성하기 → 4. 출간 : 제목을 정하고 출간하기(일단 브런치 북부터)


물론 1번까지만 해도 충분하겠지만 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거나, 또는 어떤 목적성을 갖고 글을 쓰고 싶다면 2~4번까지 추천드립니다. 꼭 책을 출간하지 않더라도 브런치 북이라는 형태로 가상의 형태로 온라인 공간에서 나만의 책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글을 쓰는 재미가 훨씬 더 커질 것이고요.

결국 써야 합니다. 글감이 목에 차고 넘치기 전에 그전에 사소한 일이라도 기록하고 느낌을 적으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일기를 쓰던 후배가 한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일기를 쓰니깐 과거에 제가 어떤 생각을 한지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때의 고민과 지금의 고민이 그다지 다르지는 않지만요”
photo-1434030216411-0b793f4b4173.jpg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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