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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l 31. 2022

《가끔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좋은 사람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관계의 기술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말라》의 저자는 사람과의 관계를 이렇게 비유했다. 즉 사람마다 거리에 따른 관계가 다르다는 것인데, 친밀한 관계이면 45cm 이하의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고, 이 외에는 개인적, 사회적, 공적인 거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연인이나 가족 사이는 45cm 이하의 거리에서도 편안함을 느끼지만, 직장 동료나 업무상으로 만나는 사람과 이 거리를 유지한다면 꽤 어색하다.


 45cm의 거리는 우리에게 ‘선’일 것이다.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45cm의 거리 안에 두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떤 때는 아무도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유명한 라이프 코치인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젊은 시절 뇌종양 등으로 15번이나 큰 수술을 받으면서 몸에 흉터를 갖게 되었다. 자신의 흉터를 감추면서, 감정도 감추고자 했다. 그러면서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 되었고 더 많은 상처를 받게 되었다. 마침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선’을 긋기로 결심했고, 그러한 선 긋기가 지금의 저자를 만들었다.


 우리는 농담처럼 “어, 선 넘네?”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선 넘기는 관심과 배려, 공감의 표시다. ‘착한 사마리안’을 찾기 위한 유튜브 방송이 있다. 그 방송을 보면 물을 사달라는 아이, 목마를 태워달라는 아이, 좌절에 빠진 군인 등 다양한 설정이 나온다. 시민들의 반응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내 일처럼 걱정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우리나라의 따뜻한 ‘정’을 느끼면서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이는 긍정적인 선 넘기의 효과다. 반대의 경우도 많다. 혼자 있고 싶은데, 자꾸 말을 걸고, 함께 하자고 부추기는 경우다.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피곤해서 쉬고 싶었는데, 친한 친구가 같이 파티에 가자고 했다. 평소의 저자였다면 아무리 피곤해도 ‘친구와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라도 옷을 챙겨 입고 나갔을 것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친구에게 거절의 뜻을 밝혔고, 친구도 약간 당황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했다.


 “선을 긋지 않았기 때문에 인생에 불필요한 사건들이 생길 뿐 아니라 스트레스, 불안, 죄책감, 억울함도 생긴다는 사실을 마침내 마주하기까지 나는 오랫동안 힘든 배움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 p15 

출처:  Unsplash

 우리에게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있다. 반면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이에게 불편함을 주지만 적어도 본인은 행복하다. 반면 선량한 사람들은 가스라이팅을 받고는 한다. 얼마 전에는 이러한 현상이 흉악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다. 남편의 선량하고 거절을 못하는 성격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선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의 하나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도 인생의 일부라고 받아들일수록 기꺼이 자신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게 된다.” - p21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록 누군가를 잃게 될 수도 있지만 나의 선을 지켜주지 않는 사람은 차라리 떠나보내는 편이 낫다. 그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은 것이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사람이 되라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동정과 관심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의 것을 모두 포기하면서 무조건 퍼주기만 하다보면 스스로 지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눠줬다면,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공감은 훌륭한 능력이지만 지나치게 공감한 나머지 방안의 기운을 빨아들일 정도가 되면 너무 지쳐버리고 만다.” - P69


 저자가 제안한 나만의 이너서클을 만드는 방법도 유용해 보인다. 절친, 좋은 친구, 친구, 지인, 그 외 다른 사람으로 나눠서 인간관계를 분류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쓸 에너지를 안배하는 것이다. 물론 절친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대화를 나눌 것이지만 말이다. 만약 이러한 구분이 없다면 지인이나 그 외의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 때문에 막상 절친을 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절친은 나의 속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인데도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는 더욱 복잡해지면서 종적, 횡적인 관계로 늘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잘 안배해야 한다. 나와의 시간도 필요하다. 혼자 있으면서 사색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선’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선’도 중요하다. 내가 나의 선을 중요시하는 만큼 상대방의 선도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바람직한 관계가 될 수 있다.


 “선을 긋는 것과 존중하는 것은 함께 이루어진다. 누군가 내게 선을 그으면 내 안에서 상대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작게 피어난다.” - p313 


 이 책은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특히 다수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분들에게 언제 ‘선’을 그을지, 어떻게 하면 강약을 조정하면서 나의 ‘선’을 지킬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모두가 자신의 ‘선’을 지키면서, 때로는 선을 넘어서 공감해 주고, 사랑을 나눠준다면 바람직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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