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When breath becomes air

by 나단 Nathan 조형권

“결국 의사도 희망이 필요한 존재였다.”


숨결은 나에게서 나온 생명, 바람은 자연이다. 한 사람의 숨결이 결국 바람이 된다는 것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제목만큼 내용도 그렇다.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성공한 30대 중반의 신경외과의 의사가 암에 걸려서 세상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의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신경외과라면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특별한 소명 의식이 있지 않다면 결코 할 수 없는 분야라고 한다. 이렇게 힘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곧 결실을 이루기 위한 시기였는데, 폐암에 걸리고 만다.


이 책의 주인공인 폴, 그리고 같은 의사인 루시. 이들은 의과대학원에서 만나서 사랑을 싹 틔우고, 결혼했다. 하지만 험난한 레지던트 시절을 보내면서 조금씩 멀어지게 된다. 오히려 폴이 병에 걸리면서 서로의 존재와 사랑을 확인한다.


저자는 원래 문학을 전공했다. 늘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갖고 있었고, 그 답을 찾기 위해서 마침내 의대생이 됐다. 다른 동기들이 보다 편한 분야를 선택할 때,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느낄 수 있는 신경외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깨달았다. 오히려 죽음과 가까운 곳에 있으면 죽음을 온전히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환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죽음을 택한 동기, 교통사고로 죽은 동기가 있는 반면,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기들을 바라보면서 그도 성공의 꿈을 불태웠다. 그렇게 인정받고 성공의 문 앞에서 레지던트 6년 차로 곧 전문직 의사와 교수의 꿈을 잡으려고 하던 차에 암 선고를 받았다.


이렇게 삶이라는 것은 묘하다. 그는 수많은 환자들을 수술하면서 점점 더 삶과 죽음에 무뎌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환자 가족들에게는 의무적으로, 하지만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마음을 다독이고, 같이 고민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피상적이었음을 깨달았다.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 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다.”


그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레지던스 과정을 쉬기로 했다. 그러면서 병마와 싸우는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제 자신이 주어가 아니라 목적어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해서 최대한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가 살면서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오르고,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환자가 된다.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 세계에 가장 카리스마 있고, 명망 있는 사업가였지만 ‘암’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 각종 민간요법, 치료법 등을 모두 사용했다. 마치 그가 아이폰으로 혁신을 일으킨 것처럼 자신의 몸에도 큰 혁신과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죽음이 신이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고 말했지만, 죽음 앞에서는 겸허해졌다. 그도 바람이 되어서 이 세상을 떠났다. 죽음 앞에는 누구나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떠한가?


항상 건강하고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모든 가전제품에 수명이 있듯이 나의 몸에도 수명이 있다. 함부로 쓰면 언젠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병원에서 ‘선고’를 받아야 정신이 번쩍 든다. 빨리 깨달으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몸을 믿으면 죽음의 신을 빨리 부르게 된다.


다행히 저자는 에마라는 뛰어난 주치의를 만났다. 그녀와 함께 치료법을 갖고 논의하고 병마와 싸웠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를 준비했다. 그는 의사이기 때문에 자신의 수명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알고 있었다. 홀로 남은 아내를 위해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서로 협의 하에 아이를 갖기로 했다. 시한부 인생이었지만 인공 수정을 통해서 아내는 아기를 임신했다. 또한 아내의 향후 커리어와 앞날을 생각해서 재정적인 준비도 했다.


저자는 책을 모두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뒷이야기는 아내 루시가 담담히 마무리 지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모든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 죽음은 80년 후에 찾아올 수 있고, 어느 날 갑자기 불청객처럼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중요하다. 저자는 죽음의 두려움을 알았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죽음은 우리 곁에 있다. 언제든지 우리를 불쑥 찾아올 수 있다. 죽음을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이겠지만 죽음이 주는 메시지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의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고, 편지 대신에 글을 썼다. 언젠가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전도유망한 신경외과 의사. 그는 이제 다른 것보다 아이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 되었다.


“2015년 3월 9일 월요일, 폴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원 침대에서 숨을 거두었다. 8개월 전 우리 딸 케이디가 태어난 분만 병동에서 2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 아내 루시


책의 뒷부분에 아내 루시가 담담히 남긴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앞을 가린다. 폴은 자신의 죽음에 맞서서 최대한 노력했고, 마지막 순간에 연명을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가 평생을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 했던 죽음에 대한 답을 찾았지만 말이다.


“죽는다는 사실은 무섭지만 죽음도 삶의 일부일 뿐이다.” - 폴 칼나니티


본래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저자는 죽음을 앞두고 책을 남겼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가 말한 죽음이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의미도 이러한 것 같다. 죽음에 다다라서 그는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의 꿈을 이뤘다. 그는 사랑스러운 딸과 한 권의 책을 남겼다.


얼마 전에 날씨가 너무나 아름답고 숲은 푸르렀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다면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끝을 맞이하고 싶다고.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듯이, 숨결은 곧 바람이 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나의 묘비에는 어떤 말이 쓰일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우리가 고민하는 많은 것들이 쉽게 풀리거나 대수롭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너무나 감동적인 책을 읽어서 좋았다.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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