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치명적인 폐암에 걸린 의사의 이야기 《숨결이 바람 될 때》를 감명 깊게 읽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 죽음을 다루는 의사도 비켜나갈 수 없다는 것, 어떻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는 것도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책이다.
이 책《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책도 삶과 죽음을 다룬다. 우연찮게도 이 책의 저자도 의사이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외과의사다. 역시나 인도계 의사이고, 《숨결이 바람 될 때》저자인 폴 칼라니티처럼 저자 아톨 가완디도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 정치, 경제를 공부하고, 의학을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두 저자의 글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미 4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외과의사와 작가를 병행하는 저자. 그는 이 책에서 의사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책은 3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성실함에 관하여, 올바름에 관하여, 새로움에 관하여’를 다룬다.
병원 내 감염 문제부터 의사의 도덕과 윤리, 보험 정책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일’이라는 것을 다룬다. 그는 무엇보다 의사의 소명의식을 강조한다.
“가장 단순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로 비치겠지만 의사가 따라야 하는 원칙은 바로 이것이다. 늘 싸우라는 것.”
의사도 사람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의사에 대한 기대가 높다. 반드시 병을 고쳐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의지한다. 그런 기대와 달리 의사는 모든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없다. 또한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능력 밖임을 인정하고 손을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단,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물론 미국 공공 예산의 4분의 1 이상이 임종 전 마지막 6개월에 투입된다고 하지만 말이다.
설혹 환자의 목숨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평생 병상에 누워있거나 힘들게 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전쟁터에서 팔과 다리를 잃어서, 예전 같으면 당연히 죽었을 목숨을 현대 의학과 시스템, 의사들의 헌신으로 목숨을 구하더라도 말이다. 그 사람의 앞으로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답하기 어려운 결과가 있더라도 의사는 성실히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의사의 끈기로 인해서 남들이 다 포기한 생명을 구해서 새로운 삶을 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 점에 대해서는 뭐라고 결론을 짓기 힘들다. 만약 내가 죽을 뻔했다가 살았는데, 평생 병상에서 살아야 한다면, 나의 목숨을 살린 의사를 원망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생명을 얻어서 감사해야 할까? 결국 사람마다, 처한 경우마다 다르다고 궁색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저자의 성실함이 책 곳곳에 느껴진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것을 꼼꼼히 기록했다. 심지어 의사들이 밝히기를 거리끼는 수입, 또한 사형수의 죽음을 도운 의사들의 이야기, 부자들을 대상으로 현금을 받아서 부를 쌓은 의사 등. 그는 다양한 취재를 통해서 의사의 의무, 윤리, 직업관 등을 다뤘다.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같이 생각을 하자는 것이다.
그가 분명히 반대를 표시하는 것은 의사의 죽음에 대한 관여다. 의료기술의 고도화된 발달로 사형 기술은 의사들의 전문지식을 요구하고 있고, 그것은 의사들의 윤리와 위배된다. 의사의 역할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지 ‘생명을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미국 주에서는 독극물 주사를 통한 사형이 일반화되었다. 아무래도 그것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결백한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사형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극악무도한 사람의 사형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의사들이 사형 집행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다.
“사회는 우리에게 막강할 능력을 주었다. 우리가 이러한 능력으로 개인에게 해되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게 된다면 그러한 신뢰를 저버릴 위험이 커진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의사는 병원에서 막강한 존재다. 환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들의 생명을 쥐었다, 놨다 할 수 있고, 그들을 무의식 상태로 만들고, 배를 가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강조한 윤리의식이 공감이 간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이 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하는 흉악범들에 대한 사형 방법은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 전기의자, 가스실, 교수형 등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깔끔하게 고통 없이 죽는 독극물 주사가 많은지.
이렇게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민거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의사에게 ‘희생’과 ‘윤리의식’, ‘성실함’을 강조했다. 물론 모두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기 힘들 것이다. 그러기에는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분야에 따라서 틀리겠지만 응급실, 외과, 신경외과 등은 어려운 분야임에 틀림없다. 매일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에게 성실함과 윤리를 강조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물론 그만큼의 대가도 있다. 저자는 일반외과 의사의 경우 평균 26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정형외과, 심장전문의, 종양전문의, 신경외과의 등은 흔히 1년에 50만 달러 이상을 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수술에 대한 스트레스와 높은 강도의 노동시간, 보험회사의 의료비 지급 기피 이슈, 의료 소송 등의 문제가 잔존한다고 말한다.
원제인 《BETTER》가 말해주는 것처럼,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새로운 시도를, 변화를 모색하라. 자신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횟수를 세어 보라. 그것에 관한 글을 쓰라. 사람들의 생각을 물어보라. 그렇게 대화를 지속해 나가라.”
무엇보다 저자는 환자를 질병 자체로 보지 말고,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기를 주문했다. 사소한 질문이라도 좋으니, 환자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한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내가 겪은 일을 적고 알리면 반드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직업에 대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쭉 읽으면서, 나의 직업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나는 과연 어떤 자세로 일에 임하고 있는가? 충분히 반성하고, 고민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이 책은 생명과 죽음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직업윤리와 가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가 출연한 다큐멘터리인 <Being Mortal>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라는 작품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