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향한 우리의 여정은 아폴로 8호에서 시작됐다.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 닐 암스트롱
2019년은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해서 탐사를 시작한 지 50년째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에 인류는 전설로만 내려오는 달의 신화를 확인했다. 물론 토끼와 절구 방아는 없었다. 치열한 냉전 시대에 미국이 소련을 앞지른 달 착륙 프로젝트. 사람들은 아폴로 11호와 닐 암스트롱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전에 무수히 우주를 향했던 머큐리와 제미니, 그리고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한 아폴로 8호가 있었다. 또한 이 우주 프로젝트에 지원 후 불의의 사고로 숨진 우주 비행사들의 희생도 있었다.
《타이탄》이라는 책을 보면, 일론 머스크, 제프 베저스는 이미 화성 탐사, 심지어 화성 식민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그만큼 이들 민간인 CEO들에 의해서 우주탐사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나도 처음에 화성 식민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나 공상과학 같다고 생각했지만, 50년 전에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 미국의 존 케네디 대통령이 1962년 달 탐사 계획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 꿈에 환호와 열광했겠지만 이를 현실화 시킨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넘어야할 산이 너무나 많아서 아득할 정도였을 것이다. (참고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는 1975년에 나왔다.) 냉전시대에 소련은 우주과학기술에서 이미 미국을 앞서 나가고 있었다. 1957년 10월에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했고, 61년 4월에 첫 유인 우주선인 보스토크 1호로 지구 궤도를 1시간 넘게 돌았다.
자존심이 구겨진 미국은 소련을 앞지르기 위해서 NASA를 1958년에 설립하고, 본격적인 우주 탐험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어지러운 상태였다. 베트남전쟁이 발발하고,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베트남 국민도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1960년대 후반에는 반전 운동이 일어났고, 68년에는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이 암살당했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언급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주 프로젝트는 어려운 환경에 있었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이 프로젝트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렇게 힘든 시기에 우주 탐사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 또한, 자긍심을 안겨주었다. 어떻게 보면 경제학적으로 전혀 말이 안 되고(돈만 부어대는),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인 우주탐사였다.
하지만 이들을 달까지 이끈 것은 오직 ‘인류의 꿈’ 때문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싶은 호기심과 열망이 바로 그것이다. 콜럼버스가 1492년 미지의 세계로 항해를 나갔을 때도 이러한 꿈과 열망이 작용했다. 물론 그때는 경제적인 이유가 더 컸다. 식민지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서 일확천금을 꿈꾸기 위함이었다.
달 탐사는 그렇지 않았다. 과학적인 지식을 체득하는 것과 두 강대국의 자존심 경쟁 외에는 큰 이득이 없었다. 먼 미래를 위해서 원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투자였다. 우주비행사들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이 프로젝트에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대부분 기혼자였고 가족이 있었다. 가족들은 이들의 무모한 도전을 반대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했다.
프랭크 보먼, 짐 러벨, 빌 앤더스는 최초로 달로 향한 우주비행사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도 이들을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닐 암스트롱만 기억했다. 하지만 아폴로 11호가 달 탐사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폴로 8호의 기여가 절대적이었다. 아폴로 8호는 앞으로 달 탐사 수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처음으로 지구 궤도를 벗어나서 달에 접근했고, 달 궤도에 진입했고, 달 표면을 촬영했다.
물론 이들도 욕심이 있었다. 최초의 달 탐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했다. 프랭크 보먼과 짐 러벨은 2인승인 제미니 7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돌며 최초로 2주간의 장기 비행을 했다. 제미니호는 3인승인 아폴로호보다 작아서 몸을 아예 움직이지 못하고 앉아만 있어야 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체력과 지식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과 결단력, 그리고 강한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사실 두려움 앞에서는 누구나 위축이 되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끊임없는 반복 훈련을 통해서 하나씩 극복해 나간다.
또한 보먼과 러벨의 공통점은 여러 가지 핸디캡을 극복하고 꿈을 이뤘다는 점이다. 보먼은 테스트 파일럿 시절 고막을 다쳐서 고막이 한 개밖에 없었고, 웨스트포인트 입학할 때도 대기자 명단에 있다가 간신히 들어왔을 정도다. 어쩌면 젊은 시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좀 더 능숙해진 것 같다.
“달에 가서 깃발을 꽂고 싶은 동료가 있다면 얼마든지 자리를 내어 줄 생각이었다. 보먼의 냉전은 끝이 났다.”
이 세 명의 우주 비행사는 영웅이 되었다. 적어도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에 성공하기 전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겸허했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책을 읽다 보면, 우주 비행을 위해서 관제탑, 엔지니어, 우주 비행사, 학계, 정계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만나게 된다. 또한 수많은 실패, 그리고 수정과 반복. 이러한 것들을 지겨워지도록 해내는 정신력이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케네디 대통령은 61년에 달 탐사 선언 후 63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결국 그가 목표로 제시했던 1970년 전에 달 탐사는 성공했다. 그것은 68년에 아폴로 8호의 달 궤도 진입 성공이 뒷받침되었고 69년에 마침내 결실을 이뤘다.
작가의 시선은 사람에 머문다. 우주 비행사들의 과거,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각종 이해관계자에 대한 과거를 되짚어본다. 누군가는 아폴로 프로젝트의 성공은 시스템 덕분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스템을 이루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이 시스템을 수정하고 반복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는 ‘스토리’가 있다. 수많은 사람이 우주탐사를 꿈꾸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 다양한 이유가 모여서 강력한 목적이 생겼고, 포기하지 않는 힘을 실어줬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드라마틱한 전개와 감동, 전율 등을 느끼며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앞으로 50년, 60년 후에 인류의 꿈은 어디로 향할까? 그때는 화성 탐사에 대한 스토리를 엮은 책들이 나올까? 인류의 탐험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책을 읽고 나니 <퍼스트맨>,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스> 등의 우주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의 꿈도 우주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