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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Dec 17. 2022

또다시 시험 보는 꿈

어제 자정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5 반에 알람 덕분에 잠깐 잠에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직(?) 토요일이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꿈을 꾸었습니다. 학창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꿈에 출연했습니다. 내일모레가 수능 시험(참고로 저는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이라고 하는데, 형은 옆에서 시험 치고 난 후 원서 내는 대학에 모두 붙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주변에서 질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습니다. 꿈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다시 시험 본다면 과연 예전 내용이 기억날까?


당연히 그럴 일이 없는데 말인데요. 이미 30여 년 가까이 지났는데 어떻게 시험을 볼 수 있을까요? 물론 영어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수학은 최근에 아이들 공부 봐준, 중학생 정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데요.


장면이 또다시 바뀌면서, 이제는 다른 방으로 제가 들어갔습니다. 방이 추워서 창문의 문을 꼭꼭 닫고 다시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눈을 뜨니 이미 7시 40분이었고, 회사 출근에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출근 준비를 하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업무 관련 문자가 울렸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보고서는 잘 마무리되었고, 이제 온전히 주말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라는 문자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어제 보고서를 쓰고 송부한 후, 아직 최종 보고가 되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에 ‘시험 보는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있을 때면 대학교를 졸업 못 하는 꿈을 꾸거나(학창 시절 학점이 좋지 않았습니다), 늦잠을 자서 회사에 지각하는 꿈을 꿨습니다. 회사원들이 직장 생활하면서 가장 진땀을 흘리는 경우는 늦잠을 잘 때죠. 


꿈은 사람의 심리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늘 여러 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과거 1,000년, 100년 전보다 삶은 복잡해지고 훨씬 더 많은 인풋을 받으니까요. 과거에는 이웃집, 옆 마을에서 들려오는 소문, 가끔씩 오는 서신 정도가 전부겠지만요. 지금 우리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인풋이 무궁무진합니다. 수많은 데이터들이 계속 누적되니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게 되겠죠.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단점도 있습니다. 어제 '아바타2' 영화를 보면서도 업무 관련해서 연락이 올까봐 노심초사했습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3시간 동안도 온전히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도 언제든지 원할 때 볼 수 있습니다. (자꾸 라떼는 말이야가 나오지만요) 예전에는 TV를 시청하려면, 채널 권을 뺏기 위해서 쟁탈전을 벌이거나, 온 가족이 모여서 같이 드라마를 시청했습니다. 영화는 '주말의 영화', '토요 명화'를 같이 시청했고, 또한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손에 땀을 쥐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스마트폰을 꺼내서 몇 번만 터치하면 바로 영화나 드라마 관람이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주 다양한 콘텐츠에 노출되다 보니 우리의 뇌가 편히 쉴 수가 없겠죠. 아마 어제 취침 전에 시청한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면서 느낀 긴장 심리 상태가 꿈에 영향을 줬을지도 모릅니다.


밖에는 하얀 눈이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집에서 따뜻한 커피 마시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가끔씩 눈을 감상하면 좋습니다. 밖으로 나갈 엄두는 안 나지만 그래도 눈길을 걸으면서 산책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초중고생을 둔 아빠들은 주말이 온전히 아이들 학원 픽업에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짬짬이 시간을 잘 내야 합니다. 


미끄러운 길 운전, 보행 조심하기길 바랍니다. 이제야 조금씩 잠에서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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