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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Dec 24. 2022

염화칼슘을 뒤집어쓰며 느낀 감사의 마음

출근길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습관처럼 주차장을 벗어나 집 앞에서 좌회전을 하고 대로변을 잠시 달리고 50km, 30km 속도 제한에 맞춘 후 톨게이트에 접어들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미 습관으로 정착된 패턴입니다. 출근길까지 약 46km를 달려야 합니다. 다행히 새로 생긴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 덕분에 전보다 6km 정도 출퇴근길이 줄었기 때문에 이 톨게이트를 자주 이용합니다.


비몽사몽으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서 고속도로에 접어들려고 할 때, 옆에 큰 트럭 한 대가 제 차 앞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는 별생각 없이 양보를 했는데, 웬걸 갑자기 ‘두두두둑’, ‘두두두둑’ 하면서 염화칼슘이 차에 뿌려졌습니다. 약 10초 이상 염화칼슘 세례를 받고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는데 왠지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염화칼슘이 차 엔진으로 들어가서 엔진이 녹스는? 말도 안 되는 불안감에 빠졌습니다. 알고 보니 그날 오후 이후 또는 다음날 눈 예보가 있어서 미리 제설 작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한 후 세차를 맡겨서 꼼꼼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출근길에 종종 제설차를 만났습니다. 이제는 경험이 쌓여서 제설차가 보이면 적어도 옆에, 옆에 차선으로 비켜납니다. 그래도 ‘두두두둑’ 소리가 나고는 합니다. 아무래도 소금가루를 완전히 피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작년과 비교해 봤을 때, 눈이 너무 많이 내렸습니다. 특히 저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고 운전을 해야 하는 운전자에게는 눈 소식이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길이 막히고, 미끄럽고,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에 운전을 하면서 ‘블랙아이스’ 때문에 죽었다, 살아나신 분을 몇 분 보고 나니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출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회사원의 숙명이니까요. 폭설이 내릴 때는 목숨 걸고 출근하는 비장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리 평소보다 속도를 20% 이상 낮춘다고 해도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사고가 닥칠 수는 알 수 없습니다.


다행히 제가 다니는 길은 고속도로여서 제설차가 수시로 다녀서 눈이 쌓이지 않았습니다. 도로는 반들반들하고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물론 터널 앞이나 뒤쪽에 언제든지 출몰할 수 있는 ‘블랙아이스’를 생각하면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요.


그러면서 제설 작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눈에 띄지 않게 인프라를 책임지시는 분들 덕분에 그나마 별 사고 없이 다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인스타그램에 누군가 올린 한 도시의 사거리는 아이스링크처럼 얼음판이었지만, 대부분의 큰 길들은 그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2018년 초 중국에서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로 집 앞에 플라스틱이 산더미처럼 쌓인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 다른 처분 방식을 찾아서 이제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폐기물량을 줄였지만, 여전히 어딘가에서 폐기물은 쌓이고 있을 겁니다. 우리에게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되면 훨씬 더 생활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매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워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는 아침마다 마음 놓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쓰레기를 매일 처리해주시는 여사님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쓰레기를 버리고는 합니다.


이렇게 사회 곳곳에서 소리 없이 인프라 유지하고 서비스를 담당하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막상 잘 안 되고 어려움이 생기면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이 들게 마련입니다. 만약 제설 작업이 안 된다면, 폐쓰레기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음식물 쓰레기가 비워지지 않는다면, 아파트 복도를 청소하지 않는다면? 아마 며칠만 지나도 좀비들이 출몰하는 도시처럼 변할 것입니다.


비록 출근길에 염화칼슘을 뒤집어썼지만(정확히는 제 차가), 그 덕분에 아직까지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 없이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고, 이 글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전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도 눈은 이제 그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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