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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an 01. 2023

잔치국수란 나에게 무엇인가?

너무 거창하게 제목을 붙였지만, 잔치국수는 저의 favorite, 최애 음식입니다. 그전에 한 가지 저의 이상한 습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종의 ‘정리병’입니다. 맥주나 와인을 마시면, 제 나름대로 랭킹을 정해서 엑셀로 정리해 두고, 음식점을 다니면 저만의 맛집 리스트를 기록합니다. 책도 그렇고,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기록을 해둬야 나중에 까먹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다시 한번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권유하고 싶은 방법입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름대로 랭킹 20위를 정리해서, 매번 업데이트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순위는 엎치락 뒤치락입니다. 하지만 늘 1/2위를 다투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잔치국수와 꼬막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꼬막에 대한 애정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만큼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의 강렬한 감동이 없습니다. 물론 꼬막의 맛있는 간장 양념과 쫄깃한 맛은 여전히 좋습니다. 다만 감동이 옅어졌습니다.


반면 잔치국수에 대한 사랑은 여전합니다. 그냥 면발 자체가 좋습니다. 멸치 국물에 면과 달걀만 풀어도, 그냥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입안 가득 면이 들어갈 때, 충만감을 느낍니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늘 이런 유언?을 합니다.


“아빠, 나중에 제사상에 다른 것 말고, 잔치국수만 올려주라.”

“싫은데? 치킨 올릴 건데?” (예상했던 답변입니다. 역시 청개구리입니다. 오히려 치킨 올려달라고 해야, 잔치국수를 올려주지 않을까 싶네요.)


호박과 김치를 볶은 것도 맛있지만, 이제는 그러한 고명은 조금만 올리고, 국수 자체의 면발과 국물을 즐깁니다. 새해를 맞아서 와이프가 잔치국수를 해준다고 했을 때, 마음은 이미 ‘잔치’였습니다. 아이들은 잔치국수를 안 좋아하기 때문에(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저녁에 뿌링클 치킨 주문해준다고 네고를 한 후, 잔치국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국물을 마시고, 면발을 후루룩 들이키며, 새해를 맞이합니다. 면발만큼 길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요. 아마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잔치국수’를 먹고 싶다고 할 것 같은데요. 인생의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 것 아닐까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는 것, 그리고 즐길 수 있다는 것.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나의 넘버원 음식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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