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결혼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결혼식장을 찾았습니다. 강남 학동 사거리 근처의 엘~ 호텔에서였습니다. 막상 주차를 해보니 꽤 익숙한 곳이었는데, 예전에 조카가 결혼을 한 장소였습니다. 구성원은 신부 측이었지만, 사내 커플이어서 옆 부서의 신랑 측도 알고 있었습니다. 신랑 측 구성원을 보기 위해서 다른 담당님도 참석했습니다. 식장은 양쪽으로 10개 테이블, 한 테이블에 10명 정도 남짓 앉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결혼식장 메인 통로 쪽으로도 식탁이 일직선으로 늘어져있었습니다(마치 패션쇼처럼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모티브는 유럽풍의 세련된 느낌을 낸 것 같았습니다. 천장도 높고, 문도 크고, 테이블 위에 높게 솟은 몇 개의 촛대가 고급스러움을 더 했습니다(물론 가짜 촛대였지만요).
코로나19 이후로 결혼식 참여를 안 했지만, 구성원의 결혼식이라서 참가했습니다. 예전과 다른 점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별로 안 보였는데, 아마 신랑, 신부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친구나 직장 동료가 아직 자녀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70~80% 이상의 친구나 직장 동료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나이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요.
문득 20여 년 전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결혼식에 정말 많이 다녔고,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요. 이제는 결혼식에 초대받을 일도 별로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로 축의금으로 대신합니다. 축의금 10만 원을 내고, 온 가족을 데려가는 것도 민폐니까요. 차라리 현금만 보내는 것이 더 낫습니다.
비록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이제 사람들은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결혼식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신랑, 신부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중에 결혼식 앨범을 봤을 때, 마스크를 낀 하객들의 모습. 이것이 하나의 ‘뉴 노멀’이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마스크를 벗고,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이 더 어색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음식은 괜찮았습니다. 샐러드, 스테이크, 와인, 초밥(3조각), 잔치국수 등. 딱 적당한 수준의 양과 적당한 수준의 맛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결혼식장의 음식을 먹으면서 옆에 계신 담당님, 팀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예전에는 결혼식 끝나고 결혼식 찍은 비디오나 CD를 받았는데, 이제는 파일로 받겠죠?”
“결혼식이 20분밖에 안 걸리네요. (주례도 없고요)”
“마스크를 끼고 사진을 찍으니, 조금 특이하기는 하네요.” 등등.
옆에 담당님은 결혼 26주년, 팀장님은 20주년, 저는 16주년. 결혼 베테랑이 된 분들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결혼식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이 있었지만, 결혼식이 끝나기 전에 미리 나왔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과 코로나 19가 바꾼 풍경들, 그리고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젊은 친구들의 뭔가 들뜨고 흥분한 모습들(나도 예전엔 저랬지). 저 친구들도 앞으로 살면서 기쁨과 슬픔, 고난과 역경을 겪겠지. 그러면서 더 성장하고, 서로를 생각하게 되고 진정으로 어른이 되어가겠지 등.
일요일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Until the end〉라는 곡을 들으면서 집에 왔습니다. 부디 행복하게 오래 살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