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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pr 19. 2020

독서중독은 행복이다.

 “신간이 나오면 가슴이 설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꼭 읽고 싶다. 책의 디자인을 보면서 내용을 상상해 본다. 서점에 들르는 것이 취미다. 가끔 책의 냄새가 향기롭다.” - 어느 독서중독자의 고백 


 오늘도 교보문고, YES24 등 대형서점의 광고 이메일이 온다. ‘읽기 좋은 봄에는 문학과 함께, 봄꽃 유리컵 증정!’, ‘좋은 책 + 좋은 책 = 더 좋은 독서!’ 등 다양한 제목이 눈에 띈다. 특히 금주의 추천도서나 신간 등은 눈여겨보게 된다. 경제, 역사, 인문, 에세이, 소설 등 아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쇼핑몰에서 할인, 신제품 광고도 가끔 오지만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 지금 입는 옷도 충분하고, 내가 애용하는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도 아직 멀쩡하다. 기술이 발전해서 스마트폰이 접히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왠지 구매 욕구가 당기지 않는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새로운 신간의 알림은 나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신간뿐만 아니라 스테디셀러 중에서도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때 희열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에 가장 가슴 설렌 광고는 이문열 작가가 평역한《삼국지》의 개정 신판이다. 자칭 삼국지 마니아인 나로서는 너무나 기쁜 뉴스다. 언제쯤 이 책을 사야 할지 고민이 된다. 물론 서재와 책장의 물리적인 공간을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결정이 될 것이다. 그래도 20~30만 원의 옷이나 전자제품, 가방보다 누군가 이 전집을 선물해준다면 기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증상은 과연 무엇인가? 여러분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가? 바로 ‘독서중독’이다.


 일반적으로 ‘중독’(中毒) 이라는 의미는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독’이라는 한자에는 ‘해치다’라는 의미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중독, 게임중독,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카페인중독, 드라마중독 등 다양하게 중독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이 중에서 우리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중독은 없다. 당연히 중독은 해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건전한 중독도 있다. 그것이 독서중독이다. 이 용어는 사전 상에는 없고, 대신 ‘활자중독’이라는 말이 등록되어 있다. 


 “활자중독 : 활자로 인쇄되어 있는 것들은 모두 읽어야 마음이 놓이는 심리 상태” - 《국어사전》


 독서중독은 일종의 활자중독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희열감이 있다. 심지어 좋아하는 책의 겉표지를 봐도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 같다. 물론 조금 과장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도파민은 훨씬 더 자극적인 환경에서 분비된다. 술, 담배, 게임, 스마트폰, SNS 등을 하거나 그 행위를 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뇌에서 분비가 되고 쾌락을 느끼면서 차츰 중독이 된다. 


 독서는 좀 더 은은한 중독이다. 사실 책 한 권을 안 읽었다고, 일이 손에 안 잡히거나, 불안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마음의 안식을 얻거나 깨달음을 얻는다. 이것은 단순히 도파민의 분비와는 다르다. 더욱 큰 의미의 기쁨이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독서 중독은 행복이다.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 시력이 나빠지거나 거북목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훨씬 더 큰 행복을 전달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을 때, 제일 조명을 받은 분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생필품, 그리고 콘텐츠다. 사람들이 인간관계로 보내는 시간은 어마어마하다. 직장뿐만 아니라 학교, 각종 동호회, 사회단체, 친목회 등에서 누군가를 만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다못해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런데,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좀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되었다. 꼭 필요한 모임이 아니면 자제한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콘텐츠를 찾는다. 넷플릭스의 서버가 과부하가 되고, 각종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오른다. 집에서 영화도 참 많이 본다.


 나도 요새 즐겨보는 미국 드라마가 있고, 영화도 가끔 즐겨본다. 독서와 글쓰기는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새삼스럽게 이러한 좋은 습관을 갖게 된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왜냐하면 드라마, 영화, 인터넷 콘텐츠, SNS 등은 수동적인 행동이다. 마치 소파에 몸을 누이고 앉아서 콘텐츠가 나에게 전달하는 것을 그냥 받아들인다. 이 콘텐츠들은 우리를 때로는 기쁘거나 슬프게 하고, 심지어 (가상의 누군가를) 미워하게 만든다. 우리의 마음을 휘저어놓는 장치들이다.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도대체 당신은 왜 이렇게 심각해? 그냥 보고 즐기고 스트레스 풀면 되는 것 아니야?” 물론 그냥 보고 즐기면 된다.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해지면 ‘중독’ 증상이 나타나면서 무기력해진다. 특히 즐겨보는 드라마가 종영되었을 때 허무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마치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은 후유증을 앓게 된다. 바로 도파민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찾으면서 그 허전함을 달래려고 한다. 이러한 사이클을 죽는 그 순간까지 반복하게 된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남는 시간은 콘텐츠를 소비한다. 한 달 후, 1년 후, 10년 후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제2의 현빈과 손예진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죽는 그 순간까지 소비자로만 남을 것인가? 인생의 객체가 될 것인가? 주체가 될 것인가? 


 독서하고 글을 쓰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와 책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내 삶에 적용해 본다. 역사, 인문, 자기계발, 철학 등 딱딱한 책이 아니더라도 에세이, 소설 등도 나의 삶을 아주 풍요롭게 만든다.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짧게 몇 줄이라도 남기는 습관을 들이면 삶을 보는 시각이 바뀐다. 인생의 주체가 된다. 


 그렇다고 책만 붙들고 있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주로 아침이나 점심, 또는 주말에 책을 읽는다. 저녁에는 몸도 마음도 피곤해서 휴식을 취한다. 그럴 때는 가벼운 주제의 책, 또는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한다. 


 하지만 아침의 시작은 언제나 책과 함께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래야 나의 중심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의 리듬이 ‘행복’을 준다. 독서중독이 행복이라고 이야기하면, 다소 오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중독자만이 알 수 있는 행복이다. 책을 많이 읽지 않더라도 좋은 책의 몇 구절만 읽어도 삶이 달라진다. 


 독서중독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중독의 효과를 알려면 적어도 일주일, 또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중독들은 효과가 1초 이내에 나타난다. 

 지금까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나서 허무하다고 느낀 사람은 만나질 못했다. 기쁨과 행복, 또는 진지한 성찰의 눈빛을 봤을 뿐이다. 독서중독자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행복을 느낀다. 이 기분을 더 많은 사람이 느꼈으면 한다. 독서중독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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