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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y 27. 2023

외국인에게는 낯선 '한'

팀 페리스도 처음 알게 된 단어...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뉴스 레터(5-Bullet Friday)에서 '한'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There's a uniquely Korean word for rage and regret. So why I never heard of it?"



그가 인용한 기사를 읽어보면 한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Han is often described as an internalized feeling of deep sorrow, resentment, grief, regret, and anger"



이 글은 Eunice Kim이라는 캐나다 교포가 쓴 글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릴 적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우연히 '한'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한'.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자신에게 맺힌 것이 '한'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서 지내야 했고, 생일을 친구와 친구 가족들과 보내야 했으니까요. '가족과의 오랜 결별'이 그녀에게는 '한'으로 남은 것입니다.


사실 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한이 맺혔다. 한 많은 세상. 한을 품었다. 한 많은 민족. 한 맺힌 마음. 귀가 아프도록 들었고 실제로 한이 맺힌 분들도 많이 봤죠.


어릴 적부터 들은, 제일 오싹한 말 아시죠? 마치 '전설의 고향'이 연상됩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맺힌다.



한에 대해서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외세의 침략과 전쟁, 가난과 질병 등으로 고생을 하고, 가족과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결국 남과 북이 나뉘어서 수많은 이산가족이 생긴 것도 많은 이들에게 한이 될 것입니다. 연인 간에는 안타까운 이별을 하는 것이 한이 되고, 부모는 자식에게 좋은 교육과 환경을 제공 못 하는 것이 한이 될 것이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를 많이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한은 우리 민족에게 내재화된 DNA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외국어로는 '한'을 대체할 단어가 없겠죠.


한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바로 '아리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러한 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최근 드라마는 바로 '파친코'입니다. 소설로도 유명한 이 드라마는 일제 강점기에 평범한 한국 여성이 겪은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나라를 잃은 민족이 겪은 한과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이 외에도 한국인의 '한'을 담은 책이나 드라마, 영화, 시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한은 이렇게 개인적인 또는 국가적으로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맺힌 감정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이 원동력이 되어서 지금 우리나라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한국인의 한은 음악과 예술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고, 분단과 가난의 한은 지금의 경제 대국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좁은 영토와 단지 5천 만의 국민으로 일구어낸 성과입니다.


물론 성공에는 늘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한'을 풀기 위해서 너무 무리하게 달린 나머지 부작용도 많습니다. 그동안 성공을 위해서 감내했던 각종 비리, 불합리, 갑질 등. 성공하기 위해서 일과 공부에만 매달리다가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OECD 국가 중에서 자살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빌보드 차트에서 1위하는 것에는 많은 관심을 갖지만, 암울한 1위는 애써 외면하려고 하죠.


이제는 조금 더 자신을 돌아보고, 내실을 다졌으면 합니다. 한을 풀었으면 합니다.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한은 쉽게 풀리지 않겠죠. 한은 우리 민족의 정서니까요.


'한'.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입니다. 잘 다루면 에너지가 되고, 잘 못 다루면 '화'가 됩니다.


https://www.cbc.ca/radio/docproject/there-s-a-uniquely-korean-word-for-rage-and-regret-so-why-had-i-never-heard-of-it-1.511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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