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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pr 23. 2020

작가에게도 필요한 꾸준한 독서 비법

 점심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식탁 위에 올린다. 드라마나 인터넷 뉴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기 위함이다. 요새는 이러한 틈새 시간을 이용한 독서가 습관이 되었다. 물론 자리에 앉아서 한, 두 시간을 집중해서 책을 읽는 집중 독서도 도움이 되지만 독서에 대한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러한 틈새 독서도 필요하다. 


 사실 책상이나 소파에 앉아서 지금부터 한 시간 동안 책을 읽자고 마음을 먹으면 부담감이 먼저 엄습한다. 이미 ‘독서의 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면 전혀 문제가 안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책을 손에 집어 들고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TV 리모컨이나 주변에 놓인 스마트폰에 눈길이 간다. 5분 정도 흐르면 나의 손은 이미 둘 중의 하나를 만지작거린다. 


 따라서 집중 독서를 하려면 모든 방해물을 차단다고 독서에 집중해야 한다. 나의 몸을 의자에 묶어둔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말이나 새벽, 밤늦은 시간을 제외한다면 온전히 독서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 어렵다. 특히 책을 늦은 시간에 읽다 보면 피로감이 몰려와서 글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혼합해서 쓰고 있다. 아침에 기상해서 10분 정도 자기 계발서를 읽고 힘을 낸 후 점심에는 내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읽는다. 역사, 정치, 사회, 인물 등 이슈를 다룬 책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책들은 논픽션이고, 나의 시야를 크게 넓히는데 도움을 준다. 취침 전에는 마음이 편하고,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이 때는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소설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조금씩 맛보면서 나의 시야를 넓힌다. 한 번에 10권 ~ 20권을 동시에 읽게 되는 셈이다. 


 책을 맛보다 보면 진정으로 가치를 느끼게 하는 책들이 있다. 이런 책들은 주말에 시간을 두고 좀 더 집중해서 읽는다. 문제의식을 갖고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한다. ‘과연, 저자의 의도는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어떤가? 지금 나의 글이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렇게 고민하다 보면 어떤 책을 읽든 나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다. 작가라면 이러한 과정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꾸준한 독서를 이어갈 수 있을까? 


 많은 독서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서 몇 권을 읽을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면 자신에게 상을 주는 것이다. 50권을 읽으면 갖고 싶은 것을 선물하거나 여행을 간다. 이것도 좋은 동기다. 나도 예전에는 독서량을 중요시했다. 200권, 300권 읽을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들고 나에게 상을 주고픈 마음도 들었다. 


 지금도 독서량을 체크하고 있지만 이제는 독서량 자체보다는 책에서 어떤 메시지를 받고, 그것을 잘 활용할지 고민하는 편이다. 고민을 하면 할수록 새로운 답을 찾게 되고, 그러면서 더 많은 책을 읽게 된다. 


 최근에는 ‘퍼포먼스’가 나에게 큰 화두였다. 시중에는 어떻게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자기 계발 서적이 나와 있다. 책의 저자마다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이 방법을 제대로 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결국 사람마다 다르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A가 주장한 방식이 몸에 맞는 사람이 있고, 오히려 B가 주장하는 것이 더 이로운 사람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론의 책을 읽고 연구하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았다. 


 꾸준한 독서의 첫 번째 비법은 ‘호기심’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면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그것이 재테크 등을 위한 실용 독서가 될 수 있고,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한 성찰 독서가 될 수도 있다.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면 독서가 너무 재미있다. 


 두 번째는 중독성이 더 강한 것들을 삼가야 한다. 독서와 미드, 게임, SNS 등을 엄밀하게 비교해보자. 어느 정도 독서 공력이 쌓인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보다 자극적인 것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SNS에 올린 맛집 사진, 나의 멋진 모습들, 흥미로운 사진 등에 대해서 이웃이나 모르는 누군가가 ‘좋아요’를 누르면 기분이 좋다. 이미 ‘좋아요’에 중독된 것이다. 

 대신 두꺼운 고전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으려고 하면 손이 잘 안 갈 것이다. 나에게 한정된 자유 시간이 4시간이라면 그중에 3시간을 다른 곳에 쓰고 나면 책 읽을 시간이 1시간이다. 그나마 1시간이라도 책을 꾸준히 읽으면 좋겠지만 이미 나의 에너지가 고갈되어서 책에 대한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가 단맛이나 짠맛을 몰랐을 때는 음식이 싱겁더라도 그냥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고 나면 더 이상 싱거운 음식을 먹기 힘들다. 아무리 몸에 좋지만 말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독서가 나의 몸과 건강에 좋더라도 그보다 더 큰 자극에는 어쩔 수 없다. 우리의 뇌는 더 큰 자극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물론 어느 정도 독서력을 키운다면 그러한 자극을 최소화할 것이다. 따라서 독서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자극을 멀리해야 한다. 독서가 나의 몸에 익고 나면 그때는 조금씩 시간을 정하고 다른 자극적인 행동을 해도 된다. 하지만 결코 과하면 안 된다. 

 만약 여러분이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 갇혔는데, 그 안에 도서관만 있다고 하자.(물론 무인도에 도서관만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당연히 책을 읽으면서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고, 큰 깨달음을 얻고, 독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아침 기상 후 10분, 점심시간 20분, 저녁 식사 후 30분을 모으면 한 시간이 된다. 주말은 좀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많은 독서 전문가들은 자신이 책을 읽을 공간을 확보하고, 이 곳에서는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나만의 신성한 공간이다.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나의 의지다. 하루 한 시간을 SNS나 인터넷 검색으로 보낼지, 드라마 한 편을 감상할지는 온전히 내게 주어진 선택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가지가 모두 양립하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꾸준한 독서를 실천하면, 호기심을 갖고, 자극적인 것을 멀리하고, 나만의 독서 시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독서에 몰입하려면 삶이 보다 단순해져야 한다. 또한 삶의 리듬을 잘 지켜야 한다. 과도한 음주나 과로는 피하고 적당한 운동으로 컨디션을 잘 유지해야 한다. 눈을 보호하는 비타민을 주기적으로 섭취하고, 책을 읽을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독서량에 큰 집착을 할 필요는 없지만 나의 독서량을 기록하고,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면서 저자의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 특히 작가라면 그 메시지를 나의 것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도움이 되는 표현이나 사례도 잘 기록해야 한다.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좋은 미각’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작가의 본분이고 독자들에 대한 예의다.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겠지만 작가의 삶이란 그렇다. 어느 정도의 희생이 필요하고, 누구보다 삶의 밸런스를 잘 유지해야 한다. 꾸준히 독서하고, 써야 한다. 글을 많이 접할수록 내공은 비례해서 늘어난다. 

 오늘도 내 손 안에는 종이책, 전자책이 들려있다. 무엇을 먼저 읽을까? 행복한 고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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