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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pr 24. 2020

서평, 단계별 쉽게 하기

 “나는 독서 감상문 쓰는 것이 제일 싫어~!”


 아이에게 감상문을 쓰라고 하면 바로 이런 반응을 듣는다. 아마 대한민국, 전 세계의 많은 자녀들이 대부분 같은 반응일 것이다. 그만큼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단순히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옮기는 것이라면 그럴 것이다. 어렸을 적에 감상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책 읽기도 힘든데, 무슨 감상문까지 써야 하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상문, 즉 서평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독서도 분명히 나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고 좋은 행위이지만 독서를 마치고 난 후의 단계가 더욱 중요하다. 나의 생각과 느낌을 간략하게 한 줄이라도 어딘가에 적어두면 그 책을 기억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또한 한 줄을 적다 보면 책의 내용을 한 번 더 생각하기 때문에 ‘내재화’시킬 수 있다. 그냥 내 몸을 아무런 여과 없이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잔재가 남게 마련이다.


 지금 책장을 한 번 둘러보자. 현재 꽂혀있거나 과거에 읽은 책들 중에서 내용이나 그 느낌과 감동이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글로 옮겨두면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나중에 그 책을 다 펼쳐보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책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작가에게 서평은 책 쓰기와 마찬가지다. 서평의 구조도 글의 한 꼭지 흐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서론, 본론, 결론이 있다. 서평을 많이 쓰다 보면 당연히 나만의 글쓰기 내공도 증가한다. 하지만 첫술부터 배부를 수 없기 때문에 서평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작가도 처음에 글쓰기 워밍업이 필요한 것처럼 서평도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하는 서평의 단계는 4단계다. 

 1단계는 인상적인 구절에 줄을 치고, 사진을 2~3개 찍고, 자신의 의견, 생각을 쓰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은 10분 남짓 걸린다. 굳이 노트에 적지 않아도 되고, SNS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올리면 된다. 인스타그램에 서평을 올릴 계정을 따로 만들거나, 블로그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요새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기 때문에 인스타가 노출은 더 클 것이다. 나는 2가지를 모두 활용한다. 블로그에 장르별로 폴더를 만들어서 서평을 쓰고, 이 중에서 인상적인 책은 인스타에도 같이 올린다. 블로그의 장점은 일목요연하게 내가 읽은 책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히스토리를 관리하기에 좋다. 궁금한 책은 바로 블로그 내에 검색하기를 이용하면 된다. 


 2단계는 한글 A4 용지에 한 페이지 정도로 서평을 쓴다. 폰트는 10 ppt, 줄 간격은 160%로 한다. 단락을 구분하고, 책을 쓰는 것과 같은 형식을 취한다. 1단계와 마찬가지로 인상적인 문구를 2~3개 찾아서 인용하고,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적는다. 이 방법의 장점은 내가 쓴 서평을 잘 관리할 수 있고, 글의 한 꼭지를 작성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사실 이 정도만 꾸준히 해도 서평으로서 충분하다. 

 하지만 서평 쓰기에 좀 더 욕심이 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3단계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문단 간 띄워쓰기 포함해서, 1.5페이지나 2페이지로 쓴다. 이 정도가 보통 책의 한 꼭지 분량이 된다. 물론 나만의 생각만 채우기에는 힘들기 때문에 서론과 결론을 정한다. 서론에는 책의 디자인, 제목, 목차, 저자 등에 대해서 간략이 설명을 하고, 결론은 저자의 서문이나 책 뒤표지에 쓰여 있는 핵심 주제를 읽고 나의 생각을 적는다. 이것만 해도 이미 반 페이지 이상 채우게 된다. 보통 일반적인 서평의 형태이고, 이 정도로도 역시 충분하다. 만약 좀 더 고급 단계로 가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단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틀을 갖춘 상태에서 서론에서 책 소개는 간략히 하고, 저자의 생각 반, 나의 생각 반 정도로 글을 써서, 이 책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흡수하는 ‘흡수’ 서평이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나의 책을 쓸 때도 바로 가져올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다. 그리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저자와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서평을 쓸 때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서평의 품격’이다.  

 먼저 저자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이나 비평은 삼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서 사소한 오타, 잘못된 근거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평을 하고 저자의 수준을 폄하하는 것은 나를 낮추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근거가 없고, 편향된 의견을 가진 책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서평을 쓰지 않으면 된다. 나도 아주 가끔 그런 책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굳이 서평을 안 써도 되지만, 출판사에서 요청한 서평인 경우는 조금이라도 좋은 점을 찾으려고 한다. 약간의 비평도 섞어놓지만 결국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내가 앞장서서 악플을 다는 것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특히 글을 쓰는 작가라면 책을 내놓기 위해서 쏟아부은 그동안의 노고(적어도 6개월 ~ 1녀)를 잘 알 것이다. 


 두 번째는 맞춤법 검사다. 나 같은 경우는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이용한다. 혹시 한쪽에서 못 잡은 오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사람도 아닌 작가가 쓴 서평인데,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창피한 일이고, 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다 된 후에는 블로그나 카페에 글을 올린다. 사진도 몇 개 넣고(2~3개),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글을 배치한다. 이 또한 서평의 품격이다. 문단의 구분 없이 글만 가득 채우면 독자는 당연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약 400편의 서평을 남겼지만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나보다 서평을 훨씬 더 잘 쓰는 고수 분을 만날 때도 많다. 그때는 더 배우려고 노력한다. 제일 중요한 점은 불완전하더라도 꾸준히 서평을 쓰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서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만의 서평’만이 존재할 뿐이다. 

 다행히 서평을 전문으로 쓰는 카페에서도 서평으로 인정을 받아서 상도 받았고(역시나 책을 사랑하는 카페답게 책 20권), 출판사나 온라인 서점에도 내 서평이 오른 적이 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역시 책을 읽고 그것을 글로 남겼을 때 독서가 완성된다는 느낌이 든다. 


 서평에도 목표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매일 30분 책 읽기,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은 서평 쓰기와 같은 시스템, 그리고 올해 50권의 서평 남기기와 같은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와 시스템이 없다면 서평은 한 번만 쓰고, 계속 안 쓰게 된다. 

 먼저 단계별 서평부터 시작하자. 독서를 완성하는 길이고, 또한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작가도 서평을 쓰면서 더 좋은 책을 만나고, 그 표현을 익힐 수 있는 일거양득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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