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단 Nathan 조형권 Apr 27. 2020

완벽한 서평은 없다

“모든 인생은 실험이다. 실험은 많이 할수록 좋다.” - 랄프 월도 에머슨


 미국의 에세이 작가이자 시인인 에머슨이 말한 것처럼 인생은 실험의 연속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실수하고, 실패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통해서 무언가를 얻느냐, 아니면 마느냐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거나 다른 사람을 탓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먼저 돌아보고 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한다. 


 서평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거창하게 인생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에서다. 너무 완벽하게 서평을 쓰기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다 보면 스스로 지치게 마련이다. 그 글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서평에 지나치게 많은 힘을 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서평을 대충 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 단계 높은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글의 내용을 내 것으로 소화하고 이를 풀어쓰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면 책의 내용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 내가 쓰는 글의 좋은 소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평을 쓰는데 4~5시간의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 적어도 1~2시간이면 내 생각을 정리하고 소화하는데 충분하다. 나 같은 경우는 서평을 쓸 때 시간을 재는 편이다. 보통 2시간 내로 서평을 쓰고, 더 빠른 경우는 1시간 이내다. 그 정도의 시간을 들여도 집중해서 글을 쓴다면 충분히 좋은 서평을 쓸 수 있고, 독자도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평론가라면 다른 이야기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 더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책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부류의 책을 가져와서 비교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책을 검증하고, 독자에게 깊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평론가의 일이다. 물론 여러 작품을 평론해야 하는 평론가도 완벽한 서평을 쓰기는 힘들다. 너무나 많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독자이거나 작가라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서평을 쓰는 편이 낫다. 온갖 종류의 서적을 포함한다면 국내에 출간되는 서적은 하루 130권을 넘는다고 한다. 이 중에는 비슷한 주장을 하는 저자의 책도 있고, 아닌 책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이거나 작가라면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서평을 쓰고 다음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 그것이 더욱 다양한 책을 읽고 기록하는 방법이다. 한 권의 책을 깊게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책을 접하는 것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 


 완벽한 서평보다는 나만의 서평, 진실한 서평이 더 의미가 있다. 정말 시간이 없다면 몇 줄이라도 서평을 적는 것이 낫다. 굳이 형식을 갖춰서 잘 쓸 필요는 없다. 완벽히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마련이다. 


 “이 책을 읽고 직업 윤리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저자의 가치관에 감동을 하였다.” 

 “인생은 새옹지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게 마련이고, 그 반대도 일어난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한 번이라도 책의 메시지를 더 생각하게 된다. 물론 나보다 잘 쓴 서평을 본다면 마음이 흔들린다. 왠지 잘 써야겠다는 부담감도 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책을 읽고, 나의 서평을 쓰는 것이다. 

 글은 자주, 그리고 많이 쓰면 실력이 좋아진다. 1년 전에 쓴 서평과 지금 쓰는 서평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글을 쓰려고 마음먹으면 제풀에 지치게 된다. 차츰 책을 멀리하고 서평도 안 쓴다. 

 서평을 처음 쓸 때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쓰는 것이 좋다.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인상적인 문구가 있다면 사진을 찍고, 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쓴다. 이렇게 쓰다 보면 한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3~4일에 걸쳐서 쓰게 된다. SNS에 이런 식으로 서평을 올리시는 분들이 꽤 많다.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다. 

 어느 정도 이러한 방식이 익숙해지면 일주일에 1~2번 정도 글을 정리해서 올린다. 그동안 SNS에 틈틈이 썼던 글들을 모으면 된다. 나도 초기에는 서평을 나누어 쓰다가 점차 익숙해지면서 한 번에 쓰게 되었다. 


 여전히 서평에 대한 부담은 크다. 특히 처음 책 제목과 부제를 적고 나서, 서론을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서론의 시작을 마음에서 생각나는 대로 쓰게 되었다. 정말로 시작이 막힐 때는 책의 디자인, 저자, 목차 소개로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책의 제목을 쓰고, 서평을 쓸 준비를 한 상태에서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첫 문장이 생각난다. 


 서평은 작가들이 글을 쓰는 과정과 마찬가지다. 제일 쓰기 힘든 것이 바로 첫 번째 단어, 문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쓰기의 감각》의 저자인 앤 라모토 작가는 글쓰기가 힘들 때, 2.5cm 사진틀을 통해서 세상을 보라고 말했다. 즉 너무 큰 범위에서 시작하려면 막막하기 때문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책에서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문구를 찾거나 하다못해 저자의 프로파일 사진을 보면서 느낀 점을 써도 된다. 이런 식이다. “작가의 웃음이 너무 예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슬픔도 엿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노력이 보인다.” 그것이 시작이 된다. 그러면서 글은 실타래가 풀리듯이 술술 풀릴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서평을 자주 쓰는 편인가? 완벽하게 쓰는가? 아니면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쓰는가? 


 “‘완성’이라는 단어는 글쓰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실제로 ‘완성된 글’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 《탄탄한 문장력 중에서 


 완성된 글도 없고, 완벽한 글도 없다. 그러니 매일 글을 쓰도록 하자. 특히 작가라면 이러한 과정이 더 필요하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매일 쓰지는 않는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다음 책을 내기 전에는 또 다른 주제로 고민을 하고 습작을 한다. 그럴 때 서평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러면서 다음 책에 대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풍부한 사례도 얻게 된다. 글 쓰는 연습을 계속하는 효과도 있다. 

 이제 완벽한 서평이 아닌 꾸준한 서평을 쓰도록 하자. 

작가의 이전글 서평, 단계별 쉽게 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