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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y 11. 2020

작가의 서평이 다른 이유

 “독서는 충실한 인간을 만들고, 글쓰기는 정확한 인간을 만든다” - 프란시스 베이컨


 부지런하게 독서하는 습관을 들였다면 이를 기록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영국의 철학자이면서 과학혁명의 시조로 불린 프란시스 베이컨은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확하다는 의미는 나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서평은 독서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서평은 무엇이 다를까? 


 작가의 서평이 다르다고 거창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서평이라는 것도 결국 ‘말’과 ‘글’로 이루어져 있다. 글의 기술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발군의 글쓰기 실력을 발휘하는 독자 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작가와 글을 잘 쓰는 독자의 차이는 한 가지다. 서평을 쓰는 목적이다. 물론 더 많은 독자에게 책을 알리고, 책의 내용과 나의 깨달음을 기록하는 목적은 동일하다. 하지만 작가의 서평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책을 통해서 자신의 주제를 더 공공하게 만들고, 새로운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작가는 책을 내는 사람이고, 독자를 책을 읽는 사람이다. 책을 출간하는 사람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과 독자의 입장에서 쓰는 것은 다르다. 

 책을 냈다는 것은 더 이상 큰 자랑거리는 아니다(물론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신이 여전히 자랑스럽다). 요새 출판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책을 본다면, 확실히 책을 쓰는 작가는 늘어났다. 그렇다고 책을 쓰는 것이 결코 쉽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독서 인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한정된 독자층을 대상으로 경쟁이 더 심해졌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책의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콘텐츠의 차별화가 중요하다. 


 또한 글쓰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경험이다. 아무리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책 쓰는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A4 용지로 적게는 80페이지, 많게는 120페이지가량을 쓴다는 것은 고된 노동이다. 서평을 2페이지라고 한다면 무려 40개 또는 60개의 서평을 써야 한다. 이렇게 초고를 쓰고, 수많은 퇴고를 거쳐서 책을 냈기 때문에 적어도 6개월, 길게는 1년 ~ 2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퇴고를 계속하다 보면 토가 나올 지경에 이른다. 글을 쓰면서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을 느끼면서 결국에 궁극적인 목표인 출간에 이른다.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당연히 글쓰기 내공이 쌓인다. 또한 책을 내면 낼수록 글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책을 읽을 때도 독자로서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 비평을 하고 공감을 하면서 읽는다. 내가 배우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생긴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흡수 독서, 사례 독서, 분석 독서를 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고 나의 것으로 만든다. 책을 읽을 때는 옆에 펜을 두고, 좋은 내용이 나오면 그 내용을 인용하고 각색하면서 나도 모르게 ‘필사’를 한다. 하다못해 대명사, 접속사, 부사, 형용사 등의 쓰임도 배운다. 특히 좋은 글을 알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면서 내가 안 쓰던 표현을 익힌다. 


 이와 같이 작가의 서평은 목적성이 다르다. 물론 모든 책을 나의 책의 소재로 삼지는 않겠지만 나도 모르게 글의 내용을 흡수한다. 특히 내가 쓰는 책의 주제와 비슷한 주제이거나 다른 주제라면 생각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나는 채식주의자고 이와 관련된 책을 썼다.《채식은 장수의 비결이다》이라는 제목이라고 하자. 그런데 어떤 전문가는 육식을 하면서 다이어트를 했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은 둘을 혼합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 책을 경험하면서 나의 주제를 더욱 공고히 하거나 다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 비판적인 독서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내가 공감하거나 안 하는 부분을 찾으면서 나의 글과 주제는 좀 더 단단해진다. 이러한 내용을 잘 흡수하고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작가의 서평이다. 


 오늘도 서평 한 편을 썼다. 서평을 쓰면서 저자의 프로파일뿐만 아니라 목차 구성, 내용도 다시 한번 읽게 된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공감했던 부분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이렇게 책을 복습하고 서평을 쓰다 보면 새로운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어떤 책의 디자인은 너무나 탐이 나고, 목차 구성이 신선하게 보인다. 작가가 주장하는 구절도 나의 마음에 쏙 와 닿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마다 블로그, 에버노트나 주변의 노트에 메모를 한다. 좋은 구절을 메모하거나 새로운 책에 대한 아이디어도 적는다. 이러한 메모는 다음 책을 쓸 때 분명히 큰 도움이 된다. 


 작가를 목표로 하거나 책을 낸 작가라면 서평을 계속 써야 한다. 좋은 책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 한다. 꼭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더라도 계속 기록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작가의 서평이 독자의 서평과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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