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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y 18. 2020

적극적인 독서를 만드는 서평

 “인생을 살다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 아주 결정적인 순간들을 수없이 마주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보다 작고 사소한 경험들도 있다.” - 《순간의 힘》중에서


 우리는 젊은 시절 많은 경험을 한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첫 수학여행, 대학교 입학, 취직, 결혼 등. 하지만 어느 순간 인생은 단순하게 바뀐다. 취직을 한 사람들은 30대 이후부터 쭉 회사 생활이다. 10년, 20년 등. 그중에서 해외여행을 다녀온 기억은 있겠지만 금방 뇌리에서 사라진다. 아이들은 자라고 막대한 교육비에 노후를 걱정한다. 마침내 퇴직하고 평화를 누린다. 그런데 그 평화는 길지 않다. 


 ‘관성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무언가 규칙적인 일을 수십 년간 반복했다면 그러한 행위가 계속되어야 한다. 안 그러면 내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등산을 다니거나 각종 취미 활동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 독서와 글쓰기만큼 좋은 취미도 없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가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취미가 바로 생기기 않는다. 평소에 연습을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작고 사소한 경험’의 중요함이 바로 이와 같다. 내가 느끼는 이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일기가 좋은 예다. 나는 일기 쓰기와 안 쓰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완전한 습관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4년 치 일기가 쌓여서 1년 전, 2년 전 내가 감사하거나 힘들었던 순간을 온전히 기억한다. 


 독서와 서평도 마찬가지다. 책을 아무리 읽어도 이를 기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물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의 한 구절은 나의 몸 어딘가에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것은 기록으로 남긴 후에 이를 되새기는 것이다. 굳이 책장에서 책을 꺼내지 않더라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서평은 적극적인 독서를 유발한다. 만약 서평을 쓰지 않는다면, 책을 읽다가 지루하면 내려놓기 마련이다. 아무리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도 읽다가 중단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나는 공연히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책을 읽었는데 나한테 남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무의식에 남은 것을 제외하고).


 독서와 서평은 선순환의 관계다. 독서를 하고 서평을 쓰면 책의 내용과 나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게 된다. 책 한 권을 나의 것으로 흡수했다는 의식이 되기도 한다. 서평이 쌓이고 나의 어장에 물고기를(앞장에서 언급했듯이) 채워 놓다 보면, 더 많은 물고기를 잡고 싶다. 결국 더 많은 독서를 유발한다. 

 비록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읽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책을 펼쳐서 눈에 띄거나 마음에 드는 구절을 몇 개만 찾고 거기서 내가 느낀 점을 요약해도 된다.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서평으로 남는다. 특히 작가라면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서평을 꾸준히 쓰다 보면 책도 더 많이 읽게 된다. 


 독서 ⇌ 서평 (선순환의 관계)


 서평을 쓰다 보면 보다 비평적인 시각으로 책을 읽게 된다. 저자의 생각에 동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을 주장한다. 만약 독서에서만 끝난다면 나만의 시각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글을 쓰면서 나의 의식의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가 평소 읽고, 쓰는데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하고, 대학교에서는 취업 위주로 공부를 하다 보니, 제대로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적는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하면서 이러한 훈련을 해야 한다. 


 작가는 무엇보다 책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꾸준한 독서와 서평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어렸을 적부터 이러한 연습을 많이 안 한 사람들일수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 두 권의 책을 냈다고 끝이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책을 내기 위해서는 더 읽고, 더 많이 써야 한다. 이를 위한 연습으로 독서와 서평만큼 좋은 것이 없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서평은 독서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어장에 더 많은 고기를 모으는 행위이고, 작가의 생각을 더 깊게 만든다. 비평적인 사고를 하도록 만들고, 읽고, 요약하고, 쓰는 능력을 키우게 한다. 만약 더 오랫동안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적어도 3년, 10년, 20년 동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나의 글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서평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 단 몇 줄이라고 나의 어장에 남기면 된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이 하나의 의식(儀式)(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의식(無意識)(자신의 언동이나 상태 따위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일체의 작용)에 자리 잡을 정도로 습관이 되어야 한다. 


 물론 때로는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질 것이다. 나도 그런 적이 많다. 굳이 서평을 써야 할까? 뭐라고 써야 하지? 그냥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겨서 글을 쓰다 보면 서평이 어느 순간 나의 글이 되고, 나의 글이 서평이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독후감 수준이었던 서평이 이제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은 후에는 서평을 쓰는 습관이 자리 잡게 되었다(물론 아직도 쓰고 싶지 않은 유혹에 가끔 시달린다. 하지만 서평을 쓰고 난 후의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을 읽고 요약하고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는 것이 서평이다. 너무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하나의 의식이라고 생각하고, 나의 사소한 경험을 정리하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생각하자. 결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하루를 마치면서 이를 닦듯이 독서를 하고 서평을 쓰는 것도 이와 같다. 서평은 책은 읽은 후의 의식이다. 이 의식은 적극적인 독서를 하도록 만든다. 결국 선순환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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