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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l 09. 2023

내가 이룬 것은 다른 사람들 덕분

《채근담》 중에서

완벽한 명예과 아름다운 절개를 혼자만 차지해서는 안 되고, 조금은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만 해로움을 멀리하고, 자신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다. 욕된 행위와 더러워진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전부 떠안겨서는 안 된다. 조금은 자신에게 돌려야 빛을 감추고 덕을 키울 수 있다. 
完名美節(완명미절), 不宜獨任(불의독임). 分些與人(분사여인), 可以遠害全身(가이원해전신). 辱行汚名(욕행오명), 不宜全推(불의전추). 引些歸己(인사귀기), 可以韜光養德(가이도광양덕).
- 《채근담》 중에서(12)


회사에서 조직의 성과를 기리고, 구성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는 업적을 치하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상장이나 상금을 수여하면서 귀감이 되도록 한다. 상을 받은 사람들은 확실히 나중에 거기에 대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 승진이나 중요한 요직에 임명되든지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표적으로 몇 명을 포상하다보면, 건전한 경쟁을 유발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반면 자신의 공적을 세우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고, 자신의 능력으로 공적을 이루었다고 포장한다. 이러한 방식이 통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채근담》에서는 이러한 면에 대해서 좋은 교훈을 제시한다. “완벽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를 혼자서 차지하지 말고, 조금은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만 해로움을 멀리하고, 자신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완벽하게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명예가 있다면 곧 시기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누군가는 회사에서 포상을 받지만, 반대로 그 포상을 제대로 못 받는 부서나 사람이 태반이다. 그것을 자극제로 삼으면 다행이지만, 이를 시기하고 질투해서, 조직에 갈등을 유발하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세운 공적은 나의 것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의 공적은 인정하지 않는 경우다. 만약 그렇게 행동을 한다면,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온전히 협조를 받기 힘들 것이다. 조직은 결국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어울려서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한 부서가 슈퍼맨이 될 수는 없다.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를 생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품질이 제대로 나오는지 관리하고, 고객의 수요를 확인해서 판매를 하고,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고, 이를 집계해서 재무적인 성과를 내게 하는 등. 수많은 부서들이 맞물려 있다. 내가 좋은 제품을 개발했다고, 자랑을 한다면 자칫 나뿐만 아니라 부서원들에게 화를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상을 수상할 때는, 본인이 대표로 상을 받았고, 다른 구성원들 덕분이다 라는 말을 남긴다. 또한 상금을 수령하면 이를 다른 부서와 같이 나누거나, 또는 밥이나 선물로 보상을 한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현명한 처신인 것이다. 




남과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는 것은 덕을 쌓는 길이다.


어렸을 적의 일이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을 때, 아버지는 거의 단독으로 집필을 했지만 같은 동료분과 이름을 올려서 공동저자로 했다. 당시 어머니는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하셨지만, 아버지는 기쁜 일은 같이 나누는 것이 좋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어릴 적 기억이 희미할 텐데도 그 말이 유독 기억나는 것은 아버지의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그 후로도 불의가 있으면 항의를 하고, 후배들을 알뜰하게 챙겼다. 물론 그러한 강직한 성격 때문에 결국 승진에 누락이 되었지만,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지금도 아버지를 찾는 후배 분들이 있다. 사실 나의 공적을 나누는 것도 쉽지 않지만, 누군가 어려움에 닥쳐서 비난을 받을 때, 같이 그것을 받는 경우다. 나의 책임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책임을 같이 나눠지고, 고통을 분담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덕’을 쌓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인생이 참 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부질없음을 느끼게 된다. 더군다나 나의 이익을 혼자 독차지하려고 하거나, 상대방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나는 관계없다고 빠지는 것은, 당시에 나에게 ‘조금만 이득’을 가져올 수 있지만, 결국 ‘덕’을 잃게 된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신이 아무리 머리를 쓰고 처세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어 있다. 인생을 보다 길게 본다면,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더 큰 미래를 위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서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감사한 마음을 갖고 나누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것이 《채근담》에서 알려주는 인생의 지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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