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임에도 습관적으로 회사 이메일을 확인한다. 뉴스, 보고서, 회의 자료 등 다양하다. 그래도 예전처럼 메일이 많지는 않다. 확실히 이제는 휴식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 같다.
하지만 혹시라도 중요한 일이 발생했거나 자료를 리뷰해야 될지 몰라서 긴장을 놓지는 않는다. 아마 예전 회사에서 생긴 습관 때문이리라. 그때는 스위치를 끄는 법을 몰랐다. 늘 긴장 상태였다.
5년 전부터 글을 본격적으로 쓰고, 독서가 삶의 중심이 되면서 나의 생각과 가치관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휴일에 이러한 활동뿐만 아니라, 아이들 공부 봐주기, 영화 관람, 산책 등 업무에서 벗어나서 휴식을 더 많이 취한다.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나서 출근을 하면, 업무를 좀 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동안 놓친 것들이 새삼스럽게 떠오르고, 아이디어도 샘솟는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가족들에게 신경 쓰고, 연락 못한 친구들과도 연락하고, 근교에 여행을 가고, 재충전을 한다.
가끔씩 '모드 전환'이 안 되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의 삶은 오직 회사에 집중이 되어 있다. 어느 회사의 모 전직 사장님은 오직 사장이 되기. 위해서, 건강을 해치면서도 일만 했다고 한다. 그러한 성공담을 담아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물론 고도의 성장기 때는 그런 희생정신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는 몸을 써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접어들고, 소비자들의 수요, 기술의 발전도 더 세분화되었다. 조금 더 스마트하게 일할 필요가 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게 숙고할 때이다. 제품을 만들더라도 기능이나 디자인에만 포커스 할 것이 아니라 이 제품이 과연 소비자에게 이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할 때다.
얼마 전에 일본의 생맥주 기능이 있는 '캔'이 불티나게 한국에서 팔리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소비자들은 호기심에 이 캔을 구입하기 위해서 줄을 섰고, 오직 6캔을 구입하기 위해서 백화점에서 '오픈런'을 감행할 정도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이 캔을 만든 회사도 이 정도 열풍은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마음을 예측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좋은 아이디어가 소비자의 기호와 맞아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
출처: Japan Today
이미 제품들의 기능은 충분히 좋아졌다. TV도 커질 만큼 커지고, 화질도 FHD를 넘어서 4K, 8K , 스마트폰의 기능도 마찬가지다. 1억 화소 제품까지 출시된 상태다.하지만 기술에 대한 변화가 이전보다 크지 않아서 다들 새로운 기술을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할 때다.
우리는 왜 이 제품을 만드는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기존의 방식이 맞는 것일까?
기술적인 발전은 계속 할 수밖에 없지만(안 그러면 뒤쳐질 수에 없는...), 이런 근원적인 질문들을 할 때인 것 같다. 비단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학계, 외부의 전문가, 일반 소비자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다. 이제는 습관적인 태도나 생각의 방식으로는 앞으로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아니 따라잡는다기 보다는 새로운 길을 찾아서 선점해야 한다. 물론 말은 쉽다. 선점에 따른 기회손실도 감안할 수 있는 어려운 결정도 필요하다(아마 회사 내부적으로 수많은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다).
오늘 ‘미션 임파서블 7’을 보면서 그런 생각도 들었다. 더 이상 ‘정의’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이제는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자신만의 정의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라고. 예전처럼 양극화 현상이나 냉전 시대, 이념 시대가 아니고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고,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경제의 논리가 이념의 논리보다 앞서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모드 전환을 한다. 이제 좋아하는 소설책 읽고, 잠을 자고 싶다. 잠시 모드 전환…
p.s : 빗길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