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역경 속에서 더욱 빛나는 소년들의 용기
쥘 베른이라는 작가가 낯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해저 2만 리》라는 작품은 다들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1800년대 중순과 말기에 활약한 프랑스 작가다. 사람들은 그를 ‘과학 소설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가 처음 소설을 출간하고자 했을 때 지나치게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다행히 그는 쥘 에첼이라는 훌륭한 출판인을 만나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웠다.
이후 1년에 한 편 이상씩 책을 출간하면서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평생 후견인이 된 출판인 에첼은 쥘 베른 작가를 ‘상상력과 열정으로 가득 찬 이야기꾼이며 독창적이고 순수한 작가’라고 칭했다.
그의 소설 중에서《달나라 탐험》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심지어 달 궤도에 처음 진입한 우주 비행사가 그의 소설을 언급했을 정도다.
이 작품은 일명 《15 소년 표류기》라는 작품으로 불리었다. 이 제목을 들으면 ‘아하’라고 머리를 끄덕이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원제가 바로《2년간의 휴가》다. 책을 보면 섬에 표류된 후에 아이들 간에 싸움, 심지어 살인을 벌인《파리대왕》책이 연상된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훨씬 더 이성적이고,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준다.
체어맨 기숙학교의 각기 다른 아이들은 방학을 맞아서 슬루기호를 타는 행운을 맞았다. 프랑스 국적의 형제 2명, 미국 국적의 아이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영국 국적의 아이들이었다. 또한 한 명의 열두 살짜리 흑인 소년 모코가 수습 선원으로 탑승했다. 이들 15명의 아이들은 뉴질랜드 해안을 따라서 여행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고로 어른들 없이 낯선 바다에 홀로 남게 되었다.
폭풍우를 견디고, 아이들은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배는 난파되고 말았다. 그런데 1학년부터 5학년에 이르는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살아갈 길을 찾는다. 섬에서 우연히 머물 동굴을 찾고, 섬 안을 탐험하면서 먹을거리를 구하고 다녔다. 다행히 이들에게는 충분한 탄약과 총이 있었고, 살림살이도 준비되었다. 사냥할 동물들도 많았고, 나무와 식물들도 이들에게 주요한 식량 거리였다.
《파리대왕》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는 영국 소년인 도니펀과 프랑스 소년인 브리랑의 갈등이 있다. 이들을 중재하는 소년은 나이가 가장 많은 5학년생 미국 소년 고든이었다. 도니펀은 머리가 좋고 잘 생겼지만 자존심이 아주 강했다. 특히 같은 또래인 브리앙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자 이를 질투하고 시기한다.
소설에서 작가는 아이들이 섬에서 난관을 헤쳐 나가고 자신들의 사회를 세워가는 데 주목한다. 이들은 체계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상급생들은 하급생들을 보호한다. 또한 공부시간을 정해서 꾸준히 진도를 나가고, 심지어 내부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체벌을 받았다. 영국 학교에서는 체벌이 일상화였고, 체벌받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또한 프랑스인 브리앙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동굴을 생활 터전으로 꾸며서 가축도 키우고, 양식을 마련해서 추운 겨울을 대비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도대체 어디 있는지 감이 없었지만 위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서 혹독한 겨울이 찾아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브리앙과 크로스의 갈등이 심화됨을 보여준다. 특히 섬의 통치자가 미국인 고든에서 브리앙으로 바뀌면서 갈등은 더 심해진다. 영국인 도니펀과 그의 사촌, 친구들 2명은 프랑스인의 지배를 받는 것이 싫었지만 브리앙은 다른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이렇게 인간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첫째, 리더는 솔선수범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브리앙은 배가 암초에 좌초되었을 때도 목숨을 걸고 바다로 뛰어들어서 섬에 가려고 했다.
둘째, 리더는 약한 자를 돌봐야 한다. 미국인 고든, 프랑스인 브리앙은 하급 학생들을 잘 돌봤다. 고든은 엄격한 규율로 돌본 반면에 브리앙은 보다 자상하게 아이들을 돌봐서 더 인기가 좋았다.
셋째, 리더는 사사로운 욕심이 있으면 안 된다. 도니펀은 뛰어난 두뇌와 훌륭한 사격 솜씨로 섬에서 음식을 구하는데 큰 도움이 주었지만 자신의 실력에 대한 과신이 있었고, 권력욕이 있었다.
넷째, 리더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브리앙은 언제든 섬을 탈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고든은 현실에 만족하고 도전하려고 하지 않았다. 도니펀은 화약을 아껴야 된다는 충고를 종종 무시하고, 사냥을 즐기면서 단기적인 목적에만 몰입했다.
책의 결론은 제목에서 암시하다시피 2년간의 휴가다. 결론이 미리 나와서 긴장감은 덜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초반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이어가는 저자의 글 솜씨가 대단하다. 비록 여덟세부터 열네 살에 이르는 아이들이 외딴섬에서 사냥을 하고, 꿋꿋이 생존하는 모습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지만, 예전의 조상들은 좀 더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 빨리 어른이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구매한 책인데, 오히려 내가 너무 즐겁게 읽었다. 온갖 동물과 식물, 섬의 환경에 대한 저자의 지식이 놀랍다. 정말로 ‘과학 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릴만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소설을 연재한 것은 60세 이후부터 라는 점이다. 이 작품은 또한 그가 쓴 소설 중에서 유일하게 아이들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는 나이가 들면서 미래의 희망을 아이들로부터 찾았던 것 같다.
그가 그린 외딴섬, 아이들이 기숙학교의 이름을 딴 체어맨 섬은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그는 시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했기 때문에 더욱더 평등하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사회를 꿈꿨는지 모른다. 백 년 전에 그려진 삽화도 신선한 느낌이다. 이 소설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오랜만에 예전 추억을 소환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