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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y 21. 2020

좋은 책을 구분하는 안목을 키우자

 앞서 책을 와인에 비유했듯이 작가에게는 미각이 있어야 한다. 즉, 좋은 책을 구분하는 안목이 있어야 된다. 만약 내가 쓰는 분야가 아이 교육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또한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구분이 간다. 그중에는 내가 배우고 싶은 책도 있고, 반면 내가 써도 이것보다는 더 잘 쓸 것 같은 책도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 교육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작가마다 다른 접근을 하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진정한 승부처이기 때문에 중학교, 심지어 고등학교까지 선행학습을 해야 된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선행학습보다는 더 많은 독서를 통해서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옳은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입장에서 어떤 책의 작가가 보다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접했다. 항상 쓰고 싶었던 주제였다. 내용의 완성도도 높았고, 이 책을 여러 번 읽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었던 스타일은 아니었다. 백과사전처럼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만 저자의 날카로운 주장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내용이 쉽지 않아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철저하게 전문가를 위한 책이라고 봐야겠지만 그것은 내가 추구하는 책의 방향이 아니었다. 나는 보다 많은 독자들이 쉽고 편하게 전문적인 내용을 읽기를 원했다. 


 예전에 음악 공부를 할 때, 항상 듣던 말이 있었다. 


 “진정으로 좋은 음악은 아무리 복잡한 코드와 편곡이 들어가도 듣기에 편해야 한다”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쓰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정의다. 물론 쉬운 책이 무조건 좋다는 말은 아니다. 때로는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도 좋다. 하나의 문구를 되새기면서 음미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그런 책들은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다만 책의 표현이 너무 현학적이거나 어려운 것은 좋은 책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지식을 독자에게 자랑하는 것에 불과하다. 


 힙합과 댄스 음악이 사랑을 받는 것은 편안한 멜로디와 반복적인 가사 때문이다. 사람들은 요새 어려운 클래식이나 재즈보다는  편한 음악을 선호한다. 하지만 되도록 다양한 음악을 접하라고 권하고 싶다. 의외로 다른 장르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힙합, 랩, 댄스, 발라드, 재즈, 클래식, 국악, 퓨전 등 모두 좋아한다. 앞으로 트로트 음악도 즐길 것 같다. 물론 모든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이 있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좋은 미각을 기르려면 다양한 음식을 맛봐야 한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잡식이 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나만의 전문 분야에 대한 책을 이해하고, 선호도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분야에만 머물면 안 된다. ‘아이 교육’에 대한 책을 쓰더라도 역사, 사회, 정치, 경제, 마케팅 등에 대한 책도 접해야 한다. 이렇게 스코프를 넓히다 보면 보다 새로운 각도에서 주제를 바라보게 된다. 다른 분야의 책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다못해 책의 디자인과 목차에서도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먼저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에게 있어서 좋은 책의 기준은 무엇인가? 독자와 교감이 우선인가? 과학적 사례가 중요한가? 나의 공감이 제일 중요한가? 책의 디자인인가? 


 나에게 있어서 좋은 책은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책이다. 미각, 시각, 촉각이 그것이다. 와인에 책을 비유했던 것처럼 책은 동시에 이를 제공해야 한다. 미각은 책의 맛, 즉 내용(독자에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고, 감동과 공감은 주는 것)이고, 시각은 책의 디자인(표지, 속지), 촉각은 책의 부피감과 크기다. 


 삼박자를 모두 갖춘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떤 책의 내용은 아주 훌륭한데, 디자인이 아쉬운 경우가 있다. 또한 디자인과 내용은 좋은데 책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작은 경우도 있다. 물론 우선순위는 미각 > 시각 > 촉각이다. 맛이 좋다면 다른 부분은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나의 책이 이러한 삼박자를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이러한 안목이 생긴다면 보다 더 좋은 책을 쓰고 만들 수 있다. 작가의 역할은 글의 내용만 편집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디자인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출판사에서는 작가와 책의 디자인에 대해서 같이 상의하기도 한다. 


 책은 종합 예술과 마찬가지다. 앞서 제시한 삼박자를 갖춰야 하고, 좋은 책은 다른 에너지가 있다. 우리가 서점에 갔을 때, 제목이나 디자인, 내용에 끌려서 책을 집어 든 경우가 있을 것이다. 물론 겉만 화려하고 내용이 부실한 책들도 있겠지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책들도 있다. 


 결국 좋은 책을 고르려면 나만의 기준과 안목이 필요하다. 역시 많이 접하는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느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내가 쓰는 책의 수준도 같이 올릴 수 있다. 물론 한 순간에 그러한 단계에 다다를 수 없다. 수많은 와인을 맛보고 노력한 후에 소믈리에가 되듯이 많은 책들을 맛보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나만의 안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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