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단 Nathan 조형권 May 24. 2020

인생의 격을 바꾸는 독서

 “격格 =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


 ‘격’은 영어로 품격, 수준을 나타내는 ‘Class’라고 한다. “클래스가 다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이고, 벤츠 자동차의 시리즈에도 클래스라는 명칭이 붙는다. 즉, 돈이 많거나 학식이 높은 사람, 외모가 뛰어난 사람, 특정 분야의 실력이 뛰어난 사람 등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잣대로 통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존재한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 심지어 아이들도 같은 클래스끼리 어울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는 클래스라는 단어는 의미가 변질된 것이다. ‘격’은 ‘품격’과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내면의 모습을 반영한다. ‘격’은 성격, 인격, 품격 등과 잘 어울린다. ‘돈격’이나 ‘외모격’은 없다. 그런 면에서 격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언어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금전적이거나 사회적인 지위, 외모를 떠나서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포스가 있다. 그러한 사람은 주변의 분위기에 잘 동화되고 말투에서도 품위가 느껴진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따르거나 말을 듣고, 함께하기를 편안하게 생각한다. 그나 그녀는 남들을 배려하면서 잘 경청하고, 동시에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펼쳐낸다. 물론 이러한 사람들을 주위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잠시 생각해 보라. 나의 주변에 이러한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격’을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동물과 달라서 태어난 후에도 부모의 돌봄을 오랫동안 받아야 한다. 성장하면서 배우고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부모의 가르침도 있겠지만, 주로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배우고, 인격과 지식을 갖춘다. 그 매체는 기원전 1만 년 전의 동굴의 벽화부터 시작해서, 파피루스, 죽간, 종이로 발전했다. 


 책에는 이러한 오랜 역사가 담겨 있다. ‘격’,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설명한 이유도 결국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제는 책 대신 컴퓨터와 서버에 훨씬 더 많은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인류의 모든 역사뿐만 아니라 현재도 치밀하게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있다.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는 변질되지 않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남아있을 것이다. 


 인류는 불과 40년 전부터 컴퓨터, 통신, 휴대폰 등을 내놓으면서 빠른 속도로 정보의 양을 늘렸다.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는 우리에게 수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산업, 의료, 환경,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4차 산업 혁명을 맞아서 인공지능이 우리 대신에 많은 선택을 대신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에 비례해서 우리의 삶의 격은 어떠한가?


 편리함 그 자체다. 이제는 머리 아프게 계산하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처리해 줄 것이고, 머리 아프게 고민하면서 바둑을 두지 않아도 된다. 내가 쇼핑하는 트렌드를 분석해서 인공지능이 알아서 상품을 제공한다. 은행 업무, 각종 서비스도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금방 답을 주고 해결해 준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지루하지 않다. 쇼핑, SNS, 영화, 드라마 등도 모두 해결된다. 역시 편리함 그 자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편리함이 우리를 꼭 행복하게 만들거나 인생의 격을 올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명심보감》책 한 권을 읽고, 또 읽어서 나의 것으로 만들고 행동거지를 바로 했다. 지금은 거의 누구도 《명심보감》을 읽지 않는다. 궁금한 것은 바로 ‘구글링’하면 된다. 


 그렇다고 《명심보감》을 달달 외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편리함이 가져다준 혜택과 동시에 나에게 주는 ‘독’을 인지해야 한다.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불편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인내심은 사라지고 나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데이터의 세계에 갇혀 살게 된다.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의 하루를 한 번 돌아보자. 아침에 눈을 뜨면 SNS나 뉴스를 검색한다. 이메일을 읽는데 업무 시간의 절반을 쓴다. 시간이 날 때 자연스럽게 넷플릭스의 드라마나 영화를 실행한다. 모든 것이 손가락이나 음성으로 해결된다. 


 반면, 독서는 불편함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불편한 행위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책을 읽으면 많은 영감을 얻는다. 물론 인터넷 기사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하지만 책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농축되어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해독 능력이 좋아져서 도움이 되는 것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영상 매체를 1시간 동안 봐서 건져내는 깨달음보다 책을 10분 읽으면서 받는 영감이 더 크다.  


 불편함에 익숙해지면 인내심과 배려심이 생긴다. 책을 통해서 배운 가르침은 나의 몸에 저절로 새겨진다. 소설책을 통해서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작가의 치밀한 묘사를 통해서 나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가끔씩 책을 덮고 상상하는 것은 큰 기쁨을 준다. 반면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것은 상상력이 들어갈 틈이 없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나온 신제품, 인터넷의 각종 뉴스와 가십거리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주된 내용이 된다면 허무한 말풍선만이 남는다. 소중한 시간을 죽이는 것이다. 인생은 결코 길지 않다. 100세 시대를 산다고 해도 그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반면 감명깊게 읽은 책이나 문구에 대해서 상대방과 이야기하고 토론을 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매번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행위는 나의 인생을 훨씬 더 풍부하고 의미있게 만든다. 


 문명과 과학의 발전을 통해서 얻은 혜택은 누려야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나의 ‘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편한 행위인 독서를 해야 한다. 책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한다. 나만의 아우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책의 내용을 체득하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를 하고,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보다 거창하게 이야기한다면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수단 중의 하나다. 

작가의 이전글 독서와 글쓰기 에너지 내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