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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y 28. 2020

사명감인가? 열정인가?

 가끔 이런 질문이 든다. 독서와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미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되어서 주중에 적어도 1시간, 주말에 서너 시간 이상을 독서와 글쓰기로 보낸다. 회사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바쁜 하루라도 새벽에 일어나서 10분 정도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해야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을 ‘열정’이라고 하면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무언가에 꽂히면 그 끝을 보기 전까지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 한참 재즈 피아노에 꽂혔을 때는 출장을 다닐 때마다 접이식 키보드를 들고 다닐 정도였다. 당시 이 키보드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 공항의 보안 요원에게 어떤 제품인지 설명을 해야 했다. 이렇게 매번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지만 키보드를 들고 다녔다. 그것은 나에게 하나의 ‘의식’에 가까웠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해서 키보드로 곡을 연주할 때면 큰 희열을 느꼈다. 


 재즈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재즈를 통해서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신’이라는 존재 또는 그와 비슷한 것을. 그리고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고 싶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독서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좋은 글귀를 더 많이 알리고 싶고, 글을 통해서 영감을 주고 싶었다. 그러한 강력한 동기가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기쁨을 느꼈다. 내가 아는 무언가를 나눠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그러한 사명감이 지금까지의 나를 있게 한 것 같다. 


 사명감 → 강한 목적 → 열정 → 습관 → 실행 → 변화 → 기쁨과 행복 → 사명감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사명감이 강한 목적을 만들고, 그것이 열정을 만들었다. 독서하고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었고, 실행하도록 했다. 삶이 바뀌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이를 더 널리 알리고 싶은 사명감이 들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모튼 한센 교수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사명감’과 ‘열정’ 중에서 어떤 것이 업무 성취도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가에 대한 것이다. 실험 결과 높은 열정과 높은 사명감을 갖는 사람은 당연히 높은 성취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높은 사명감과 낮은 열정, 낮은 사명감과 높은 열정 중에서 어디가 더 높은 성취를 보일까? 바로 열정이 낮더라도 사명감이 높은 사람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큰 애착이 없더라도 사명감, 즉 책임과 의무감이 있는 사람의 실적이 더 높다는 것이다. 반면 열정이 높더라도 사명감이 없다면 결과는 기대 대비 미달했다. 


 나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남들 앞에서 강한 열정을 보인다. 사람들은 당연히 앞으로의 결과를 기대한다. 그런데 막상 기대 이하인 경우가 있다. 그 중에 한 명은 환경을 탓한다. 도움을 많이 못 받았고, 조직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평소에 솔직하고 불만이 있으면 곧잘 이야기한다. 업무에 대한 열정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는다. 승진도 잘 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물론 그나 그녀가 열정까지 갖추었다면 더 승승장구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도움을 준다. 그것은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일에 대한 매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나의 업무가 다른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사명감. 너무 거창하게 보이겠지만 사명감은 필요하다. 하다못해 내가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 실력을 늘려서, 자녀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것도 사명감이다. 물론 그보다 더 큰 목적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좁은 의미의 사명감이든, 넓은 의미의 사명감이든 분명히 도움은 된다. 


 야구의 예를 들어보자. 타율은 2할대로 다소 떨어지더라도 빨리 뛰는 두 명의 주자가 있다. 둘은 오랫동안 2부 리그를 뛰다가 모처럼 빅 리그에서 뛰게 되었다. 마침 9회 말 투아웃 2대 2의 동점 상황에서 대주자를 쓰게 되었다. 한 명은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한 열정을 보이고, 또 한 명은 “반드시 주자를 불러들이겠습니다”라는 강한 사명의식을 보였다. 내가 감독이라면 어떤 타자를 기용할까? 


 열정이 강하다는 것은 좋지만 그것은 자칫 개인의 의욕으로만 끝날 수 있다. 열정을 갖고 있는 타자는 안타를 치고 나가서 다음에는 빅 리그에 뛰겠다는 욕심도 작용할 것이다. 반면 사명감이 있는 타자는 좀 더 크게 본다. 나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 무조건 타자를 불러들이는데 최대한 집중할 것이다. 물론 제일 좋은 경우는 열정과 사명감이 동시에 있는 사람이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사명감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이 글이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 힘이나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만약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생각이 있는 사람은 보다 강한 목적의식을 갖게 된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유명해지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나를 위해서 글을 쓰는 사람은 강한 열정을 보이겠지만, 만약 결과가 좋지 않다면 쉽게 좌절할 수 있다. 


 반면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단기적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꾸준히 목표를 향해서 나아간다. 최악의 경우 장기적으로도 큰 결과(베스트셀러 작가)가 없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적어도 몇 명, 몇 십 명의 인생에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큰 변화를 주셨어요.” - 한 명의 독자 분으로부터  


 나도 누군가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었다. 내가 남긴 서평, 내가 추천한 책, 그리고 내가 쓴 글은 이 세상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가 된다. 마찬가지로 나도 다른 공간과 시간에 있는 작가님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면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게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가 인터뷰한 내용이다. 


 “할머니한테 제일 감사한 점이 무엇이었나요?” 

 “저한테 읽는 법(How to read)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녀의 할머니가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사명감이 없었다면 지금의 오프라 윈프리는 없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나의 사명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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