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생의 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단 Nathan 조형권 Jun 02. 2020

여전히 사람이 어려운 나와 당신에게

“나는 참치다. 참치 않으면 백수 되기 때문이다. 빡쳐도 참치, 카드값 땜에 참치, 퇴사 욕구 참치” - 〈직장 내일〉, 나는 동물이다 중


 직장인을 동물에 비유한 재미난 표현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얘기다. 사회생활 중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인간관계다. 취업포털 사이트(사람인,2015년)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근무시간은 11시간이다. 취침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예전에 야근이 한참일 때는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농담을 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근무시간이 줄었지만 오랜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면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회사원 10명 중 5명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사람’을 꼽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왕따의 원조인 이지메(따돌림)가 시작된 일본에서도 사람 간의 관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일본의 회사 근처에는 점심시간에 혼자 도시락을 들고 나와서 공원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일본의 이자카야 술집에 가면 혼자서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전에 단골집인 이자카야에 가보니 어떤 일본인 여자 손님은 자신의 생일을 혼자 기념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친구나 회사원들보다 바텐더나 모르는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게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다. 미국은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결과가 더욱 심각하다. 총기가 허용되기 때문에 이를 죽음으로 복수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런던정경대의 진화심리학자 가나자와 사토시 교수와 싱가포르 경영대의 노먼 리 교수가 성인 15,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인구밀도가 높은 환경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한다. 가나자와 교수는 ‘사바나 원칙’을 처음으로 제기했는데, 인간의 두뇌는 아프리카 사바나(열대 초원)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환경에 최적화되어 진화했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는 부조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사바나의 인구밀도는 1km2 당 1명 이하다. 이런 환경에 맞게 진화한 뇌는 1km2 당 28,000명인 뉴욕의 맨해턴에서 사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관계가 어려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 
 

앞서 언급한 가나자와 교수의 연구에는 또 다른 결과가 있다. 똑똑한 사람은 인구밀도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적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복잡한 지역에 살아도 크게 개의치 않은 반면 친구들과 너무 자주 어울리면 오히려 삶의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다른 무리와 접촉을 통해서 생존을 유지한 일반적인 선조들과 다르게 새로운 문제를 혼자 빨리 해결해서 진화론적으로 다르게 성격이 형성되었다.
 
그러므로 자신의 성격이 사회적이지 않더라도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인간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산 역사보다 혼자 또는 소수의 무리와 자연 속에서 살아온 세월이 훨씬 길다. 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된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억지로 좋아할 필요는 없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겨도 남이 아닌 내 탓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번뇌를 제공한 것은 ‘나’이겠지만 그러한 문제를 너무 개인화시켜서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오랜 시간 홀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위대한 작품, 뛰어난 실력은 고독을 통해 탄생한다. 바둑을 배우는 과정도 고독이고 승부를 펼치는 과정도 고독이며 결과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도 고독이다.”- 조훈현,《고수의 생각법》중에서 
 
조훈현 9단처럼 고독 속으로 들어가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 그래서 고독을 좋아한다면 그 상태로도 괜찮다. 반대로 파티를 좋아한다면 혼자 있을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남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어떤 사람들은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결국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고 거기에 맞추면 된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외국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 나라의 문화나 역사, 사고방식, 생활방식 등을 배울 수 있어서 더 좋다. 내가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렇게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한다. 혼자서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멍 때리고 있을 때, 집에서 피아노를 치거나 글을 쓸 때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아는 지인은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부서에 적응하기 위해서 억지로 밝을 척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부서에서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노력해봤다. 하지만 그 옷이 나랑 잘 안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대신 사람들을 좀 더 진솔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모습이 재미없을 수는 있지만 그냥 내가 갖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이려고 한다.


《생각 버리기 연습》의 유명한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 일본 승려는 “나는 여기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조그만 사람이다.”라고 인정해야 된다고 말했다. 우리도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 무리할 필요가 없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 된다. 모든 이들이 백설공주를 구해준 일곱 난쟁이처럼 좋은 성격일 수는 없다.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나만의 취미를 찾아야한다. 낚시, 등산, 수영, 축구, 마라톤, 독서, 외국어 공부, 악기 배우기, 사진 찍기, 글쓰기 등 다양하다. 남들과 어울리는 것도 있고 혼자 하는 것도 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것을 찾게 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과 취미를 가진 사람도 찾게 마련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만의 ‘사바나’에서 인간관계 방식을 찾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