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단 Nathan 조형권 Jun 03. 2020

도레미파솔라시도, 음악과 같은 인간관계 공식

나는 재즈 Jazz에 미쳤다. 


그 시발점은 잘 모르겠다. 원래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으면서 왠지 재즈라는 것이 멋있어 보였다(실제로 작가는 젊었을 때 재즈 바를 운영했다).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재즈를 배우기 시작했다. 재즈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종로의 실용음악학원에 등록한 것을 시작으로 나의 재즈 배우기는 어언 25년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 재즈 음반을 듣고 연주도 한다. 재즈 관련 책이나 음반도 많은데, 그냥 재즈라는 삶 자체를 사랑했다. 


“담배연기가 자욱한 조그만 재즈 카페 중앙에 피아노가 있다. 그 피아노 위에는 위스키 한 병이 놓여 있다. 피아노를 치고 ‘On the Rock’(얼음을 탄) 위스키 한 잔을 마시면서 나의 연주를 음미한다.” 나에게 재즈는 이런 의미다. 자유롭고 ‘쿨’한 모습이다. 겉멋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즈 음악의 즉흥성을 좋아한다. 즉흥성은 말 그대로 나의 영혼에서 들리는 소리를 연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즈를 배우고, 밴드를 구성해서 연주하다 보니 즉흥성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즉, 재즈는 보통 멜로디를 연주하고, 그다음에 주 악기(트리오 Trio는 피아노, 쿼텟 Quartet은 색소폰)가 솔로를 연주한 후, 악기 간에 트레이드(Trade)를 통해서 주고받기를 한다. 모든 악기가 약속한 파트가 있는데 거기서는 다 같이 같은 코드, 리듬을 연주해 줘야 한다. 그래야 연주가 ‘쿨’(Cool)하게 들린다. 

이렇다 보니, 재즈는 즉흥성뿐만 아니라 공감과 협업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만약 어떤 파트의 악기, 예를 들어서 색소폰 연주자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솔로 연주를 길게 하다 보면 다른 파트의 악기 연주자들은 집중력을 잃을 수 있다. 보통 아마추어와 프로 밴드의 차이를 보면 개인적인 연주 능력뿐만 아니라 ‘호흡’에서 찾을 수 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동안 거의 매일 같이 연주했기 때문에 서로의 눈빛 아니면 간단한 제스처, 심지어 연주하는 상태만 봐도 상대방의 컨디션, 기분을 알 수 있다. 


또한 다른 파트가 솔로를 할 때 그냥 리듬만 맞춰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피아노로 콤핑(Comping)(다른 악기가 솔로 할 때 리듬을 맞춰주는 것)을 할 때 나는 솔로 연주자의 리듬과 감성에 맞춰서 연주한다. 예를 들어 색소폰이 격렬하게 연주하면 나도 따라서 격렬하게 리듬을 넣어주고 색소폰이 조용히 연주하면 나도 맞춰서 아주 고요하게(calm) 연주한다. 이렇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철도왕 카네기(Carneige)는 평소 호기심이 많고 근면해서 능력을 인정 받았지만 철도 회사에서 자신을 믿고 중요한 보직을 맡긴 상사의 도움 덕분에 일취월장할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도 컴퓨터 오타쿠인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기술을 맡기고 자신은 마케팅과 영업에 주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더라도 조선왕조를 개국한 이성계에게는 정도전이라는 훌륭한 신하의 뒷받침이 있었고, 이순신에게는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류성룡이 있었다. 따라서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관계의 하모니가 꼭 완벽할 수는 없다. 클래식에서는 불협화음을 지양하지만 재즈나 대중음악에서는 불협화음이 많이 쓰이고 그 불협화음을 즐긴다. 즉,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소프트뱅크의 손정희 회장은 쓴소리를 잘하는 사람도 참모로 두었다. 유니클로를 키운 야나이 다다시 회장과는 골프 친구이면서 소프트뱅크의 사외이사지만 손 회장의 의견에 거침없이 반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자신과 하모니가 잘 맞는 친구나 동료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나와 불협화음을 낸다면 피곤할 수 있지만, 옆에서 쓴 소리를 해주는 사람도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나를 성장시킨다. 물론 습관적으로 쓴 소리를 남발하는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 

이런 사람을 구별하는 안목을 키우려면 젊을 때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 만약 내가 인간관계를 회피한다면 그만큼 사람 보는 눈이 남들보다 떨어지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 보통 부모님들이 결혼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신의 인생 경험과 산전수전 겪으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에 대한 경험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그 눈이 꼭 떠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험에 비례하는 지혜가 있기 마련이다. 


역사상 성공한 사람들은 인재에 목말라했다. 유비는 삼고초려의 정성으로 제갈공명을 맞았고, 조조는 인재가 찾아오면 머리를 감다 말고 나가고, 밥 먹다가 숟가락을 놓고 환영했다고 한다. 이를 사기에서는 일목삼착(一沐三捉), 일반삼토(一飯三吐)라고 했다. 조조가 힘들게 선임한 인재들 중에는 그에게 아부를 한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많았다. 그래도 조조는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물론 한계에 다다르면 목을 쳤다.)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고, 인간 간의 관계, 즉 하모니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하모니가 꼭 협화음을 낼 필요는 없다. 불협화음을 내는 사람도 옆에 있어야 한다. 


나는 좋은 얘기를 해주는 사람에게 당연히 호감이 가지만, 충고해주는 사람에게도 감사함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물론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싫은 말은 귀에 거슬린다. 하지만 그러한 말이 나의 발전을 위한 애정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언젠가 어느 선배가 나에게 “요새 많이 힘들지?” 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그 선배에게 “무관심보다는 낫죠”라고 답한 기억이 난다. 나도 모르게 게 툭 튀어나온 말이지만 내가 말해놓고 생각해보니, 충고나 질책을 받더라도 나의 성장을 위해서 발전적으로 승화시킨다면 나를 도와주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그래서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하고, 나도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 마치 내가 재즈를 연주할 때 나의 솔로 연주를 끝내고 다른 파트가 솔로를 연주할 때 옆에서 콤핑을 넣어주면서 그 사람의 연주를 돋보이게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우리는 불협화음의 관계도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