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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n 09. 2020

꾸준함이 절호의 기회를 만든다

“어, 다리 많이 찢어지시네요. 나중에 할아버지 되면 완전히 쫙 찢어지겠네요.”


PT (Personal Training) 선생님이 내가 스트레칭하면서 다리를 쭉쭉 펼치자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키가 186cm이고 다리 길이만 거의 1m에 육박해서 하드웨어는 ‘북유럽 급’인데 몸의 유연성은 ‘미라 급’이다. 한마디로 너무 뻣뻣하다. 하지만 이렇게 뻣뻣한 몸도 2년 넘게 스트레칭을 하니 조금씩 나아졌다. 물론 정상인의 수준이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스트레칭을 하면서 허리 통증이나 기타 부상의 위험이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농담 삼아서 내가 운동을 하는 것은 거의 재활 병원 다니는 것 같다고 했다. 스트레칭은 지금도 괴로운 순간이지만 꾸준히 하고 있다. 
 
골프도 처음 레슨 받았을 때 몸이 너무 뻣뻣해서 희망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고 나니 드라이버도 치고 퍼팅도 연습한다. 물론 새벽 6시 레슨이라서 골프 연습장 가는 것이 고역이었다. 아침마다 마음속으로 울면서 연습하러 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세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점점 자신감도 생겼다. 골프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되는 운동이지만 골프를 시작하면서 좋은 점도 많다. 예전에는 남들이 골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한없이 작아졌지만. 이제는 주제의 범위도 넓어졌다. 
 
비단 운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매번 회사 송년회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피아노를 치는 게 부럽다고 한다. 그래서 한번 배워보라고 권하면 대부분 늦었다고 한다. 사실 하루에 10분 만이라도 피아노를 연습하면 3개월, 6개월 후에 적어도 가요 반주 정도는 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노력을 이어 간다는 게 쉽지는 않다. 주변에 방해 요소가 너무 많다. 친구들과의 약속, 과음, 야근 등으로 인해서 집에 가면 그냥 쓰러지기 일쑤다. 아니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심리학적으로도 이런 ‘보상 심리’가 모든 사람들에게 있다고 한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액션 배우인 윌 스미스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남들과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면 러닝 머신 위에서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뿐입니다. 나보다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나보다 재능이 많은 사람, 똑똑한 사람, 성적 매력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겠죠. 하지만 나와 함께 러닝머신에 올라간다면 그 사람이 먼저 기권하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나는 윌 스미스와 같은 미련 곰 딴지 같은 지속성으로 재즈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했고, 재즈 페스티벌에서도 공연하고, 앨범도 가내수공업이지만 발매를 했다. 중국어도 2급을 따기 위해서 3년간 30회 이상의 시험을 치렀다. 스트레칭을 하고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하니 미라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40세가 넘었지만 적어도 근육량 감소는 안 한다. 이제는 매일 글을 쓴다. 자신의 얘기를 뱉어내고 책을 읽는 것은 삶을 훨씬 풍족하게 하고 사고의 깊이도 더욱 깊게 만든다. 명상도 꾸준히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영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릿》이라는 책에서 저자인 앤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이런 꾸준함과 재능보다 중요한 ‘노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윌 스미스 같은 정신력이 없다면 평소 귀차니즘을 어떻게 극복할까? 나만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첫째, 나를 속박시킨다. 나도 유혹에 약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정해진 시간에 레슨을 받고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시험 일정을 먼저 잡는다. 이런 강제적인 속박이 아니면 의지가 약한 사람은 무언가를 지속하기 힘들다. 하지만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면 탄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것이 일주일, 보름이 될 수도 있지만 심리학적으로는 66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이 단계가 되면 굳이 강요 안 해도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하게 된다. 그러나 66일이 넘었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의식을 의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100일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완벽주의를 버리고 무조건 시작한다. 다작 작가인 우디 앨런(Woody Allen) 감독은 과거 젊은 작가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내가 지켜보니까 작가가 꿈이라고 말하지만 첫 단계에서 실패하고 실제로는 희곡 한 편, 책 한 권 쓰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이에 비해, 일단 희곡이나 소설 한 편을 실제로 완성한 사람은 뒤이어 연극으로 상연하거나 책으로 출간하더군요.” 그래서 ‘늦었다고 생각하면 진짜 늦은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결코 늦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의 테니스 선수인 정현 때문에 테니스를 치고 싶으면 당장 테니스 라켓 사고, 동네 테니스 코트나 문화 센터에 레슨 등록하고 배우면 된다. 내가 정현과 같은 테니스 선수가 될 수는 없지만 일단 첫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과 공부에 대한 사랑이다. 내가 일이나 공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코 꾸준히 할 수 없다. 미국 작가인 앤드류 매튜스(Andrew Matthews)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면 최선을 다하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기쁘게 하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이면 바로 지금 하라.” 그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꾸준히 했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끼고 나에게서 변화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 변화를 통해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기회는 업무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분야에서도 찾아올 수 있다. 
 


100세를 앞둔 노 교수님의 글이 화제다. 그는 건강을 위해서 60세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그 후로 약 40년간 수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연세대 김형석 명예 교수다. 이렇게 60세가 되어서 나만의 운동을 시작한 교수님도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러한 꾸준함은 나에게 기쁨도 중요하지만 기회를 만들어준다. 전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박지성 선수가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꾸준하게 운동장에서 뛰었기 때문에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고 히딩크 감독에게도 발탁될 수 있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 많은 명예와 부를 움켜쥘 수 있었다. 
 
이제 내가 좋아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번 찾아보자. 완벽주의는 버리고, 지속적으로 하자. ‘일단 출석만 하면 8할은 성공이다’라는 말이 있다. 꾸준함은 나에게 반드시 기회를 가져오고 자연스럽게 금전적인 운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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