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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Feb 16. 2021

[1] <구해줘 홈즈>의 부작용

자취하면서 살게 된 집들 A부터 Z까지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뛰다 못해 날아오르고 매일매일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요즘, 영끌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텅 비어만 가는 텅장을 보면 언감생심이라는 생각에 얼른 싹 마음을 고쳐먹게 된다. 그래도 뭔가를 통해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함에 일요일 밤은 MBC <구해줘 홈즈>라고 외치게 되었다. 세상 모든 직장인과 학생들의 마음에 웃음과 더불어 우울함까지 동시에 선사한 "일요일 밤은 <개그콘서트>"가 사라진 이후 일요일 밤은 그냥 일찍 잠자리에 드는 소중한 시간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매주 부동산 문턱을 들락거리는 마음으로 <구해줘 홈즈>를 본방사수하며 남의 집 훔쳐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버렸다. 


서울 중심가에 1억 원대 전셋집이 햇살 겨우 넘나드는 창문 있는 고시원과 별 차이없음에 절망하다가도 경기도 저기 어딘가에 3억 원대 전셋집은 생각보다 사람이 살 만한 '내 공간'인 듯하여 한껏 조증이 올랐다가 울증으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그 방송 시간 동안 쉼없이 느끼게 된다. 하늘 아래 이렇게나 집이 많은데 왜 '내 집'은 없냐는 볼멘소리가 그냥 남의 앓는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난 앓아요'라고 들릴 때가 된 것이다. 이런 줸좡!!!!!!!


그러고 보니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나름 8층에 통창까지 존재하는 베란다 딸린 분리형 원룸이라 앓는 소리 하기에 민망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 참 묘한 동물이자 욕심의 존재인 것은 부정하지 못하겠다. 좀 더 느낌 있는 뷰, 기본 방 3개에 화장실 2개, 화장실 한 군데에는 욕조가 있고, 어닝이 딸려 있는 마당도 보이고 등등등. 당연히 <구해줘 홈즈>에서는 방송을 위한 특별 중에 특별 매물만 골라서 보여줄 테니 현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 터인데 자꾸 눈만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여기 이 자리에서 투덜거리며 키보드 파이터가 될 바에는 차라리 뽑힐 것만 같은 사연이나 열심히 쓰는 것이 현실적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조증과 울증이 교차편집되는 내 마음을 굳이 비난하지도 못하겠다. 


일요일 밤 방송은 왜 이렇게나 사람의 마음을 극과 극으로 몰아붙이며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일까. 음모론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멍텅구리 같은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여하튼, <구해줘 홈즈>를 볼 때마다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집을 무작정 뛰쳐나와 말도 안 되는 돈으로 겨우겨우 눈칫밥 먹으며 선배 집에 얹혀살다가 친구 집에 또 걸쳐살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상황에서 반지하에 겨우 살다가 매일 밤 가위에 눌려 2주일 만에 도망치듯 나왔던 그러한 여러 경험들과 기억들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려 나빌레라 하고 있다. 가위 눌린 집은 알고보니 4층이던가 5층이던가에 살던 집주인 분께서 매일 새벽마다 집을 바라보며 밖에서 기도를 드리셨는데 분명 집 잘돼라고 기도하셨겠지만 왜 그 시간만 되면 내가 가위에 눌려서 괴로워했던지. 


이렇듯 의식주 중에 '주'만 생각하면 참으로 다양한 추억 아닌 추억들이 응답하라 급으로 떠오른다. 하도 이사를 다녀 주민등록증 뒷면이 꽉 차서 어쩔 수 없이 재발급을 받아야 했던 기억까지 몽글몽글 피어오르다 보니 참 나도 서울이라는 이 낯선 땅에서 고생 많이 했구나 싶어 스스로 등을 토닥여본다. 나의 스토리, 그냥 들려주면 참으로 유치찬란하고 낯뜨겁겠지만 내가 살았던 곳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본다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았을까 하는 마음부터 지금은 정말 사람답게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까지 다양하게 넘나들며 오늘날 대한민국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솔로남의 찐현실을 잘 헤아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당히 정치공학적인 거룩한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했다. 역시나 중요한 것은 제일 마지막에 두는 것인가 싶은 게 의식주 중에서도 가면 갈수록 '주'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람에게 먹고 입는 것이 조금 별로면 어떤가. 혹시나 친구나 가족 중에 맛난 거 사줄 수도 있고 좋은 옷 입혀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집을 사줄 수는 없지 않은가. 좀 얼토당토 않은 억지처럼 들리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나.


여하튼, 나의 주거 공간 이야기가 앞으로 계속 펼쳐질 예정이다. 그러고 보니 집이 별로였을 때는 집에 있기 싫어 밖에서 떠돌며 소비하는 시간이나 돈이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봐야 얼마나 썼겠냐 싶겠지만 그거 생각보다 무시 못 할 것만 같다. 그 돈 차곡차곡 잘 모았으면 벌써 인서울 작은 아파트 한 채는 구입하지 않았을까 하는 역시나 별 시덥잖은 억지를 부려본다.


다음번부터 시작할 첫 번째 나의 주거공간은, 어휴~~~~ 도대체가 어휴~~~~~ 거기서 어떻게 살았을까. 어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Home> Sung by Michael Buble 


Another summer day

Has come and gone away

In Paris and Rome

But I wanna go home, mmm


또 다른 여름날이

오고 가네

파리와 로마에서

근데 집에 가고 싶어


May be surrounded by

A million people I

Still feel all alone

Just wanna go home

Oh, I miss you, you know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있어도

여전히 외로운데

그냥 집에 가고 싶어

네가 너무 보고 싶다, 알지


And I've been keeping all the letters

That I wrote to you

Each one a line or two

I'm fine baby, how are you?

Well I would send them but I know

That it's just not enough

My words were cold and flat

And you deserve more than that


너한테 쓴 모든 편지들을 부치지 못했어

짤막한 편지들까지 말야

난 잘 지내는데, 넌 잘 지내니

그렇게 보내려고 했는데 그 단어들로는 너무 부족해

내가 쓴 문장들은 너무 차갑고 무뚝뚝하지

당신은 그것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데


Another airplane

Another sunny place

I'm lucky I know

But I wanna go home

Mmm, I got to go home

Let me go home

I'm just too far

From where you are

I wanna come home


또 비행기를 타고

또 다른 따사로운 곳을 다니고

맞아, 복 받았지

그걸 다 알지만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야만 해

당신이 있는 곳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집에 가고 싶어


And I feel just like

I'm living someone else's life

It's like I just stepped outside

When everything was going right

And I know just why you could not

Come along with me

That this was not your dream

But you always believed in me


내 인생이 아닌 타인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

그냥 다 잘 되어가고 있었는데 내가 무작정 집을 나와버린 것 같아

네가 왜 나랑 함께 나가지 못했는지 너무 잘 알아

우린 가치관이 너무 달랐으니까

그래도 항상 날 믿어주는 당신


Another winter day

Has come and gone away

In even Paris and Rome

And I wanna go home

Let me go home


또 다른 겨울날이

오고 가네

파리와 로마에서도

집에 가고 싶다

집에 보내줘


And I'm surrounded by

A million people I

I still feel alone

Oh, let me go home

Oh, I miss you, you know


많은 인파 속에 둘러싸여 있어도

여전히 외롭다고

집에 좀 보내줘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 알잖아


Let me go home

I've had my run

Baby, I'm done

I gotta go home


집에 보내줘

지금까지 달려왔고

이제 정말 끝났어

집에 가야 해


Let me go home

It'll all be all right

I'll be home tonight

I'm coming back home


집에 보내줘

모든 게 괜찮을 거야

오늘 밤은 집에 있을 거야

집으로 갈 거야


https://youtu.be/lbSOLBMU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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