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하루
자기계발서를 많이 기획하고 편집해서인지 유난히 이 단어가 친숙하게 느껴진다. 자기계발 분야에서 대가라 할 만한 입지를 다지고 계신 분들을 만나거나 그분들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차오르는 웅장해짐을 부정하지 못하겠다. 어떻게 하루를 알차다 못해 저리 숨 가쁘게 보낼 수 있을까 하고 존경심마저 들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종종 다양한 분야의 자기계발을 몸소 체험하고자 애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가의 제자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서.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내게 맞는 자기계발은 따로 있는 것일까?’ 무슨 말인고 하니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였다. 역시나 대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시간 관리의 달인이라 할 만한 저자분의 책을 작업하면서 그분의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하지만 거의 분 단위로 촘촘하게 시간을 관리하는 일을 하시는 분이라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지 나는 도무지 따라 할 수가 없었다. ‘아, 나는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편집하는 일에 충실하면 되겠구나. 그분의 책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니까.’ 하며 나를 소심하게 다독일 뿐이었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는 엄청난 다독가와 출판 관련 미팅을 하다가 그의 노하우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열심히 경청하게 되었다. 귀가 쫑긋하다 못해 토끼 귀가 될 정도로 바짝 세우고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한 문장, 한 단어씩 곱씹고 다이어리에도 적었다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면서 책을 읽는 내게는 도무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slow reader’인 나는 나만의 방법이 이미 습관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 ‘fast reader’인 그의 속도를 맞출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독서 방식이 틀린 것이 결코 아니다. 이는 다르다의 영역으로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빨리 읽어서 좋을 때가 있고, 나처럼 천천히 읽어서 좋을 때가 있다. 나는 충분히 천천히 음미하면서 독서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난 그분의 출간을 거절하기로 했다.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책을 어떻게 좋은 책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분은 다른 곳에서 멋지게 출간하셨던 기억이 난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당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당신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다’라며 거창하게 자기계발을 이야기하였지만 사실 난 요즘 유행하는 바로 그 미라클 모닝조차 실천하기에 너무 버겁기만 하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사실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자기계발을 실천하기 위해 몸이 축나는 것보다는 적절히 나에게 맞는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약간은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평화와 발전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그들이 잘 해내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보디프로필을 위해 철저히 식단을 조절하고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하기보다는 조금 덜 먹고 양팔 씩씩하게 흔들며 잘 걸어 다니는 방법을 택하겠다. 새벽 4시, 5시에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을 실천하기보다는 적절히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깨어 이렇게 무사히 기분 좋게 잘 일어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나로 살고 싶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자 집에 있는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다 버리기보다는 추억으로 남아 나에게 손짓하는 물건에게는 집안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 있는 여유를 살짝이라도 주고 싶다.
자기계발은 말 그대로 자기를 계발하는 일이다. 하지만 계발이 되지 않고 독이 되는 계발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나를 혹사시키면서까지 그러한 계발은 하고 싶지 않다. 건물을 지을 때도 마구 파헤친 땅에서는 제대로 된 건물을 세울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의 몸이 원하는 만큼의 계발이면 충분하다. 그래, 됐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