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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선생님 강의가 재미있어요”

아픔의 문장들

by Jeremy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선언을 했을 때 (사실 뭐 딱히 선언이랄 것도 없지만) 두려움이 몰려온 것이 사실이다. 자의 반, 타의 반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둔 것이었던 것만큼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예전처럼 돈을 벌 수는 있으려나. 다양한 질문이 나 스스로에게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던 와중 편집 일을 계속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분도 계셨고, 강의 요청도 간헐적으로 들어왔다. 특히나 편집장 출신이다 보니 편집이나 기획 관련 강의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지금은 다양한 강의들이 내 생활의 가장 중요한 생계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 사실이지만 강의를 준비할 때마다 늘 긴장되고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MBTI 검사 결과 ‘I’이기에 더욱 그러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찾을 수도 없는 그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준비한 것도 사실이다.


자료를 만들다가 속쓰림이 심해졌던 적도 있었다. 강의를 하다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라며 정신이 번쩍 든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늘 강의를 마치고 평가지에는 이런 말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 강의가 재미있어요.’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나는 그렇게나 열심히 준비하고 강의에 열과 성을 다했던 것이구나 싶어서 나를 한참 다독이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칭찬을 듣는 것만은 아니었다.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MBTI 검사 ‘I’의 성격처럼 고개를 숙이게 되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처음부터 점검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분의 지적은 이것이었다. ‘강의 계획서대로 하지 않았다.’


이것저것 설명하다 보니 다른 내용을 더 해버렸고 몇몇 내용을 빠뜨렸는데 왜 그랬을까 하며 나를 자책하곤 했다. 하지만 늘 수업 중에 이야기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주저 없이 질문하세요.”




그래, 굳이 나를 자책하지 말자. 자책하며 나를 심연의 깊은 곳으로 떨어뜨리지 말자. 내가 열심히 했고 나의 수업을 통해 좋은 기운을 얻고 양질의 정보를 얻어가신 분들이 대부분인 만큼, 그리고 수업이 한 번 열리고 폐강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충분히 좋은 수업이기에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적 하나하나에 목숨 걸다 보면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해낼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지게 된다. 그러니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갈 것은 넘어가고 내가 조금 아쉽게 한 부분이 있다면 다음부터 그러지 않도록 점검해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다음번 수업이 덜 부담스럽고 수업 자체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우리는 세상 모두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지적이 있다면 충분히 고쳐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한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이 말만큼은 내가 강의를 계속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선생님 강의가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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