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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꿈을 꾸는 당신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

아픔의 문장들

by Jeremy

“넌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좋겠어.” 꽤나 최근까지 지인들 사이에서 나름 부러운 삶을 살고 있다며 칭찬과 부러움이 가득했다. “꿈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 나이가 벌써 마흔이 넘었는데도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는 것이잖아.” 이러한 말을 들을 때마다 참으로 행복했다. 살아 있음을 느꼈고 돈을 많이 벌어두지 않았어도,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가 있지 않아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불안감이 쓰나미 몰려오듯이 올 때가 있다. 무엇보다 작가이자 강사라고 하는 프리랜서로 살면서 일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꽤 늘었다. 아직까지는 무명이기에 겪는 설움이자 두려움이 아닌가 싶다. 자다가도 눈이 번쩍번쩍 떠진다. 악몽은 아닌데도 꿈속에서 내일부터 일이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기도 한다.


무엇이 그리 두려운 것일까. 나이가 주는 압박감에 마음도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내가 이렇게 변해버릴 줄은 몰랐다. 나이에 압도가 되어버리다니. 이렇게 결국 무너지는 것인가 싶어서 또다시 초조해지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결국은 병원을 찾게 되고 나보다 윗세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게 된다.


“그래도 빚 없는 게 어디야. 난 빚 갚느라 청춘을 다 보냈더니 이제야 마음이 편한 것을. 누구나 불안하지, 하지만 어쩌겠어. 다들 그리 살아가는 것을.”

“나도 언제 회사에서 그만둬야 할지 몰라서 아무도 몰래 약 먹으며 견디고 있잖아. 그렇지만 살아가야 하는 것을 어쩌겠어.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야 하는 것을.”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제아무리 행복하다고 생각해도 나이가 듦에 따라 겪게 되는 불안함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나는 왜 마음이 다운되고 견디지 못할 것만 같은 초조함 속에서 최근 그리 힘들어했던 것일까. 단순히 나이 탓이라고, 갱년기인가 그렇게만 치부하기에 내 마음이 너무 병들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꿈이 있을 때는 참으로 행복했다. 꿈을 향해 배우는 것 자체가 좋아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그 배움이 나를 들뜨게 하고 힘든 회사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하나의 마법 주문과도 같았다. 언어 공부를 할 때도 즐거웠고, 악기를 배울 때도 행복했다. 지인들과 해외여행 가서 멋지게 안내도 해 보았고 회사에서 해외 업무를 맡는 즐거움도 컸다. 악기를 멋지게 연주하며 무대에서 빛나는 나를 보며 더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내 삶의 동력이 되었던 것들이 무의미하게 다가온 것이다. 그래서 전부 다 올스톱 해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의미를 찾아나가야 했다. 그래서 새로운 꿈을 위해 나를 다독이고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아야 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겉으로 보기에 빛나는 삶을 살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마흔이 훌쩍 넘었어도 멋지게 잘 살고 있다고 너무 나를 혹사하고 괴롭힌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뭐라 하든 말든 나의 삶을 사는 것 자체가 소중하고 중요한데 말이다.


나의 배움이 혹시나 조금이라도 그러한 오류를 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서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왔던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도착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도 편해지고 가벼워졌다. 어찌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 그러한 괜한 노력이 나를 아프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는 멈출 때인가 보다.’ 이러한 신호가 나를 멈춰 세웠던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데 나는 그동안 뭔가를 너무 많이 해왔던 것이다. 마흔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너무 달리다가 남들 모르게, 아니 나도 모르게 한지에 물기가 스며들 듯 조금씩 불안해 오고 아파 온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 이제는 나를 너무 몰아치지 말자. 조금 덜 하더라도 진짜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 그리고 무조건 나에게 솔직해지자. 제발 나를 속이면서까지 뭔가를 해야겠다고 괴롭히지 말아야겠다. 오직 나만 더 사랑하자. 그렇게 이기적인 나로 살아야 아프지 않고 50, 60대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제야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다. 역시나 사람은 아픔을 느끼고 불안감을 경험할 때 깨달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게 후회하기 전에 먼저 알게 되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내 몸이 멈추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새롭게 꿈을 설계해 나가야겠다. 내 몸이, 내 마음이, 내 영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꿈 말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오직 나만 행복해질 수 있는 꿈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절대로 나를 혹사하고 아프게 하면서까지 꿈에 다가가지 않기를. 이제는 새롭게 꿈을 정의하고 한 걸음씩이 아닌 반걸음씩이라도 차분하게 나아갈 수 있기를.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이기적인 내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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