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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Feb 07. 2018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다

도전_ George Washington


죽기를 각오하고 전장을 누빌 때도 이러진 않았다. 군사훈련 경험도 없고 대포는커녕 총알, 식량, 담요 등 물자도 턱없이 부족한 오합지졸 군대를 데리고 세계 최강의 영국군을 어떻게 상대하겠느냐고 모두가 말릴 때도 그는 당당했다. 무모한 전쟁을 마법 같은 승리로 이끈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1799) 미국 총사령관은 원래 거침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1789년 4월 30일 미국 임시정부 청사인 페더럴 홀에서 맹세를 위해 오른손을 성경 위에 올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멈칫 했다. 막중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후 떨리는 손을 성경 위에 포개어놓았다. “당신은 미국의 대통령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미국의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수호할 것을 맹세합니까?” 이제야 그는 주저없이 답했다. “예, 엄숙히 맹세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삼는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고, 인류 역사상 최초의 ‘민주공화국 대통령’이 만장일치로 선출되었다. 국민들은 왕이 통치하는 국가만 경험했지, 대통령이라는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는 처음이었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표현도 낯설었다. 


워싱턴은 세상에 처음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국가의 지도자였기 때문에 모든 것을 처음 만들어가야 했다. 변화를 두려워한 일부 세력은 그에게 왕의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험난하더라도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도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의 선택은 옳았다. 그를 믿고 지지해준 국민들의 선택 또한 옳았음이 2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확인되고 있다.      



매일 만나는 1달러에 담긴 아메리칸 드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00원짜리 지폐에는 ‘동방의 주자(朱子)’라 불리는 퇴계 이황이 새겨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1달러 지폐에는 누가 새겨져 있을까? 바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1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다. 도전, 리더십, 용기, 자유와 평등 같은 표현과 어울리는 워싱턴이지만, 어린 시절 그는 이기적인 어머니 밑에서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초등학교 교육 정도에 그쳐야 했다.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는 두 번째 부인이었기 때문에 워싱턴에게 돌아오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런 환경을 비참하게만 여기고 삐뚤어진 마음을 먹었다면 그는 역사에 남지 못했을 것이며, 미국이라는 나라는 탄생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인생을 뒤바꾼 가치 있는 몇몇 만남이 존재했다. 먼저, 아버지의 재산만 노려 자신을 미워하거나 핍박하기는커녕 끝없는 도전으로 삶의 길을 닦아나가라고 조언한 이복형 로렌스가 있었다. 더불어 로렌스의 장인이자 버지니아 상류 귀족가문 출신의 페어팩스 대령은 워싱턴이 독학으로 측량사가 되어 일자리까지 얻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훗날 그가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는 데 밑거름이 된 군 입대도 이 둘의 힘이 컸다. 


이러한 이유로 조지 워싱턴은 사람과의 인연, 특히 품격 있는 사람과의 인연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었다. 역사는 그를 천재 정치가라 추켜세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주위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고 포용할 줄 알며 겸손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평가를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민주정부 수립 당시 공명정대한 인사권을 발휘했던 사실은 후세에도 더없는 귀감으로 남아 있다. 혈연, 지연, 학연, 종교 등을 철저하게 배제시켰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던 최초의 정치혁명이었지만 쉽게 풀어가려 했다면 인맥을 통해 적당히 소개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워싱턴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주어진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고 또 골라 적재적소에 배치했던 것이다. 이조차도 그에게는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걷는 도전이 아니었을까?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구태의연한 것들만 고집하다가 쇠퇴기에 접어든 유럽 다수 국가와 달리 좌충우돌 행동들로 아슬아슬해 보여도 에너지가 넘치는 ‘청년기 문화’를 이끌던 젊은 국가. 누구에게나 기회가 넘치는 ‘American Dream(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를 꿈꿀 수 있는 나라. 서부개척 시대의 황금기, 꿈의 공장 할리우드, IT 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 등 지금의 미국을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된 인물이 조지 워싱턴이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도전의식이 넘치는 국가,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Do You Know?

미국을 이야기할 때 합법적인 총기 소지 논쟁은 결코 빠지지 않는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전 세계를 뒤흔드는 총기 난사 사건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렇게 위험한 총기 소지를 규제하지 않는 거지?’ 미국 헌법 제2조에서 총기 소지를 정당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이러한 총기 문화를 국민적 정서로 확산시킨 데는 미국의 문학과 영화 같은 대중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웨스턴 무비를 보면 저마다 권총을 차고 인디언이나 무법자로부터 자신과 가족 그리고 재산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결국 서부개척 시대의 영웅담이 미 대중문화의 인기 소재였기 때문에 총기 소지가 자연스럽게 미국인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더불어 편당 수억 달러의 대규모 자본으로 제작되는 오늘날 히어로 영화들 역시 웨스턴 무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 가능하다. 당시의 카우보이나 황야의 무법자들이 전 세계를 수호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지금의 히어로들과 맞닿아 있다고 하겠다. 강력한 영웅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미국은 다양한 무기들을 통해 힘의 원천을 과시하는 것이 사실이다. 매년 3만 명이 넘는 총기 관련 희생자가 발생하지만 온갖 무기가 등장하는 대중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있고 모든 세대가 이에 열광하기에 쉽사리 폐기할 수 없다. 더불어 영원불멸의 젊음을 상징하는 뱀파이어 장르가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에 존재하는 것 역시 영웅주의를 상징하는 미국의 파워를 보여줌과 동시에 늙지 않는 미국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키는 방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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