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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Mar 30. 2020

아버지의 답장을 기다립니다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난리입니다.

그런 가운데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의 건강이 염려가 됩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인지...

전화는 자주 드리려고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 조금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겠지요. 몸이 안 좋으셔도 굳이 안 좋다고 하지 않으시겠지요.


부모님은 이혼하신 지 너무 오래셔서 따로 사시는데

각각 연락을 드릴 때마다 걱정은 두 배입니다.


특히 혼자 계시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은 두 배 세 배입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에게 선뜻 살갑게 전화해서 이것저것 수다스럽게 묻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왜 이럴까요, 나는. 그러한 마음이 있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아버지 걱정이 큽니다.


아버지와 나, 그 기억의 단편 같은 이야기들을 조금 정리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궁금해집니다.

괜찮으시죠? 아무 문제 없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답장이라도 받는다면 마음이 놓이겠지요.




#1. 


아버지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자 컴퓨터를 켰습니다. 따듯한 마음을 담아 진심어린 한 글자 한 글자를 써 내려가야 한다는 당부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습니다. 편지를 쓰고자 마음먹었으니 조금이라도 끄적여야 할 텐데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커서가 깜빡거리는 화면만 몇 분째 바라보고 있습니다.


차라리 지금이 한밤중이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들었습니다. 더없이 감성적으로 변하는 시간대이다 보니 제가 무엇을 쓰던 아버지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썼을 텐데 말입니다. 매우 신파적인 글과 표현으로 가득할 테지만 그 순간만큼은 하늘이 내려준 효자라도 될 수 있었을 건데 말입니다. 


아니면 비라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최신 가요 중에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하는 가사가 담긴 노래가 있거든요. 비가 내렸으면 아버지가 더 많이 생각났을 테니 말입니다. 혹시 그 노래를 모르시겠다고요? 그렇다면 심수봉 님의 노래 중에도 비와 연관성이 있는, 그러한 애절함이 담겨 있다는 건 아실 겁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아버지 당신의 사진이라도 바라보고 있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첩을 꺼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사진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오랜 시간 동안 자취를 하며 혼자 살았다고 해도 아버지 사진 한 장 챙기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정말 저는 챙기지 않았나 봅니다. 괜히도 아니고 그냥 제가 싫어졌습니다. 스스로를 원망하는 감정마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당신을 미워한다고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사랑한다는 고백으로 끝맺을 편지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을 향한 저의 무심함에 후회만 가득한 편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 한마디는 꼭 먼저 하고 편지를 이어나가야 할 것만 같습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2.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당신과 함께 살아오고 연락하며 희로애락을 맞아왔지만 왜 오늘도 우리만의 삶의 에피소드는 퍼뜩 떠오르지 않는 것일까요? 저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아버지 당신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우리 둘 사이에 뭔가 넘어서야만 하는 장애물이 있는 것일까요? 혹시라도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면 그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 숱하게 외치고 소리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이기만 할까요?


왜 저는 당신의 생신 때 전화 한 통 하기를 망설이는 불효자일까요?

왜 어버이날에는 서로 연락 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을까요?

왜 고향집 한 번 내려가는 것을 해외여행 가는 것보다 어려워하는 것일까요?


어렵기만 합니다. 영원히 끝이 나지 않을 뫼비우스의 띠 위를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달린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마라톤을 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길 위를 달리고 있어도, 쓰러질 것만 같은 절정의 순간이 다가와도 지난 시간의 추억이 떠오를 때가 있었거든요. 아버지와의 추억, 그때를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좋았던 기억만 가득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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