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Part 1에 이어서......
그동안 혼자 당당히 잘 살아가는 마흔의 솔로남으로서 재미있고 즐겁고 슬기로운 이야기들을 참으로 많이도 했다. 많은 이들이 그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해주었다. 누구에게나 ‘이러한’ 삶도 있지만 ‘저러한’ 삶도 있고 ‘그러한’ 삶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처럼 이렇게도 혼자임이 절박하고도 고마웠던 적이 있었을까.
그 어떠한 때보다 ‘혼자’임에 감사하게 되는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견뎌내고 있다) 그동안은 혼자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 벤티사이즈와 조각 케이크를 먹으며, 예술영화나 뮤지컬을 관람하러 혼자 극장과 공연장을 찾기도 했다. 계절별로 어울리는 셔츠와 바지, 그리고 스니커즈를 사고서 타인에게 보여주고자 애쓰기보다 나 스스로 만족하는 그러한 즐거움을 마음껏 누려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극히 명료하게 이 한 가지, 즉 나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혼자임에 감사한다. 그것 하나로 충분하다. 안도의 한숨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내쉬고 있다. 정말로.
그러고 보니 밤 열두 시를 지나, 얼떨결에 충분히 잠을 청한 후 이성이 마구마구 격정적으로 피어오르는 낮 열두 시에 이 글을 마무리하게 되어 너무나도 다행이다. ‘혼자라서 사랑해요’가 아니라 ‘혼자라서 다행이에요’라며 한 글자 두 글자 진심으로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고민만 하는 지금의 나. 분명 나는 그냥 평범한 나일 뿐이다. 그러니 누군가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현실에 맞닥뜨린 채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누군가’일 뿐이에요. 지금의 나는 당신이기도 하고, 그이기도 하고, 그녀이기도 할 거예요. 늘 개성 넘치는 사람이기를 바래왔지만 요즘의 나는 당신과 다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혼자인 나’여서 더욱 고맙고 안도할 뿐이랍니다. 그런 나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어떠한 피해를 주고 싶지도, 줄 필요도, 주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인 나란 말입니다.
*** 출간도서 목록 ***
라떼는 말이야 (어느 90년생의 직장생활 1년 보고서)
쓸데없이 열심입니다 (취미가 취미인 취미 수집가의 집념의 취미생활)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흔들리는 나를 잡아준 단 한 권의 인문고전)
밤 열두 시, 나의 도시 (지금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