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행동을 하는 아이가 갑자기 멈췄을 때
나는 늘 오후 12시가 되면 회사에 나와 가장 가까운 패스트푸드점을 간다.
밥은 먹어야 하지만 돈을 많이 쓰는 것도 나오는데 오래 걸리는 갓도 전부 짜증이 나서
언제나 그 패스트푸드점을 간다.
검고 푸른 유리로 가득한 건물 사이 혼자 붉은색의 패스트푸드점 옆에는 빛바랜 갈색의 초등학교가 있다.
그 앞에는 언제난 목이 늘어난 파란 반팔티와 검은 반바지, 노란색 슬리퍼를 신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서있다.
키오스크 앞에는 늘 사람이 2-3명이 있고 자리는 언제나 나 한 명은 앉을 정도의 붐빔.
빠르게 먹고 나면 담배를 태우고 커피를 산다.
학교 옆이라 금연구역이라 하지만 모두들 피는 음식점 옆 골목에서 담배를 태우고 나오면 바로 옆에 카페가 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샷 추가, 카드결제, 영수증 생략'
기계 앞에서 더 기계처럼 눌러대는 평일.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가 되기 전 회사에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아이는 언제나 학교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학교를 등지고 하늘을 가만히 기도를 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호기심이 생겼지만 말은 걸지 않았다.
굳이 먼저 말을 걸 이유가 없으니까.
1달, 2달, 3달 점점 흘러가는 시간에 늘 있는 아이는 그저 하나의 배경이 되어 가로수와 같은 느낌이다.
날씨는 조금 쌀쌀해진 10월 아이는 여전히 같은 차림으로 그 자리에 있다.
반차를 낸 오늘 밤늦게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집을 향하려 했는데 배경이 달라졌다.
가로수의 잎이 변하고 떨어지는 정도의 변화.
아이가 더 이상 손을 모으지 않는다.
늘 감고 있던 눈 속 검은 구멍은 나를 향한다.
중력에 빨려 떨어지듯 그 아이에게 다가간다.
"무슨 일 있니?"
왜 물어본 걸까?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은 느낌이다.
밤 비행기를 타려면 말을 걸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이는 생각보다 더 씩씩하고 활기찬 목소리로 말은 한다.
"우리 엄마가 건강해졌어요! 그래서 해님한테 마지막으로 인사한 거예요."
해님이라.
추운 날씨에 그런 옷차림을 하고 그저 엄마의 건강만을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한 거구나.
아이의 눈에는 눈곱이 껴 있었고 손톱에는 먼지가 많이 꼈다.
슬리퍼는 이제 찢어질 듯했고 티셔츠의 목은 이제 아이의 쇄골을 다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보풀이 있다.
떡진 머리와 안 씻은 냄새.
학원을 다니며 부모님의 차에 타는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의 손가락질.
분식집에서 하나씩 들고 있는 간식들 사이에 들려오는 아이의 꼬르륵 소리.
나뭇잎이 바뀐 정도의 차이가 이리 가까이서 보니 아니다.
그전까지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으면서 위선을, 도덕을, 인간성을 비교한다.
"배 안 고파? 삼촌이 떡꼬치 하나 사줄까?
아이는 웃으며 말한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괜찮아요. 있다가 집 가서 라면 먹으면 돼요.
엄마도 이제 병원에서 나와서 같이 맛있는 거 먹기로 해서 먼저 먹으면 안 돼요."
겉차림, 냄새, 청결, 무지.
그 아이가 가진 것들.
대학을 나오고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기계 버튼을 누르는 내가 더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니가?
아이가 가진 것들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얼른 집에 가서 짐을 싸야 한다.
여행계획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 조금 달라진 배경의 소품 하나가 뛰어나와 주인공 자리를 가져간다.
"다행이네. 해님에게 나도 소원을 빌어야겠다."
'아이가 행복하도록'
눈을 뜨니 아이도 다시 기도를 하고 있다.
"너도 기도한 거야?"
아이는 말한다.
"네! 삼촌 소원 이뤄지라고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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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