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낭만은 포기 못하고 말고...

by 이향

“ 헉!! 언니 무슨 일이야? 뭔 일이 있었던 거야 그새, 엉??....”

친한 후배 식구가 스키장으로 오기로 한 날 대낮에 손모가지 뒤틀리는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한 손에 붕대를 칭칭 감아 수습한 나를 본 후배는 기겁을 했다.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 밥 먹고 산책 나갔는데 신설밑에 얼음이 얼어있던 것을 모르고 그냥 나자빠진 거지 뭐. 좀 쑤시기는 하는데 부어오르지 않은걸 보니 부러지지는 않은 것 같으니 담주에 한의원이라도 가봐야지”

차마, 낮술 들이키고 까불다가 넘어진 거라 있는 그대로 얘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왼손이었으니 다행이지 오른손이었으면 말 그대로 정신 온전한 상태로 공주 코스프레를 할 뻔했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내 성격에 차라리 부러졌다면 치료과정이 좀 쉬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갑게 만난 후배 식구들과 밤늦도록 수다를 떨고 즐겁게 연휴의 마지막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끼니때마다 엄니만 바라보는 집돌이 아들은 처음에는 붕대감은 내손을 보더니 기함을 토하는 듯했지만, 배가 고프사오니 자연스럽게 무엇을 먹을 거냐고 물어왔다. 혈당 높이는 것에 민감한 내 입장에선 웬만해선 외식을 좋아하지도 하지 않는 것도 맞다. 그러니,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 먹는 것에 진심이다 보니 아들이 배고프다는데 마다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재료를 꺼내 씻고 다듬고 썰고 볶고 데치고… 어느 주부가 그 과정을 모를까나.

하지만 문제는, 우리 집의 모든 팬은 죄다 무쇠로 만든 것뿐이라는 거. 코팅 입힌 프라이팬이 하나도 없다 보니 멀쩡한 한 손으로 괴력을 발휘해야 할 지경이 된 것.

어찌어찌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요리를 해서 먹고 나서의 설거지는 더 험난하다. 목장갑을 끼고 그 위에 손목이 긴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했다. 한 손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어기적 거리면서도 두 손을 사용해야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나니 밤에 잠을 자기 위해 누웠는데 손목의 통증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작년에 수술하면서 받았던 강력 진통제를 털어 넣고 그나마 몇 시간 잠을 잤던 것 같다.


다음날 오후 근무를 마치고 한의원에 들렀다.

“ 아니 스키를 타는 것도 아니시면서 어쩌다 이리되었대요?”

“ 그냥 얼음판에 넘어졌지요. 내 딴에 고관절 수술로 두 번이나 고생했던 친정어머니 꼴 되지 않을라고 몸을 웅크린다고 나름 했는데, 제대로 낙법을 쓴 게 아닌가 봐요.ㅎㅎㅎ”

“허허허….!! 태권도를 배운 것도 군대를 다녀온 것도 아닌 할머니 연식이 낙법이 웬 말이래요? 부러지지 않아 천만다행이지만, 실금이 치료에 더 시간을 요하니 오늘부터 손목 보호대차고 절대 왼손사용 금지예요 아셨죠?”

“……….. 아… 네네…”

한 시간여 뜸을 뜨고 레이저 치료를 하고 침을 맞고 돌아오는 길, 조금 통증은 나아진 듯했다.

KakaoTalk_20260415_174704371 (1).jpg 압력붕대 재료로 만들어진 보호대를 착용하고 이거저거 가리지 않고 움직이는중..ㅎㅎ

그렇게 며칠 한의원을 드나들고 보니 웬간히 통증은 가신 것 같고 붓기도 좀 나아진 듯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 설거지, 식사준비, 그리고 또 한차례 스키트립을 포함해 멀쩡해진 듯 하니 기분도 상쾌하게 한주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한주가 흐른 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손목의 붓기가 다시 보였고 살짝 긴장감에 손목 보호대를 차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의 염려증, 강박증 증세가 스멀스멀 시작되었고 결국 삼일이나 지난날 오후, 억수로 비가 내리는 날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본 의사는 나에게, 부러진 건 분명히 아닌데 실금이 간 것이니 이제부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고 꼼짝하지 않은 채 지내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그래서 구입한 팔걸이까지 하고 출근을 하니 회사 동료들 모두 입을 모아 “ 어쨰, 넘어져서 손목에 금이 간걸 만만히 보더라니…쯧쯧.. 한참 가겠어” 라며 한 마디씩 했다.


결국 강제 손목사용불가와 팔걸이까지 하고 다니면서 요란을 떠는 기간이 총합 3주. 3주가 지나니 부기도 빠지고 병 따는 정도의 강도 있는 것 외에는 그럭저럭 일상생활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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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60415_174704371_03 (1).jpg 실금간 뼈 마디...꼼짝못하는 갑옷을 착용하고 나서야 낫기 시작했다.


그 3주 동안 한주도 쉬지 않고 스키장을 다녀왔다면 믿겠는가?

물론, 싸고 지고, 지지고 볶고 해 먹을 거 다 해 먹었다는 전설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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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국에 불고기 반찬

KakaoTalk_20260415_174819766.jpg 신선한 사시미로 만든 POKE
KakaoTalk_20260415_174704371_01 (1).jpg 자식들에게 명절날 떡만두국도 해먹였다..바야흐로..오지랍천국잔치중.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