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도 부담스럽다.

by 조승우

오늘은 2025년 4월 1일이다. 벌써 1/4분기가 끝났고, 옛 한국 나이를 빌리자면 20대가 끝나기까지 9개월이 남았다. 20대의 마지막 9개월을 어떻게 채울지, 그리고 앞으로는 '30대'라는 무겁디무거운 순간을 무슨 방법으로 헤쳐 나가야 할지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하다. 회사를 다니는 덕에 먹고사는 문제가 얼추 해결이 되어 이런 '사치스러운' 사색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어쨌든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꽤 부담스럽고 나로 하여금 조급함을 느끼게 한다. 그럼 미리 청사진을 그렸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당장 오늘 내게 닥친 예상치 못한 일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지치는데, 먼 미래를 그리는 건 버거운 일이었다고 변명하고 싶다.


2019년 초, 슬슬 전역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퍼즐을 맞추려 하던 23살의 나에게,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았던 맞선임은 30살이 되고 뒤돌아보았을 때 그 시점에 무엇이 남았는지가 중요할 뿐이지 20대 초중반의 크고 작은 고민에 괘념치 말라고 했다. 방황을 하거나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내가 원하던 곳에 도착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일 텐데, 나는 얼마 큼의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나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지금 발을 디디고 있는 이 장소가 내가 원하던 곳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더 나아가서는 과연 인간이 원하는 곳을 찾고, 거기에 도착하려는 의지가 있는 존재인지 묻고 싶다. 운명이 존재한다면, '원하는 곳에 도착한다'라는 건 어쩌면 허상이 아닐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에도 비슷한 취지로 적었지만, 나는 운명이 무조건적으로 개인을 무기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우연과 필연에 영향을 끼치고, 또 그 결과가 운명으로 나타난다고 믿는다. 결국 개인이 운명의 크기와 방향을 정하고 또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성격이 성격인지라 고민은 -걱정이 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언제나 하며 살았다. 다만 이전까지의 고민은 현실에서 이상을 향했다. 그렇기에 고민의 성격은 역동적이었고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상을 향해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어느 정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설령 쟁취하지 못하더라도 잃을 게 딱히 없는 그런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어느새 내가 품은 고민은 정반대 그러니까, 이상에서 현실을 향하기 시작했다. 회사 안에서의 커리어 개발, 이직 여부, 목표 저축 금액과 투자 수익률, 집 구하기, 심지어 결혼까지...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실존적인 성격이며 냉철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고민들이 내 머리를 채운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고민의 성격은 더욱 무겁더라도, 위에서 작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내 의지와 노력으로 운명의 주인이 된다면 미래를 조금이나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부디 2025년 12월 31일, 뒤 돌아봤을 때 현명한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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