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화요일, 밤 10시가 조금 넘었다. 나를 떠났거나 내가 떠났던 그들이 문뜩 떠오르는 밤이다. 짧았던 길었든 간에 한때 내 주변에 머물렀지만 어느새 내 일상에서 멀어진 그런 사람들 말이다. 당신 집 앞마당 호두나무에서 직접 호두를 따다 주었던 옛 아파트 경비 할아버지, 항상 지갑에 현찰을 두둑이 가지며 자랑했던 통학버스 기사 아저씨, 대학교 1학년 2학기 교양 팀플 때 내 앞에서 침 튀겨가며 다투었던 누나와 형, 술자리라는 찰나의 순간 친해져 평생의 친구가 될 것처럼 같이 놀았던 사람들, 공과 사를 구분 못했던 훈련소 소대장, 전역 직전까지 나와 내 동기들을 괴롭혔던 3개월 선임, 복학 후 코로나 전까지 1년이라는 자칭 황금기를 함께해 준 사람들, 취업 전까지 나와 함께 공부하며 애쓴 사람들까지. 어떤 색으로든 내 인생을 채워준 모든 사람들 말이다. 이 모든 사람들 덕에 여러 감정을 경험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탓인지, 그때 당시 느꼈던 기쁨과 슬픔의 크기를 지금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다. 다만 오늘 밤처럼 과거가 불현듯 떠오를 뿐이며 감정의 크기를 되살리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만약 좋았던 감정이라면 내 감각 속에 그 추억이 아직까지 어렴풋이 살아있음을 충분히 느끼자. 만약 잊고 싶은 감정이면 내 귀책이 아닐 시 쉽지는 않겠지만 죄책감을 느끼지 말자. 다만 내 잘못이 분명하다면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자. 그리고 내가 상처를 주었던 사람과 혹시나 인연이 닿아 조우한다면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용서를 구하자. 내가 지금 떠올린 사람들도 가끔은 나를 생각할지 궁금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