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운동, 옷
얼마 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아래 내용은 1월~3월, 그러니까 1/4분기를 어떻게 지냈는지 기록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앞으로는 브런치에 꾸준히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주 쓰고자 한다.
새해를 앞두고 했던 야심 찬 다짐이 무색하게, 1월 중순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던 순간이 꽤 있었던 터라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중이다. 불교에 의하면 '마음이 편치 않음'이라는 감정 자체는 결국 내가 만든 거지만, 범인인 나는 특정 관계에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자신이 없다고 보았다. 때문에 관계를 멀리하고 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몰두하는 셈이다. 어쩌면 무책임하게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때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게 부끄럽지만 나를 건질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을 했다.
주위를 잠시 잊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지우고 지금은 그 시간을 독서에 할애한다. 평소에도 책을 안 읽은 건 아니었지만, 속도를 조금만 높이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예전에 교보문고에서 구매한, 느긋함과 불안함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주인공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던, 나쓰메 소세키 소설 하나를 완독 했다. 그리고 지금은 2년 전인가, 운 좋게 중고서점에서 얻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세 권 중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젊은이였던 나의 형님은 새들에게도 용서를 구했다. 이것은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실은 진실이었으니, 이는 모든 것이 대양과 같아서 흘러 흘러서 서로 만나게 되므로 한 곳을 건드리면 - 세계의 반대편 끝에서 그 반향이 울려 퍼지는 까닭이다" 언젠가 인터넷을 표류하다가 이 문구에 매료되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기 시작했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어느 맥락에서 해당 문구를 발견하자마자 소름이 돋으면서 웃음이 났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빙산이라면, 저 문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끼고, 조금 과장 보태면 전율이 몸을 감싸는 수준이다. 단돈 15,000원으로 한평생을 러시아 정교회 사상과 철학에 몰두한 작가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라고 믿는다.
더 나은 나를 바라기 때문에 운동도 평소 보다 더 자주 그리고 열심히 하고 있다. 러닝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하고 있고 거리도 처음으로 15km를 달성했다. 원래는 뚝섬한강공원을 왕복으로 뛰는데, 회사 스트레스 때문인지 어느 날 자양 역에서 시작해서 서울숲을 끼고돌아 한양대학교 앞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로 15km를 달렸다. 달릴 때는 몰랐는데 집에 돌아오니 무릎을 조여 오는 통증을 느꼈다. 그렇지만 예전까지의 심리적 벽을 무너뜨렸다는 데에서 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집중하고 있다. 친구들 수행능력에 비교하면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작년 대비해서 3대 운동의 구력, 그중에서도 스쾃과 데드리프트의 구력이 상당히 늘었다. 상투적이지만 '안 될 것 같은데? 힘든데?'라는 생각이 든다는 건 아직까지는 더 짜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이라는 걸 배웠는데, 아마도 인생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깨달음이지 않을까. 고통스러운데 그 순간 웃음이 나오고, 다 마쳤을 때 이 정도 쾌감을 느끼는 행위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아직까지는 유일하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이상 그만 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 지난주 토요일에는 조던 피터슨 교수의 조언에 따라 방 청소를 했고, 옷장에 방치된 옷을 꽤 버렸다. 옷장이 그다지 크지 않은 탓인지는 몰라도 옷장을 열면 옷걸이끼리 뒤죽박죽 엉켜 있거나, 용도별로 구분이 안 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최소한의 옷만 남겨두고 큰 봉투 몇 개에 다 주섬주섬 담았다. 사실 개중에는 한두 해 더 입을 수도 있는 옷도 있어서 버리러 나갈 때 부모님의 간섭 아닌 간섭도 있었지만, 나에게 옷을 버린다는 건 과거를 현재 및 미래와 구분 짓는 상징적인 행위였으므로 버리고 나니 아쉬움보다는 시원한 마음이 더 앞섰다.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나에게 맞는, 필요한 옷 몇 가지만 구매해야겠다. 예전에 기업인 홍정욱이 쓴 에세이 50에서 본인은 치노팬츠와 셔츠 위주로 입는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부끄럽지만 꾸미는 걸 잘 못하니까 최소한 단정하게라도 치노팬츠와 옥스퍼드 셔츠 위주로 코디를 하고, 신발은 페니로퍼 한두 개를 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내가 바라본 바로는 세상 사람들에게 독서, 운동, 옷은 자기 자랑을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그동안은 그랬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2025년 1/4분기를 마무리하는 현시점부터는 이런 요소들을 단지 외부와의 관계를 맺기 위함뿐만 아니라, 나를 깊게 들여다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고, 지금 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