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리고 꽃.

내 마음에도 꽃이 필 수 있을까.

by 조승우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고 했던가. 섬이 언제 버림받았는지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지만, 적어도 꽃은 4월, 그러니까 봄에 피었다. 봄이니 만큼, 버려진 섬에 매화와 벚꽃이 만개하는 상상을 한다. 적색, 흰색, 분홍색의 꽃잎이 서로 뒤엉켜 새파란 하늘을 가리는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꽃나무들은 자기를 버리고 떠나간 사람들을 미워하지도, 또 그리워하지도 않은 채, 항상 그 자리에 서서 산들바람에 꽃잎을 하나씩 떠나보내며 자신도 오직 떠날 때를 기다렸을 것이다. 이렇게 봄은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차가운지 신경 쓰지 않고, 반겨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무심히 찾아와 그 자리를 지키다 훌쩍 다시 떠나버리는 계절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무심코 찾아오는 봄이 외롭지 않도록,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 그리고 내 마음에도 꽃이 필 수 있을까? 꽃마다 꽃말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매화의 꽃말은 '깨끗한 마음', 벚꽃의 꽃말은 '아름다운 정신'이라고 한다. 만약 꽃말이 그러하다면, 마음이 순수하거나 내적 아름다움을 지닌 자만이 봄을 진정으로 반길 테다. 나아가 그런 자들만이 마음 한편에 싱그러운 봄꽃을 싹 틔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깨끗한 마음을 지녔으며, 또 얼마나 아름다운 정신을 소유하고 있는가? 만약 그동안 내가 봄의 외로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또 봄의 따스함에 감탄하지 아니하였다면, 나라는 사람이 깨끗한 마음과 아름다운 정신이 부족한 사람이라 그랬던 것인지 자문한다. 결국 내 가슴 한편에 꽃나무 한 그루 심을 공간조차 없었기에 봄에 무감각했던 건 아닌지.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봄을 외롭게 두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깨끗한 마음'과 '아름다운 정신'으로 그동안의 조급함을 밀어내고, 내 마음에도 꽃이 필 수 있도록 조그만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내 마음에도 꽃을 피워, 봄을 반갑게 맞이하고 싶다. 앞으로는 여유를 가지고 골목길 사이사이에 피어나는 꽃잎들을 가까이서 바라봐야겠다. 앙상한 나무를 형형색색의 꽃잎으로 휩싸인 나무로 탈바꿈하는 봄의 따뜻함에 경이로움을 느껴야겠다.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서있는 나무 한 그루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야겠다. 마지막으로, 꽃잎을 길에 흩날리며 떠나가는 봄날의 나무에 고마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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