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지니 Nov 28. 2023

"그냥 가만히 있어도 괜찮아"

"꼭 무언가를 해야 하고, 누군가가 되어 있을 필요는 없지"


내가 한번이라도 멍하니 앉아 있었던 적이 있었나?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초조했다. 끊임없이 일거리를 만들고, 하다못해 책을 읽거나 미래를 위한 계획이라도 세워야 했다.


짧은 시간이라도 낭비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시간을 생산적으로 써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차라리 좀 쉬었으면 훨씬 나았을텐데....'


그동안 멍하니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멍한 시간이 없었던 것이 내 삶의 문제였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냈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이내 불쾌한 감정이 올라왔고, 이 불쾌한 감정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반면 내가 성취감 있는 일들을 해냈을 때의 기분 좋은 감정 또한 다르게 전해졌을 것이다.


성취감에 따라 휘둘리는 삶


그동안 출근 전, 퇴근 후의 시간을 갖고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판단하며 삶을 힘들게 만들었다.


이제는 퇴사를 하였고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여전히 나의 성취감에 따라 하루를 잘 살았고, 제대로 살지 못했다고 느끼곤 하였다.


내가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면 그때마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는데 오랜 시간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나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그동안 이 상황이 반복되었다는 것은 내가 해결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해'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까?

어릴 때부터 줄곧 나 자신을 증명하고,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보이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우리 가정은 행복하고, 삶은 오히려 더 잘 돌아가지.


너의 존재 자체로 충분하단다.


아이들은 엄마를 향해 수시로 사랑한다고 외쳐주고, 네가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괜찮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잖니.


무언가 억지스러운 행동으로 자신을 입증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단다.


오로지 나를 위해 시간을 쓰자

내게 돈이 충분하고, 모든게 다 갖춰져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을 때 나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영혼과 연결되어 내 영혼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명확히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존재. 불안감에 이끌린 행동이 아닌 가슴 속 울림을 따라 삶을 살아야지.


그러려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나에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 영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수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밴쿠버에서도 책육아하는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