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당신은 심심함이란 없던 내 일상에 돌을 던졌어요.
코로나 블루. 팬데믹 기간이 길어져서 일까요. 몸이 축 늘어지고 반복되는 삶이 지겹기만 합니다. 빈 시간에는 우울한 조명이 나를 감싸기도 하고요. 그 좋아하던 술을 마셔도 하고 싶은 말이 점점 줄어듭니다. 그러다 보니 술자리도 즐겁지만은 않네요. 괜찮은 걸까요.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일상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 시기. 주변에서는 처방전에 연애를 써 내밉니다. 명의까진 아니라도 지난 연애세포 활동 기한이 2017년까지였으니 충분히 납득할만한 진단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코시국에 사랑, 그게 어디 말처럼 쉽던가요.
요즘에는 주변에 친구처럼 아웅다웅 사는 귀여운 부부가 많습니다. 삼십살 넘은 아저씨, 아줌마지만 사소한 대화까지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서로의 시선에 사랑과 우정 넘어의 예사롭지 않은 감정이 담길 때면 정말이지 배가 아픈 지경이라니까요.
한편으로는 그런 못된 생각도 듭니다. 세상 모든 걸 좋은 것만 본다면 나쁜 게 없을 거라고. 분명 저들도 크고 작은 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연애할 때도 그렇잖아요. 데이트 후에는 소셜미디어에 멋진 장소, 좋은 선물, 그럴듯한 멋진 일만 전시되죠. 당장 인스타그램을 켜보시라니까요.
상대가 데이트 시간에 늦어 짜증난 일, 근사한 레스토랑에 날짜를 잘못 예약한 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선으로 선택한 음식점의 긴 웨이팅, 마주 앉아 어떻게든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데 눈치 없이 연락하는 구남/여친, 상대가 쏟은 콜라가 하필 큰 맘 먹고 산 내 고가의 흰 셔츠에 튄 일 등등. 생각해보면 사랑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만은 않습니다.
지난주부터였던 것 같아요. 과거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 민망스럽게도 전 연애의 흔적들을 발견했습니다. 사진 속 나는 물론 웃고 있었고요,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 이때는 이렇게 환하게 웃었구나 낭만에 젖어드는 순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멱살을 잡더군요. 삶은 로코가 아닌 다큐니까요.
그래도 그 힘듦마저 공유하는 게 삶이겠죠. 일종의 동료애로 낮은 포복을 하며 총알을 피하고 총상을 입은 상대를 들쳐 매고 전투하는,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도달한 집결지에서 급한 대로 치료받은 상대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같은 맥락에서 더이상 결혼생활을 빗대 죽음과 결혼은 미룰수록 좋다는 식의 구린 농담이 달갑지 않습니다. 네, 갓끈 고쳐 매시고요.
협상의 기본은 아쉬움을 표출하지 않는 것이라 배웠는데요, 코로나 블루해진 탓에 찌질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런 글을 써버렸습니다. 이 글은 인스타 스토리처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둘게요. 쪽팔리니까... 라고 하기엔 그 누구도 관심이 없을지도.
모쪼록 친구들의 처방전은 잘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맘 같아선 그 처방전으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코로나 뒤통수에 던지고 싶은 심정입니다. 뻐-킹 코로나. 당신은 심심함이란 없던 내 일상에 돌을 던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