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파이시너드클럽 Oct 17. 2021

30대 남자 사람인데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웁니다

예,, 예,,, 사실입니다,,,

TV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닙니다만, <슈퍼밴드2>, <스트릿 우먼 파이터>, <쇼미더머니10>을 즐겨봤거나 보는 중입니다. 혼자 술 마실 때 틀어놓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세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혼술할 땐 유머 콘텐츠보다 춤이나 노래 쪽을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근래는 비보이 영상을 자주 찾아봤는데요,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뭔가 "와우"한 퍼포먼스를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는 겁니다. 입으로는 환호 섞인 감탄이 나오는데 눈에서는 즙이 나오는 식으로요. 아, 참고로, 다음 생 전직 기회가 미리 주어진다면 고민 없이 비보이를 택할 겁니다. 


난... 꼬 ㅐ... ㅈ ㅏ 주 눈물을 흘린ㄷ ㅏ....

그런 경향이 앞서 밝힌 세 프로그램 시청 중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즙 짜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던 거에요. 비슷한 순간, 참가자 혹은 심사위원들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가령 <슈퍼밴드2>에서 이상순 심사위원이 크랙실버의 'Home Sweet Home' 무대를 본 순간이라거나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각 크루원이 자신의 무대를 공식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순간이라거나 말이죠. 심사를 떠나 본인 기준에 그 무대는 정말 좋거나 최선을 다한 게 느껴져서가 아니었을까.



심지어 <쇼미더머니10>의 프로듀서 염따는 극 중 이런 식의 언급을 하죠, '나는 좋은 거 보면 이상하게 눈물이 나'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딱 그겁니다. 대체로 혼술 즙 타이밍은 멋진 걸 보는 순간이더군요. 뭐가 멋진 건지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말입니다.


한때는 TV나 유튜브 보면서 눈물이나 훔친다는 게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사회적인 편견을 감당할 준비가 안 됐던 거 아니었을까, 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통 30대 남자 사람이 눈물이 잦다고 하면 남자가 뭐 그리 자주 우냐 따위의 면박을 주지 않습니까. 누군가에게는 남자는 태어나서 3번만 운다는 말이 아직도 유효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이 중년 남자 사람을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고립시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근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돌아보면 소중한 사람을 잃어서 울 때도 있었지만, 앞서 거론한 순간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기분이 좋달까요. 그래서 지금은 죄의식 없이 자유롭게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울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 순간을 메모해놓기도 해요, 드래곤볼 스카우터마냥 일종의 좋은 콘텐츠 감별기 같은 느낌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충 이런 느낌... 입니다.


이제는 누가 눈물에 대해 물어보면 맨날 운다고 농을 칠 정도입니다. 밤의 집에서 혼자 눈물 흘리는 게 숨길 일은 아니잖아요. 남한테 피해 주는 일도 없고 말이죠. 사실 그게 슬퍼서건 기뻐서건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눈물을 흘리는 행위도 일종의 배설 행위가 아니겠습니까. 배설은 쾌를 부르죠.


고백하자면, 이런 순간 중 현타가 없는 건 아닙니다. 큰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고요. 즙 타이밍에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는 경우입니다. 이땐 좀 민망합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울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겠어요. 특히, 발신자가 어머니일 경우엔 더욱 그렇습니다. 당부하자면, 행여 저녁 시간 내가 전화를 안 받았다면 두 가지만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자거나 즙 타이밍이라 민망하거나. 



(아래는 최근 즙 모멘트를 불렀던 콘텐츠 목록입니다.)


1. JTBC <슈퍼밴드2> 황린팀 'It's Raining'

https://youtu.be/aqVlBwpHCIE


2. JTBC <슈퍼밴드2> 박다울팀 'Good Boy'

https://youtu.be/MQ9H96UTstc


3. JTBC <슈퍼밴드2> 크랙실버 'Home Sweet Home'

https://youtu.be/LL1HU4ery5w


4.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라치카 'Born This Way'

https://youtu.be/wtL4wrs6YDQ


5.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프라우드먼 'Doctor Pepper + Hello Bitches'

https://youtu.be/VTdTo2vCJ3g


6. 제시 'Cold Blooded' (with 스트릿 우먼 파이터)

https://youtu.be/rAC7km3_EsA


7. Mnet <쇼미더머니10> 비오 2차 예선

https://youtu.be/koXDAncb1V0


8. Mnet <쇼미더머니10> 쿤타 2차 예선

https://youtu.be/d2mql_U55IY


9. Mnet <쇼미더머니10> 자메즈 2차 예선

https://youtu.be/cCerxkeYjFA


10. 유튜브 <비보이 질럿> 비보이 윙 퍼포먼스

https://youtu.be/CYaGv2Z6yQA


작가의 이전글 진짜 나는지, 안 나는지 모를 냄새와의 왈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